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어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로 인해 ‘보안’이 이제 전 산업에서 꼭 필요한 기반 인프라가 되고 있고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보안뉴스>는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김정덕 명예교수의 연재를 통해 일상과의 비유를 바탕으로 보안의 여러 이슈를 짚어보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보안 패러다임과 지속가능한 보안을 위한 거버넌스와 리더십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연재목차 Part 1. 보안 다반사- 보안, 일상과 비유에서 길을 묻다
1. 골프 지혜로 배우는 사이버 레질리언스
2. 케데헌 현상에서 배우는 사이버 보안문화
3. 트럼프발 ‘각자도생’ 시대, 한국의 디지털 안보 전략은?
4. 자전거 라이딩과 사이버 보안
5. 불꽃야구로 본 사이버 보안
6.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7. 나무의 전략, 보안의 지혜
8. 기술중독, 사이버 보안의 새로운 위협
9. 워렌 버핏에게 배우는 사이버 복원력 원칙
10. 내면의 방패, 마음챙김
11. 따뜻한 보안교과서, 육아
12. 손흥민의 리더십과 사이버 보안
13. 의학 3.0시대, 보안의 새로운 지평
[보안뉴스= 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매주 월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잠을 설치곤 합니다. 본래 중독성이 강한 시리즈물은 의식적으로 피하는 편이지만, 지난 봄부터 시작한 유튜브 야구 프로그램 ‘불꽃야구’에 푹 빠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불꽃야구는 은퇴한 KBO 레전드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7할 승리를 목표로 분투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경기 운영, 예능과 스포츠의 절묘한 균형, 그리고 선수들의 진솔한 서사가 어우러져 이미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매 경기 직관 시에는 만원 관중을 기록하고, 스폰서가 줄을 잇는 이 프로그램은 본래 JTBC ‘최강야구’였으나 제작사가 플랫폼을 유튜브로 옮기며 새롭게 재탄생한 배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료: AI Generated by Kim, Jungduk]
한국 사이버보안의 현주소와 과제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보며 문득 우리 사이버보안 현실이 떠오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사이버보안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글로벌 보안업체 NordVPN이 발표한 ‘국가 프라이버시 테스트’(NPT)에서 지난 5년 평균값 기준, 한국은 세계 평균(62%)보다 상당히 낮은 50%를 기록하며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활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게 나타난 점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냅니다.
최근 정보통신기업과 정부기관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고들은 이러한 문제를 현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겉모습은 각기 달라도, 그 근본 원인과 대응 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관행에 묶여 있습니다. 이는 단발적인 사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보안 인식과 태도의 구조적 안일함을 보여주는 징후입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의외로 불꽃야구의 성공 요인 속에서 우리는 그 답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성공 요인에서 배우는 사이버보안 강화
1, 구심점의 리더십_통합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불꽃야구 성공의 첫째 요인은 김성근 감독의 진정성 있는 리더십입니다. 그는 왕년의 스타들을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하고,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40대가 넘은 선수들이 엄격한 훈련을 통해 기량을 회복하고 야구의 즐거움을 되찾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는 사이버보안 분야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현재 국내 사이버보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통합된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불완전한 거버넌스입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민관을 아우르는 강력한 사이버보안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최고경영층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거버넌스를 확립하여, 사이버 위협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2, 사람의 성장과 동기부여_인적 자원 개발의 중요성: 둘째 요인은 인적 자원의 성장과 동기부여입니다. 불꽃야구는 은퇴 선수의 재도전과 젊은 선수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는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인적 자원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현재 국내 사이버보안 분야는 전문 인력 부족과 조직 구성원의 낮은 보안 인식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교육과 실전 같은 훈련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전 직원의 보안 의식을 높여야 합니다. 또한, 불꽃야구의 베테랑과 신예처럼, 숙련된 전문가가 신진 인력을 이끄는 세대 간 협력과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하여 지식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전수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3, 소통과 팀워크_모두가 함께 만드는 보안 문화: 마지막으로 불꽃야구는 소통의 힘을 증명했습니다. 야구 초보자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자막, 선수와 감독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는 마이크, 다양한 카메라 앵글은 기존 야구 중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장감과 재미를 선사하며 팬층을 넓혔습니다.
사이버보안 역시 ‘보안팀만의 리그’로 머물러선 안 됩니다. 일반 임직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보안이 단순한 규제를 넘어, 조직 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습관’이자 ‘문화’로 스며들게 해야 합니다. 나아가 재미와 보상을 통해 구성원들이 보안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보안 팬덤’을 형성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맺음말: 결국은 사람, 인간 중심의 보안으로
불꽃야구는 은퇴 선수들의 재도전을 통해 팀워크, 지속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중요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기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사이버보안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사이버보안의 핵심은 결국 사람입니다. 기술과 제도 위에 인간 중심의 접근법과 유기적인 협업이 더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외부의 어떤 공격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춘 지속 가능한 보안 체계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불꽃야구가 보여준 야구에 대한 진심과 열정이 팬들을 움직였듯, 우리 사회 전반에 인간 중심의 보안 철학이 뿌리내릴 때, 한국의 사이버보안은 비로소 굳건한 ‘최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 소개_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 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한국정보보호학회 부회장, 금융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위원, 전 JTC1 SC27 정보보안 국제표준화 전문위 의장 및 의원, 전 ISO 27014(정보보안 거버넌스) 에디터 등 역임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