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영화] 보안에 진심이 되어가는 과정, ‘엣지 오브 투모로우’

2024-07-2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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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으로 가는 길이 자꾸만 리셋되는 거, 보안 전문가 현실 고증 아니냐?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부대원들 대신 네가 맞으면 되잖아!” 주인공이어서 그럴 수 있었는지, 영화 속 상황이 급박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 사람이 평소에도 탐탁지 않았는지, 톰 크루즈는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묻는 부대원에게 사실상 그냥 죽으라는 말을 아주 쉽고 덤덤하게 내뱉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 부대원은 죽었다. 탐 크루즈도 같이 죽었다. 세상은 평화를 되찾았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한 장면이다.


[이미지=네이버 영화]

군인의 위기 관리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던 케이지(톰 크루즈)는 사실 군의 홍보 담당자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전투 요원이 되어 현장으로 내보내진다. 즉 부대와 인류의 안전을 담당하는 보안 요원 중 하나가 되어가는 건데, 그 과정을 담은 것이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홍보 담당자의 보안 담당자에로의 변신 말이다.

당시 인류는 끝도 없이 몰려드는 외계 생명체인 ‘미믹’에 의해 점령당하기 직전이었다. 마치 오늘 날의 악성코드나 멀웨어처럼 사이버 공간을 빠르게 집어삼키고 있는 것과 같다. 막다른 구석에 몰린 인류는 전투 수트라는 보안 솔루션을 개발해낸다. 그리고 그 솔루션에 힘입어 첫 승리를 거두고, 그 승리를 이끈 리타 브라타스키(에밀리 블런트)는 마치 백년전쟁 때의 잔다르크처럼 혹은 1, 2차대전의 엉클 샘처럼 군의 사기를 북돋는 전쟁영웅이자 얼굴마담의 역할을 맡는다. 전투 요원이었던 자가 홍보 요원이 된 것이다. 케이지와는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문제는 케이지가 아직 홍보 담당자 티를 벗지 못한 채 전투 현장으로 보내졌다는 것이다. 그 막강한 전투 수트를 잘 다루지 못해서 쩔쩔맨다. 어리버리 전투를 벌이다가 유독 덩치가 큰 외계 생명체와 함께 자폭해 버린다. 그런데 이 덩치에게는 시간을 제어하는 능력이 있었고, 그 피가 케이지에게 흡수됨으로써 케이지 역시 시간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곧 이어 자신이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죽어서 시간을 되돌리는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게임하다가 죽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다.

1단계 : 설득
미래에 죽을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는 케이지는 자신에게 허락된 그 수많은 시간을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에 투자한다. “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하려는 건 자살행위다. 그러니 제발 다른 방법을 생각하자.” 하지만 누가 전투복도 제대로 못 다루는 신병의 이런 소리를 듣겠는가. 그의 말은 개똥 취급당하고, 심지어 입을 테이프로 봉함 당한 채 전장에 투입되기도 한다. 물론 전사 후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 일이 끝없이 반복된다.

리스크를 제일 잘 알고 있는 보안 담당자로서는 자기가 알고 있는 바를 조직 내에 알리는 게 급선무다. 케이지만큼 미래를 정확히 꿰뚫어보지는 못하더라도 여러 가지 보고서나 공유되는 정보를 통해 어떤 공격이 어떤 방식으로 들어올지 어느 정도는 예견할 수 있는 보안 담당자라면 아마도 그렇게나 정보를 수집한 열심과 열성으로 사장님 방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똑똑똑. 사장님. 똑똑똑. 제 말을 들으셔야 해요. 똑똑똑. 저는 모든 걸 알고 있어요.”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미리부터 나오는 경고들을 쓸데없는 우려나 잔소리, 징크스나 과도한 겁으로 동치시켜버리고 무시한다. 그리고 사고가 터지면 그때에 가서야 후회와 함께 그 경고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것이 경고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잘못이기만 할까? 보안 전문가들은 경고의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여러 가지로 분석하는 동안 ‘설득력 있는 화법’에 대해서는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대화라는 건 이해를 하려는 노력과 시키려는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성취되는, 의외로 고급스러운 기술인데 말이다.

2단계 : 해결사 되기
우리의 주인공 케이지는 설득을 포기하고 대신 스스로를 강화시키기 시작한다. 드디어 홍보 요원에서 전투 요원, 즉 보안 요원이 되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죽는 순간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므로, 죽을 때까지 훈련하는 걸 영원히 반복할 수 있고, 그래서 꽤나 빠르게 전투 요원으로 변신해간다. 모든 훈련은 목숨을 잃을 때까지 한다. 그러므로 모든 훈련은 목숨을 건 훈련이 된다.

목숨을 걸고, 실제로 매번 죽는다는 게 말이 쉽지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훈련 그 자체도 힘든데, 훈련의 성과가 좀처럼 전장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도 케이지에게는 고통이었다. 아무리 훈련을 해도 쉬운 전투는 없었고, 늘 치열하고, 그는 늘 너덜너덜하게 되어 사망한 채 전투를 마친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낸다. 바로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다. 혼자서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전장을 단신으로 지휘한다는 건 불가능했기에(그 사실을 여러 번 죽어가면 깨달았다) 자신과 함께 싸울 사람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3단계 : 팀웍
군의 전체 전략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데 있어 미래를 안다는 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팀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에는 적잖이 유용했다. 미래를 아니 모든 사람이 어떤 식으로 죽을 지 알게 되고, 케이지로서는 전사를 피할 방법을 살짝씩 경고만 해주면, 그 경고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사람들의 마음이 케이지를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과정에서 케이지는 자신과 함께하는 동료들을 진심으로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를 분명하게 알아내 기억하려 애쓴다. 어떤 팀원이 어떻게 죽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생명 바쳐 얻어낸 지식으로 팀원들을 지켜낸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두 사람이 부대가 되고, 부대는 세상 전체가 된다. 보호의 범위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그리고 정말로 말만 많았던 홍보 요원인 그는 보안 요원으로 거듭나 세상을 지켜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마지막 시도에서 세상을 구해내면서 스스로는 익사했기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지난 번 시도에서 자기와 생사를 같이 했던 동료들은 다시 낯선 타인이 된다. 그에 의해 구함을 받았던 세상도 그의 활약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 그는 그냥 웃는다. 어이없거나 허탈해서 웃는 웃음이 아니다. 지난 번보다 더 온전하게 지켜낼 기회가 생겨서, 자기도 모르게 배어나오는 웃음이다.

설득과 고군분투를 거쳐 팀웍에 이르는 한 전투 요원의 성장 과정은 보안 전문가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 세 가지가 늘 차례대로 오는 건 아니다. 팀웍으로 멋지게 위협을 퇴치했어도, 바로 다음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지난한 설득의 과정을 처음부터 거쳐야 한다. 예산을 더 따기 위해서도 사정하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팀들이 나가기라도 하면(보안 업계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다시 혼자서 고군분투 하는 시간이 돌아온다. 케이지는 죽어서 시간을 리셋시킨다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리셋이나 다름이 없다.

지금에 와서 가장 이상적인 보안 팀웍을 이루고,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언제라도 맨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아는 것과, 그 단계에서 성취감을 다 누리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경력과 인생의 클라이맥스에 서서, 초기의 막막한 시절로 돌아간다는 걸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가 그런 상황에 닥치기라도 한다면 좌절감을 이길 수가 없다. 지금 큰 차를 타더라도 소형차로 돌아갈 수 있고, 지금 대저택에 살더라도 지하 단칸방에서 살 수 있으려면 최고조에 이른 나를 <엣지 오브 투머로우>의 케이지처럼 죽일 수 있어야 한다.

최고조에 이른 나를 죽인다는 건 다시 말해 그 동안 나를 최고조로 올려두었던 과정이 정석이고 진실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삶이 항상 예쁘고 예상 가능한 그래프의 궤적을 따라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가능하다. 내가 아는 것, 내가 상식처럼 여겼던 것들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상황을 처음처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또한 쉽게 성취감에 절여지지 않는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건 전교 1등을 하고 온 자식에게 왜 전국 1등을 하지 못했냐고 혼내고 다그치듯 스스로를 채찍질하라는 게 아니다. 더 크게 이룰 것이 남아 있는데 중간 과정 하나에 일희일비 하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오히려 고평가 하라는 뜻에 가깝다. 스스로를 고평가 하는 사람은 지금의 기쁨이나 업적이라는 것도 적정선 안에서 누릴 수 있다.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으며, 위협은 갈수록 신선해지고 또 억척스러워지고 있는데 자축에 과도히 투자할 틈이 없다. 좀 더 멀리 예약되어 있는 승리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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