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주체에 대한 규제 필요성 논란
CCTV 카메라는 이제 은행을 비롯해 빌딩 사무실, 백화점, 버스, 길거리, 그리고 우리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주차장과 엘리베이터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매우 친숙하고 가까운 제품이 되었다. 이러한 CCTV 카메라의 다양한 활용사례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으며, 이렇듯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TV 카메라를 통해 제기될 수 있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문제도 다양하게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 또 한 가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잠재적 문제점이 있다. 이는 바로 CCTV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을 모니터링 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이고, 이들에 대한 규제는 존재하고 있을까라는 점이다.
지난 1998년 국내에서 개봉해 화제가 됐던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쇼’는 한 인간의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일상이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에 의해 모두 모니터링 되고, 이것이 TV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는 섬뜩한(?) 이야기를 다뤘다. 그리고 2006년 현재, 그 영화에 등장했던 프로그램 이름이기도 한 ‘트루먼쇼’와 유사한 포맷의 리얼리티 쇼들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전 세계에서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수천대의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을 모니터링 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담당한 사람은 TV 프로그램 연출자이기도 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TV 시청자이기도 했다. 여기서 영화 ‘트루먼쇼’를 언급한 이유는 앞서처럼 CCTV 카메라의 영상을 모니터링 하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기자도 CCTV 카메라를 접하면서 가끔 이 영상을 누가 모니터링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많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는 관리실에서, 빌딩에 설치된 CCTV는 지하 1층이나 2층에 위치한 방재센터에서 모니터링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짐작할 뿐, 정확히 누가 보고 있는지, 또한 모니터링 하는 사람은 이를 볼 수 있도록 허가된 사람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드러나지 않는 감시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에 대한 이유이다. 그럼 지금부터 CCTV 카메라가 설치된 유형을 분류해보고, 여기서 모니터링 감시자는 누가 되고 있는지, 또한 그에 따른 문제는 없는 것인지 살펴보자.
CCTV 모니터링, 누가 하고 있나
빌딩 | 지하주차장에서부터 옥상에 이르기까지 건물 곳곳에 CCTV 카메라와 출입통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IBS 빌딩이나 대형건물에는 대부분 지하 1~2층의 일반 사무실과 떨어져 있는 곳에 방재센터 또는 통제실의 이름으로 CCTV 영상을 모니터링 하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보통 무인전자경비 업체나 빌딩 관리업체 직원들이 해당 빌딩의 방범·방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방재센터에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나 사전에 허가된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입구에 출입통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일반 사무실과는 별도의 장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방재센터에 외부인이 침입해 CCTV 영상을 모니터링 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방재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에는 CCTV 카메라가 포착된 영상이 방재센터 내에 꽉 들어찬 모니터에 의해 24시간 재생되고 있기 때문에 영상을 단순히 모니터링 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와 관련 빌딩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 직원은 “빌딩 내에 CCTV 카메라는 대부분 복도와 로비, 엘리베이터 등 공용부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빌딩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또한, DVR에 의해 저장된 영상을 보관·삭제하거나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방재센터에 근무하는 여러 근무자 가운데서도 1~2명에 한정되어 있고, 별도의 패스워드가 필요하므로 영상이 조작되거나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앞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빌딩에서는 CCTV 영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사람은 방재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 다 해당되지만, 그들은 모두 보안업체나 빌딩관리업체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CCTV 모니터링에 대해 빌딩 입주사 측과 사전에 의견조율을 거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을 뿐더러 빌딩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는 무관하므로 ‘누가’ 모니터링 하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일반기업체의 사무실 내부 및 공장의 생산 라인 등 | 앞서의 빌딩에서와 달리 일반기업체의 사무실 내부나 공장의 생산 라인에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설치 자체는 물론, 모니터링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수년 전 한 업체에서 노동조합을 감시하기 위해 사무실 내에 CCTV를 설치해서 문제된 바 있으며, 공장 생산 라인에서의 근무태도를 살펴보기 위해 공장 내에 CCTV를 설치하거나 버스 기사들의 요금횡령을 방지하기 위해 버스 내에 CCTV를 설치하는 경우가 지적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백화점 직원들의 상품도난행위를 방지한다는 미명 하에 여직원 탈의실 및 화장실에까지 CCTV 카메라를 설치함으로써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앞서의 예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CCTV 카메라가 감시대상자들은 전혀 모른 채 몰래 설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도난방지용 또는 절도범을 검거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한 것은 위법이 아니지만, 성적 욕망 등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행해지는 몰래 카메라 설치는 처벌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이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는 점이다. 특히, 감시대상자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채 CCTV 카메라가 설치되는 경우는 몰래 카메라와 다름없는 셈이다.
둘째는 CCTV 모니터링을 하는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몰래 CCTV를 설치해놓고, 이를 모니터링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알린다고 하더라도 모니터링을 하는 주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제시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도의 빌딩 관리요원이나 보안요원들에 의해 CCTV가 모니터링 되거나 관리되지 않는 대부분의 일반기업체에서는 이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인원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CCTV 영상이 악용될 소지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사무실 내부나 공장의 생산 라인, 그리고 직원 탈의실 등에서는 CCTV 카메라를 설치하는 일 자체를 가급적 자제해야 하고, 도난사건이 빈발하는 경우처럼 설치가 부득이 필요한 경우에는 설치여부를 감시대상이 되는 모든 직원들에게 인지시키고, CCTV 영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인원을 지정해 이를 감시대상자들에게 알려야 하며, 설치장소·작동시간·사용목적·보관기관 등에 대해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파트 | 아파트에서 CCTV 모니터링이 이루어지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통합경비실에서 기존 경비원에 의해 아파트 주차장, 엘리베이터 등에 설치된 CCTV 영상이 모니터링 되는 경우다. 이 경우는 외부인에게 CCTV 영상이 노출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찾은 아파트 몇 곳의 경우는 CCTV가 모니터링 되는 통합경비실 자체가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해 있고, 외관자체도 통유리로 되어 있어 외부에서도 누구나 CCTV 영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통합경비실에는 한 명의 경비원만이 근무하고 있었고, 통합경비실 입구에 별도의 출입통제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는 등 관리 또한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통합경비실에 근무하던 한 경비원은 “CCTV 영상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일주일 간 저장해 놓았다가 사고발생 시 사후에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비원은 “나는 영상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방법조차 잘 모른다”며, “보안 시스템의 조작법을 모르기는 교대하는 경비원도 마찬가지로,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직원이 가끔 들러 설치된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파트에 설치된 CCTV 모니터링에 있어 그만큼 문제점이 많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최근 홈 시큐리티 시스템의 확산에 따라 도입이 늘고 있는 추세로 아파트 단지 내 보안 시스템의 운영 및 관리를 무인전자경비 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는 경우다. 이는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통합관제센터에 상주하는 무인전자경비 업체의 보안요원들이 주차장이나 공동현관, 엘리베이터 등에 설치된 카메라로부터 포착된 영상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고 사고발생 시 출동하도록 하는 등 보안업무 일체를 전담토록 하는 방법으로 CCTV 모니터링에 대한 문제도 앞서의 경우와는 달리 관리체계와 책임소재가 비교적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통합관제센터에서 무인전자경비 업체의 보안요원들에 의해서만 모니터링 됨으로써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시켰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CCTV 영상을 모니터링 하는 데 있어 아파트 전체 주민의 동의를 얻었는지의 여부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CCTV 모니터링 주체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의 관련 전문가들이 자율적 규제 외에 법률적 규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보안 시스템과 관련된 법규조차 아주 미흡한 상태에서 이러한 규제는 혼란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거리 |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길거리 CCTV 카메라는 그 운영주체가 구청과 경찰서 등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앞서의 상황과는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길거리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한 경우에는 CCTV를 통한 감시대상자가 불특정 다수이고 모니터링의 주체가 경찰관이나 구청직원이 되므로,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할 직원을 선정하는 일에서부터 해당경찰서나 구청 측에서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길거리 CCTV 카메라를 설치·운영하고 있는 일선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길거리에 설치되는 CCTV 카메라는 공개된 장소에, 그리고 주민들의 동의와 의견수렴을 거친 후에 진행된 것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모니터링에 있어서는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2명으로 최소화하고, 이들에게 영상의 모니터링은 물론 녹화·삭제 등의 관리일체를 전담시킴으로써 영상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모니터링 될 수 있는 상황을 차단시켰다는 설명이다.
CCTV 모니터링 주체에 대한 규제, 아직 ‘시기상조’
지금까지 CCTV 영상의 모니터링 실태와 그 주체에 대해 빌딩과 일반기업체, 아파트, 길거리 등으로 나누어 알아보았다. 빌딩과 무인전자경비 업체가 관리하고 있는 아파트, 그리고 길거리에 설치된 CCTV 카메라는 모니터링을 하는 주체가 명확하고, 저장된 영상에 대한 관리가 비교적 철저해 문제의 소지가 적었던 반면, 일반기업체 사무실이나 공장의 내부, 일반 경비원이 관리하는 아파트에서는 모니터링의 주체가 외부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이에 대한 관리체계마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DVR 전문업체는 영상 데이터를 모자이크 처리해 저장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복원해 사생활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DVR를 출시함으로써 모텔, 사우나, 찜질방 등 사생활 보호가 민감한 곳에서의 영상 모니터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CCTV 모니터링 주체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자율적 규제 외에 법률적 규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보안 시스템과 관련된 법규조차 아주 미흡한 상태에서 이러한 규제는 혼란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등 보안 시스템과 연계되는 법률안에서 CCTV와 같은 개별적인 정보통신장비로 인한 영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한 이후에나 CCTV 모니터링 주체에 대한 규제방안도 비로소 논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어느 곳을 보지 말아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확실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봐야 하느냐’에 대한 규제까지는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말인 셈이다.
[권 준 기자(joon@infothe.com)]
<저작권자 :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