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예산 25억원에 ‘바우처’로 배정된 돈은 60%뿐...항목별 배정금액 언급 어렵다고 밝혀
중소벤처기업부, 약속된 금액 배정할 것...추가 예산 확보 위해 노력 중
[보안뉴스 김영명 기자] 정부는 올해 들어 중소기업의 기술침해 사전예방 및 신속한 피해구제를 통한 기술보호 역량 수준 강화를 위해 ‘2024년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관련 세부사업은 총 10개 사업인데, 이 가운데는 ‘기술보호 바우처’ 사업이 있다. 하지만 최근 상당수의 신청 기업에서 ‘기술보호 바우처’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지=gettyimagesbank]
먼저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보호 바우처’ 사업을 들여다 보면, 해당 사업은 기술보호 수준진단을 통해 기술보호가 필요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수준별 바우처 제공을 통한 종합지원으로 선도기업을 육성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원규모는 250개사 내외로 알려졌다. 기술보호 바우처 사업은 다시 세분화하면 ‘기술보호 예방’과 ‘기술침해 사후대응’으로 나뉘며, 기술보호 예방에는 △기술보호 컨설팅·교육 △보호시스템 구축·운영 △기술자료의 안전한 보관 △기술보호 정책보험으로 구분된다.
기술보호 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이번 바우처 지원사업에서 대부분 ‘보호시스템 구축·운영’, 즉 기술유출방지 시스템 구축 지원을 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해당 사업의 운영기관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하 재단)과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에게 관련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재단측은 “현재 250개사를 선정했으며, ‘우수-양호-보통-취약-위험’의 다섯 단계로 나눠 6월 말까지 수준 진단을 마쳤다”며 “현재는 선정된 기업에 필요한 바우처를 파악하는 단계로 이 단계를 마쳐야만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우처 사업은 기존에 재단의 ‘기술보호 선도기업 지정기업’ 사업과는 달리 올해 처음 시작하는 시범사업으로 바우처 지원을 통해 위험 또는 취약 단계에 포함된 기업을 선도기업으로 육성하는데 목적이 있다.
기술보호 수준은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선별하나
이번 기술보호 바우처 지원 프로그램은 크게 △기술보호 컨설팅·교육 △보호시스템 구축·운영 △기술자료의 안전한 보관 △기술보호 정책보험 △기술침해 사후 대응 등으로 분류됐다.
재단 측은 “기업별 기술보호 수준 진단을 위해 사전 모집을 통해 선발한 심사전문가 50명, 컨설팅전문가 30명 등 위촉된 80여명의 전문심사위원이 현장 방문과 서류심사 등을 통해 기업의 수준을 파악했다”며 “이후 4월 초에 바우처 배정을 받을 수 있는 250개 기업을 선정해 4월 10일부터 메일과 유선으로 개별 통보하고 해당 기업에 대한 수준진단은 6월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바우처는 8월 초순 무렵에 기업에 개별 통보를 하면서 지원할 예정”이라며 “바우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이후에 기업명이 바뀌거나 기업의 주 업종이 변경되는 경우 또는 연락이 안 되는 경우에 바우처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몇몇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업에 배정된 전체 지원금은 얼마나 되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로고=재단]
이번 기술보호 바우처는 기술보호 수준에 따라 초보기업(1단계, 기술보호 수준 위험 또는 취약단계), 유망기업(2단계, 보통 또는 양호단계), 선도기업(3단계, 우수단계) 등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초보기업은 3,000만원, 유망기업은 5,000만원, 선도기업은 7,00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단 측은 “실제 이번 기술보호 바우처에 할당된 예산은 25억원이 채 안되기 때문에 전문 심사위원의 수준진단 평가를 통해 실질적으로 신청 기업에 필요한 솔루션을 지정하고 배정할 것”이라며 “명시된 3,000만원, 5,000만원, 7,000만원이라는 것은 사업비, 인건비, 프로그램 구축비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기 때문에 실제 지원되는 금액은 25억원의 60% 선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사업에서의 기업부담 비용을 보면 ‘기술유출방지시스템 구축은 일부 기업 부담’이 있다고 쓰여 있다. 이와 관련 재단 관계자는 “1억원짜리 솔루션을 구매한다면, 자부담 5,000만원, 정부 보조 5,000만원으로 지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전체 250개 기업 중에 선도기업과 유망기업, 초보기업은 각각 몇 개씩 선정됐는지 알아봤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모든 바우처 지원 대상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했을 때 초보기업은 50%가 넘으며, 유망기업은 40% 정도, 선도기업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이 바우처 사업은 사업기간이 올해 12월 31일로 명시된 것처럼 올해 안에만 사용이 가능한데 명시된 지원한도 금액보다 적은 비용이 지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러 기업이 기술유출방지 시스템 구축을 지원받기 원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기업에서 받는 금액은 수준진단 결과를 거쳐 다르게 배정될 수밖에 없다”며 “또한 재단에서 자금이 부족해서 지원을 못 받게 되면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못받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하는 기술보호 울타리 홈페이지[자료=기술보호 울타리]
실제 ‘기술보호 바우처’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들의 입장
이번 사업과 관련해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2개 기업의 사업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A 회사는 “선도기업으로 선정돼 사업계획서까지 제출했는데, 전체 바우처 사업 예산이 줄어들었다며 신청한 기업에 순차적으로 지원해주겠다는 이야기를 6월 말 즈음에 들었다”며 “원하는 프로그램을 요청했더니 차례를 기다리는 안내 메일만 돌아왔을 뿐, 자금 지원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기업은 기술유출방지 시스템 구축을 신청했고,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으로부터 명판과 인증서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받는다면 몇 %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B 회사 관계자는 “기술유출방지 시스템 구축을 신청해 선도기업으로 선정됐고 심사위원 평가와 보안교육도 다 받았는데 갑자기 예산이 모두 소진됐다는 들었다. 여기에 ‘바우처 사용계획 조사’라는 제목의 메일에서 ‘바우처 참여 중소기업이 급증해 정부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술유출방지 시스템을 제외한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면 수요조사를 재실시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메일에서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공급기업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면서 공급기업은 알려주지 않은 채 공급·수요기업이 함께 작성하는 신청양식만 15페이지 문서를 보내왔다”며 “지금까지 ‘선착순으로 지원받은 뒤, 적정여부를 다시 판단하겠다’는 내용은 생전 처음 본다. 괜히 신청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술보호 바우처 지원 프로그램’, 왜 이렇게 허술하나
신청기업들의 의견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호과 담당자를 통해 정확한 입장을 들었다. 우선 이번에 기술보호 바우처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회사가 250개사가 맞는지 물었다. 이와 관련 담당 주무관은 “바우처 사업에 25억원이 지원되고, 처음 계획대로 250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기존에 재단에서 진행하는 ‘기술보호 선도기업 지정’으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지정된 92개 기업 중에서 넘어온 기업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담당 주무관은 “기존에 기술보호 선도기업 사업을 해왔지만 ‘기술유출방지 시스템’은 원래부터 정부 보조율과 지원한도를 차등 없이 일괄적으로 맞춰 희망자가 많지 않았다”며 “그러나 올해 기술보호 바우처 지원사업에서는 기술유출방지 시스템 신청자가 대부분이라 보조율을 높이고 한도를 낮추는 식으로 조정해 희망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술보호 바우처 지원사업에서 선도기업을 예로 들면 정부보조율이 50%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7,000만원을 자부담할 수 있다면 정부 지원금 7,000만원을 더해 1억 4,000만원어치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다.
담당 주무관은 “이번 기술보호 바우처 지원사업은 많은 기업들이 각자 영역에서 사업을 키워나가는 데만 몰두할 뿐 자사 핵심기술의 보호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시작한 것”이라며 “올해 처음 시행한 사업인데, 예상보다 많이 지원해서 예산 부족 등 여러 측면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추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도 “지원 기간은 기본 1년이지만, 올해 지원했는데 만약 받지 못했다면 내년에 우선 지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명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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