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IP전략] K-양자, 황금알 거위 배 갈라

2025-01-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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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양자 기술, AI 대체재 급부상
2. K-양자 특허, 응용분야 초집중 양상
3. 양자과학, 기초·응용간 균형잡힌 기술개발 절실


[유경동 보안뉴스 IP전략연구소장(겸 편집국장)]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하다 못해 정부 R&D과제 하나 따려 해도, 요즘은 AI 꼭지 1~2개 없으면 지원서 제출 자체가 어렵단 게 일선 업계 얘기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포스트 AI를 꿈꾸며 묵묵히, 하지만 가열차게 연구가 진행중인 분야가 있다. 바로 퀀텀, 즉 ‘양자’ 기술이다. 미래전략산업의 게임체인저, 양자 테크놀러지의 두 갈림길을 특허를 통해 짚어 본다.

◆AI 대체제, 양자
AI 광풍이 전세계를 뒤덮을수록, 지구는 뜨거워진다. 챗GPT에 질문 하나 할 때마다, 아파트 한 동 전깃불이 꺼졌다 켜졌다할 정도란다. 그만큼 AI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요한다. 실제로 500원 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엔비디아 A1칩 하나 구동시키는데, 양문형 냉장고 20대 돌리는 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막대한 데이터값을 극저온 상태에서 순간 처리해내는 양자 컴퓨팅은 벌써부터 AI 피로감을 호소하는 인류에게, 대체 신기술로 꼽힌다. 양자기술의 전세계 특허 출원추이를 보면, AI 등 그 어떤 첨단테크 분야보다 최근 들어 가파른 급증세를 보이는 이유다.

[자료=USPTO·윈텔립스(미공개 구간 제외)]

◆양자 기초과학분야
주요국별 양자 특허 보유 현황을 보자. 이번 분석은 양자 기술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양자 중첩’(superposition)이나 ‘양자 얽힘’(entanglement) 등과 같은 기초과학 분야에 집중했다.

2024년말 기준, 역시 미국이 2만건 가까운 출원으로 가장 많은 특허를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2위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미국과의 차이가 불과 1700여건에 불과하다. 최근 출원 추세로 봐, 지난 2014년 연간 출원건수 추월 이후, 향후 1~2년내 중국의 누적 특허건수 역전은 확실시 된다.

이 두 양대 양자 강국의 비중이 워낙 커, 나머지 국가의 순위는 큰 의미가 없을 정도지만, 그 뒤를 독일과 캐나다, 호주 등이 잇고 있다. 한국은 세계 7위다. 인도나 대만 보다 못한 비교적 하위권이다.

[자료=USPTO·윈텔립스]

이번엔, 이를 다시 기업별로 펼쳐봤다. 역시 1위는 특허 종가 IBM였다. 그 뒤를 노키아와 구글, AT&T 등이 바짝 뒤쫓고 있다. 국가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이 수위를 차지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많다. 비교적 기초과학에 해당하는 분야까지도, 이들 민간 기업들은 당장의 매출이 아닌, 먼 미래를 위한 중장기 포석용으로 준비중이란 걸 알 수 있다.

중국업체로는 화웨이가 8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텐센트나 BOE, 칭화대, 바이두, 중국과기대 등이 그 뒤를 든든히 받춰준다. 중국 특유의 ‘산학 협력형’ 특허풀을 두텁게 형성하고 있단 얘기다.


▲기업별 기초 양자과학 특허 출원 순위[자료=USPTO·윈텔립스]

이같은 전세계 기초 양자과학 특허에 등재되는 기술키워드를, AI분석을 통해 전수조사해봤다. 면적이 크고, 중앙에 위치할수록 특허명세서상 출현 빈도가 높은 기술키워드다. 분석 결과, 스토리지 미디엄, 즉 데이터 기록장치를 비롯해 퀀텀 컴퓨팅, 퀀텀 서킷, 컴퓨터 프로그램 프로덕트 등이 가장 눈에 띈다. 기초 양자과학 특허 출원 트렌드가 최근들어 ‘양자컴퓨팅’ 쪽으로 수렴중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초 양자과학 특허 기술키워드 분석[자료=각국 특허청·윈텔립스]



▲바이두 ‘양자 회로와 시뮬레이션 방법 및 기록장치’ 특허[자료=SIPO·윈텔립스]
그 중 하나다. 2024년 10월 바이두가 중국 특허청에 등록한 ‘양자 회로와 시뮬레이션 방법 및 기록장치’라는 특허다. 집적된 양자 비트 수가 증가함에 따라, 양자 칩 시뮬레이션의 정확도와 효율성 향상을 통해, 양자 비트와 이들간 상호작용을 보다 특성화시킨다는 내용의 전형적인 양자 컴퓨팅 관련 기술이다.

◆K-양자, 응용기술 위주
이번엔 한국특허만 따로 떼내 들여다 봤다. KR특허는 양자 컴퓨팅과 양자 암호, 양자 통신, 양자 센싱 등을 비롯해, 최근 각광받는 AI와의 콜라보에 이르기까지, 보다 상용화된 ‘응용’ 분야 위주로 다채롭게 출원되고 있었다.

분석 결과, 2024년말 기준 총 6215건의 한국특허가 출원된 상태다. 이 가운데 현재 유효(active) 상태 특허는 절반 가량인 3440건였다. 액티브 특허의 1/3 가량인 958건은 현재 대한민국 특허청에서 심사가 진행중이다. 그만큼 양자 응용분야는 아직 성숙이 덜 된, 연구개발 전생애 주기상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기술로 분류된다. 최근 10년간 출원추이 역시 가파른 증가세다. R&D 초기 진입 단계의 기술 패턴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료=KIPO·윈텔립스(미공개 구간 제외)]

상위 11개 출원기업을 도출해봤다. 역시, 삼성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다음으로는 ETRI와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순였다. 흥미로운 건, 상업적 응용분야 위주로 빅데이터 값을 도출했음에도, ETRI와 KAIST, KIST 등 국책연구기관이 상위에 올라 있다는 현실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양자 연구는 각급 연구소나 대학들조차 기초 과학이 아닌, 바로 쓸모 있고 돈이 되는 상용 분야 개발에 천착하고 있었다.

[자료=KIPO·윈텔립스(미공개 구간 제외)]

이렇게 도출된 특허들을 피인용 횟수와 특허거래 건수, 패밀리 국가수 등을 기준으로 등급화했다. 해당 특허의 ‘질’을 평가한 거다. 의외로 절반이 넘는 58%가 B등급군에 포진돼 있었다. A등급 이상을 받은 비교적 양질의 특허는 전체 24%에 불과했다. 앞서 본 기초분야 해외 양자특허의 A등급 이상 비율 32% 대비, 8% 포인트의 수준차를 보인다.

[자료=각국 특허청·윈텔립스]

응용분야에 집중된 한국특허의 기술키워드도 분석했다. 그 결과, 입력신호나 사용자 장비, 통신 시스템 등 주로 ‘양자 통신’ 관련 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를 다시, ‘최근 3년간’으로 좁혀봤다. 한국에선 양자 기술개발 분야에도 AI가 얼마나 트랜디한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위쪽부터)양자응용분야 KR특허 키워드 분석(전구간), 양자응용분야 KR특허 키워드 분석(최근 3년간)[자료=KIPO·윈텔립스]



▲경북대 산단 ‘양자기술 이용 물성예측 AI 생성 시스템 및 생성법’ 특허[자료=KIPO·윈텔립스]
경북대 산학협력단의 ‘양자기술 이용 물성예측 AI 생성 시스템 및 생성법’이 바로 그 대표적인 특허다. 현재 특허청에서 심사가 진행중인 이 특허는, AI 모델의 머신러닝 과정에서 필요한 학습데이터를 양자기술을 이용해 선별 추출한다. 따라서 기존 AI만 활용했을 때의 막대한 계산량과 그에 따른 전력 손실을 최소화한다. 양자 컴퓨팅 덕에, 기계학습 속도 역시 가속화돼 각종 물성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해낸다. 특히 수십, 수백억가지 물성적 경우의 수가 발생하는 신약개발 등에 활용이 기대된다.

◆황금알 급한 K-양자
미중 양국을 중심으로 한 양자기술 개발 경쟁은, 이제 전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 안보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을 만큼 치열 전개중이다. 양자기술의 기초과학과 응용분야는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다. 따라서, 한 쪽에 경도되지 않는 균형잡힌 국가 R&D 정책이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황금알 거위 배 가르는 우(愚)를 경계하라고, ‘특허’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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