‘카카오톡 공화국’ 대한민국, 인지전의 가장 완벽한 표적 될 수도
[보안뉴스=유도진 극동대학교 해킹보안학과 교수] 이번 중동 사태로 세계의 시선은 2003년 이라크전 당시처럼 미 해공군의 압도적 화력에 쏠렸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지금이 2026년으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이버 인프라가 과거와 비교 불가한 수준으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특히 평소 사이버 안보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라면 ‘이번 사태에는 또 어떤 종류의 사이버 작전이 전개됐을까’에 대해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gettyimagesbank]
전면에 등장한 인지전
이번 사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지전’이다. 인지전은 NATO 등에서 이미 전투수행 개념으로 다뤄진 영역으로, 외교·국방·경제·문화 등 다른 수단과 융합해 각 개인 및 집단의 인지를 교란함으로써 태도와 행동을 바꾸려는 군사적 활동이다. 이번 중동 사태에서는 공습 직후의 사이버 침해와 함께 일상 앱이 전쟁 메시지 전달 채널로 악용되면서, 인지전이 전장 바깥의 부수 요소가 아니라 주요 작전과 병행되는 축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국민 앱의 무기체계화
최고지도자 제거 직후,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가장 시급했던 것은 그들의 군사활동을 정당화할 이란 내부의 호응이었을 것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공습 직후 이란의 여러 정부 웹사이트와 서비스가 침해되고, 특히 수백만 이란 시민이 활용하는 앱인 ‘바데사바’(BadeSaba)에서 “도움이 도착했다”(Help is on the way) 같은 푸시 알림이 퍼졌다고 한다. 그 알림은 군과 경찰 등 치안 인력에게는 무장 해제와 이탈을, 시민에게는 저항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설계됐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스마트폰 연결 등 통신 환경이 나빠지면, 시민을 압도하는 심리적 공포는 더 빨리 효과를 낸다. 넷블록스는 공습 당일 이란의 국가 인터넷 연결성이 평시 대비 4%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부의 공식 발표도, 반박도 확인이 어렵다. 즉, 사람들은 냉정하게 팩트를 체크해 볼 여유를 잃고, 스마트폰이 던지는 단서에 매달리게 된다. 그때 일상 앱이나 일부 유입률 높은 사이트에서 “정권은 무너졌다” 식의 메세지를 퍼트리면, 이미 심리적 저항은 무너지는 것이다.
인지전의 특징, 표적은 인간의 심리
기밀성, 무결성, 가용성 등 기존의 학계에서 중시하던 사이버 보안 요소들은 이제 절대적이지 못하다. 그동안 사이버 작전의 성패는 데이터를 탈취하느냐 혹은 네트워크의 가용성을 중지시키느냐 하는 것으로 설명됐다. 하지만 일상 앱이 군사적 목표가 되는 순간, 진짜 피해는 서버가 아니라 ‘인간 중심’으로 발생한다. 메시지는 값싸고 강력한 군수물자이며, 수천만 유입률의 대형 포털과 커뮤니티, 소위 ‘국민앱’은 그 자체로 영향력 작전의 놀이터가 된다.
또 이러한 상황은 군인과 민간인, 군사표적과 민간시설을 가르던 윤리적 선도 허물 수 있다. 국가총력전의 논리가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쿄 대공습을 지휘했던 미 공군참모총장 커티스 르메이 장군이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긴 것은, 전쟁의 광기 속에서 민간인의 경계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어두운 선례다.
우리 사회가 받게 될 시험

▲유도진 극동대학교 해킹보안학과 교수 [출처: 유도진 교수]
이는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니다. 온 국민의 활용하는 ‘카카오톡 공화국’ 대한민국은 인지전의 가장 완벽한 표적이 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공공 알림, 생활 필수 앱, 포털 메인의 신뢰를 동시에 조작하려 든다면 우리 사회는 총성 한 번 없이도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제 국가의 사이버 안보는 디도스나 악성코드 대응 등 시스템 및 네트워크 보안만으로는 부족하다. 위기 시 정보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국가 단위의 전체 공지 체계, 교란에 대비한 신뢰할 수 있는 대체 채널, 그리고 가짜뉴스에 휩쓸리지 않는 시민들의 ‘사회적 면역력’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인지전 방어 능력’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단순하다. 내가 신뢰하던 익숙한 앱들이 유사시 내 이성을 마비시키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무기체계로 돌변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사이버 전선은 이미 우리의 일상 한가운데로 넘어와 있다.
[글_ 유도진 극동대학교 해킹보안학과 교수]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