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SK텔레콤(SKT) 가입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통신사로 옮긴 가입자 수가 지난달에만 전월 대비 8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4월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고객은 23만7천여명으로 전월과 비교해 약 87% 증가했다.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를 시작한 28일 서울 한 대리점에서 시민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SKT에서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각각 9만5953명, 8만6005명이다. 전날인 1일에도 SKT에서는 가입자 3만8716명이 빠져나갔다. KT와 LG유플러스에 새로 가입한 사람은 2만2천여명, 1만8천여명이었다.
SKT에서는 해킹 사태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이후 가입자 이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달 28일에만 이용자 약 3만4천명이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당시 이탈한 가입자의 약 60%는 KT로 이동하고 나머지는 LG유플러스로 갈아탔다.
해킹 사태 이후 SKT에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1위 이동통신 사업자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일 SKT는 정부로부터 신규 가입자 유치를 당분간 받지 말라는 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에 따른 대리점의 손실을 보전해준다고 했지만 SKT의 이탈자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개인정보 유출 등의 디지털 보안 사고는 평소에는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지만 한번 잘못 ‘털릴’ 경우 기업이 휘청거릴 정도의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 T-Mobile사는 2021년 해킹으로 7600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으며 이로 인해 3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집단 소송 합의금을 지불하게 됐다. 2025년 4월부터 피해 고객들에게 최대 2만 5천 달러의 보상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호주의 Optus사는 2022년 해킹으로 약 1000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으며 이는 호주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이 기업은 정부와의 협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CEO가 사임하는 등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영국의 TalkTalk사는 2015년 해킹으로 15만 명 이상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었는데 그로 인해 10만 명 이상의 고객이 이탈하고 약 6천만 파운드의 손실이 발생했다. 영국 정보위원회로부터 40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왼쪽 세번째)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2일 SKT타워에서 열린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SKT는 2025년 4월 한 달 동안 이탈한 가입자가 약 23만 7천 명으로 전월 대비 87% 증가했다. 해킹 사태로 인해 주가가 8.5% 하락하고 약 8,700억 원의 시가총액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SKT와 앞서의 해외기업 해킹 사례를 보면 몇 가지 공통분모의 문제점이 발견된다. 대부분의 기업 고객 데이터가 대규모로 유출돼 인구 대비 영향이 컸다는 점과 민감 정보가 포함돼 2차 피해(사기, 신원 도용) 위험이 높았다는 점이다.
또한 핵심 시스템이 그동안 잘 알려진 악성코드에 번번히 뚫림으로써 보안 기술이 취약하다는 점과 사전 투자와 준비도 미흡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공지 지연, 투명성 부족, 협력 부실 등의 초기 대응이 미흡한 점도 해외사례와 SKT 해킹 사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이다. T-Mobile사의 경우 지연 통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계속 제기된 바 있다.
특히 SKT, TalkTalk는 기업에 대한 보안 신뢰 하락으로 고객 이탈이 발생하거나 경쟁사가 이를 기회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시도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처럼 보안 사고는 한국이나 다른 선진국에서도 유사하게 그 증상이 나타나는 일종의 ‘고질병’이다. 평소에는 하찮게 생각하며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깨끗한 공기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사는 사람들과 같다.
갑자기 황사나 미세먼지 등이 몰려오면 ‘대기’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는 것처럼 보안도 지켜질 때는 ‘당연한’ 것처럼 여기다가 막상 뚫리게 되면 그 존재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리고 결국 후회하고 천문학적 손해를 보며 사건은 일단락된다. 언제까지 보안은 ‘계륵’ 취급을 받아야만 할까.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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