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40년 넘게 ‘원기옥’을 모았다 터트렸다. 가족에게 물려받아 20년 가까이 달렸던 차가 드디어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차라는 걸 처음 사보지만, 현재 재정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연비’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효율 좋기로 소문난 하이브리드를 골랐다.
▲이 차 아님 [자료: gettyimagesbank.com]
하지만 웬걸, 주유소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알아보니 하이브리드 주행법이라는 게 있더라. 최대한 전기 모터로 주행함으로써 내연 기관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인데, 실제 해 보니 20년 동안 해오던 자린고비 드라이빙과 다를 게 없었다.
자린고비 드라이빙은 수동 기어로 운전을 익히던 시절부터 암암리에 전해 내려오던 주법으로, 가속이 붙기만 하면 기어를 중립으로 놓아 연료 소비를 최소화 하는 것을 말한다. 산 많은 한국의 내리막에서는 애국심 넘치다가 오르막만 만나면 금세 예비 이민자가 되는 운전법이기도 하다. 하이브리드 연비 주법이라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지난 차에 비하면 최첨단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은 차를 가지고도 여전히 언덕 기울기에 따라 애국자가 됐다가 여권을 찾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그저 신기술을 구매한다고 해서 신기술의 혜택이 자동으로 누려지는 건 아니더라.
딥시크 때문에 난리 난리 생난리다. 돈 먹는 하마였던 인공지능 분야에 새 희망이 생겼다고 세상이 환호한다. 그런데 보안 전문가들이 뜯어보니 저렴했던 이유가 있었다. 탈옥 공격을 살짝 했는데 100% 뚫렸던 것이다. 모의 실험에 큰 정성을 쏟은 것도 아니고, 이미 널리 알려진 악성 프롬프트를 무작위로 가져다가 대입했을 뿐이었는데, 단 하나의 악의적 요청도 거르지 못했다.
기업에서 비용 절감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울 때 희생되는 것들 중 첫 손에 꼽히는 게 보안 혹은 안전이다. 언제나 그래왔다. 제품을 다 만들고 맨 나중에 QC 단계에서 덧붙이는 게 보안 기능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최첨단 인공지능 시대가 막 개막하려는 지금도 반복되는 걸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IT 기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고 만든 신기술이라고 해서 저절로 기본 안전(보안)이나 윤리가 지켜지지는 않는다. 당연하지만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번번이 잊는 내용이다. 비용 절감, 쉽다. 하지만 어디선가 희생이 일어나는 게 분명하기에 액면의 성과만 보고 환호까지 쉽게 해서는 안 된다. 일부러, 애써서, 심지어 돈까지 들여야 보안과 윤리는 지켜진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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