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 본따 공장 설계 시도...공범 6명은 불구속 기소 처리
[보안뉴스 김영명 기자] 메모리 반도체 분야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이자 국내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중국으로 빼돌려 부정 사용하던 전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 상무(65세)가 구속됐다.

[이미지=gettyimagesbank]
수원지방검찰청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 이하 ‘범죄수사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 임원 출신인 최고 전문가가 중국 등에서 거액을 투자받아 중국을 소재로 반도체 제조회사(X·Y 회사)를 설립하고, 삼성전자 등 국내 굴지의 반도체 회사 출신 핵심인력 200여 명을 고용했으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이용해 중국에 삼성전자의 공장을 본떠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고 시도했다. 범죄수사부는 이와 같은 범행을 주도한 X회사의 대표(ㄱOO 씨)를 구속 기소하고,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X회사 전 직원 등 공범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건의 범행 배경[자료=수원지검]
ㄱOO 씨(65세)는 전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 상무이자,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2위인 B회사의 전 부사장이었으며, 현재는 중국에 소재한 싱가포르 업체 X회사 및 중국과의 합작업체 Y 회사의 대표다. 또한, ㄴOO 씨는 전 X 회사 팀장(전 삼성전자 직원), ㄷOO 씨는 전 X 회사 팀장(전 D회사 직원), ㄹOO 씨는 전 X 회사 팀장(전 삼성전자 직원), ㅁOO 씨는 전 X 회사 직원(전 삼성전자 직원), ㅂOO 씨는 X 회사 직원(전 D 회사 직원), ㅅOO 씨는 E 회사(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감리사) 직원이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은 구속된 ㄱ○○ 씨와 공범으로 불구속된 ㄴ○○ 등 6명이며, 피해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인 삼성전자다.

▲범행 구조도[자료=수원지검]
이번 사건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까지 대만의 전자제품 생산 판매업체 C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중국 시안(西安)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자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 공정배치도(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8대 공정의 배치, 면적 등 정보가 기재된 도면)를 부정으로 사용하고,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을 부정 취득 및 부정 사용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 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등)으로 기소됐다.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는 반도체 제조가 이루어지는 공간인 ‘클린룸’을 불순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반도체 제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환경 조건을 말한다.
수원지검은 2019년 8월 대검 첩보(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첩보)를 접수했지만, 피의자 ㄱ○○ 등은 장기간 중국 체류로 인해 수사가 중단됐다. 그 이후 올해 2월~4월에 피의자 ㄱ○○ 씨가 입국함에 따라 피의자들 휴대폰 등을 압수했으며, 관련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달 25일 피의자 ㄱ○○를 구속했으며, 이달 12일에는 피의자 ㄱ○○ 구속 기소하고, 피의자 ㄴ○○등 공범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 회사의 추정 피해액[자료=수원지검]
이번 사건은 국내 반도체 분야 권위자가 저지른 반도체 핵심기술 해외유출 범행을 규명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수원지검 범죄수사부는 설명했다. 피고인 ㄱ○○은 삼성전자에서 18년간 반도체 분야 상무 등으로 근무한 후 이직했으며, 그 이후 B 회사에서 10년간 부사장 등으로 근무한 자타공인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피고인 ㄱ○○은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얻은 반도체 제조 분야 전문성 및 권위를 이용해 중국과 대만의 대규모 자본과 결탁, 중국 싱가포르 등에 반도체 제조회사를 설립했다. 약 4,600억원의 자본금으로 중국 청두(成都)시에 중국 업체 Y 회사를 설립했으며, 대만 C 회사의 자본(약 8조원 투자 약정)으로 싱가포르 업체 X 회사를 설립한 후, 삼성전자와 B 회사 출신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 200명 이상을 고액 연봉으로 영입했다.
그 이후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거리에 위 공장을 본떠 복제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부정 취득해 무단으로 사용했다. 피고인 ㄱ○○은 반도체 공장 설계 과정에서 X 회사 임직원들에게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자료를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시했으며, 공범인 X 회사 임직원들은 위 지시에 따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부정으로 취득한 후 무단 사용해 이번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이번 사건은 최대 수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반도체 국가핵심기술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부정 유출 사용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BED, 공정배치도, 설계도면은 최적의 반도체 제조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30년 이상의 오랜 기간 수많은 시행착오 및 연구개발 및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얻은 자료로 약 3,000억~수조 원 상당의 가치를 가진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이번 범행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최소 3,000억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는 반면, X 회사는 위 금액 상당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익을 취득했다. 특히, BED와 공정배치도는 ‘30나노 이하급 D램 및 낸드플래시를 제조하는 반도체의 공정 관련 기술’로서 관련 고시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
이번 수사는 단편적인 반도체 기술 유출이 아니라, 반도체 공장 자체를 복제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피고인 ㄱ○○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중국에 복제, 건설해 중국 내 반도체 제조 양산을 시도했다. 이는 기존의 개별적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과는 범행 규모나 피해 정도 측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한 사건이다.
중국 및 대만 자본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중국에 그대로 복제돼 동일 또는 유사한 품질의 반도체 제품이 대량 생산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에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 발생이 우려될 수 있다. 이는 반도체 제조의 시스템 생산 환경 등 효율성 수율(완성된 양품의 비율) 관련 영업비밀 및 국가핵심기술을 도용한 것이다. 특히, 기술 경쟁으로 하루가 다르게 반도체 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우리의 경제안보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범행에 해당한다.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6.5%의 비율에 달할 정도로 국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국가의 안보자산이자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한 것은 지난 30년간의 연구개발 및 시행착오를 토대로 축적한 뛰어난 기술력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기술력 및 제조 노하우가 해외로 유출되면 오랜 노력으로 이룬 결실은 물거품이 되고, 국내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우려가 크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치는 반도체 기술 등 영업비밀 및 국가핵심기술 침해행위에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원지검은 첨단산업보호 중점 검찰청으로서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수사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피해 기업과 국가의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반도체 기술 등 산업기술 유출범죄에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범죄자 범죄 사실[자료=수원지검]
[김영명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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