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테크놀로지와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가 심상치 않다. 그러면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들이 하나 둘 시장에 등장하고 있으며, 많지는 않지만 이를 업무 환경에 도입하려는 시도들도 나타나는 중이다. 특히, 여기 저기 떨어져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한데 모아 둘 가상의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두 가지 기술(AR, VR)이 지속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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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으로는 완벽하다. 직원들에게 헤드셋만 제공한다면, 그 직원이 어디에 있든 헤드셋만 착용함으로써 회사 회의에 참석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업무는 업무대로 놓치지 않고, 편안함은 편안함대로 누리면서,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협업도 완벽히 해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KPMG에서도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에 AR과 VR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연구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적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 일단 헤드셋 장비 값이 너무 고가라 직원들 손에 하나씩 쥐어준다는 게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헤드셋을 가지고 업무를 완수하고 협업까지 해낸다고 했을 때의 데이터 보안에 대한 고민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IT 업체 인솜니아랩스(Insomnia Labs)의 CEO인 빌리 황(Billy Huang)은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지만 사실 용례는 개발된 게 거의 없다”며 “가상 회의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용례를 개발하더라도 메타버스나 가상현실이라는 기술 자체가 너무나 미성숙하기 때문에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좀 더 기술 발전이 이뤄져야 의미 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과 예측일 뿐입니다.”
상상 1 - 분산된 인력과 HR
EY 아메리카(EY Americas)의 금융 분야 혁신 책임자인 데이비드 카디오모로크로(David Kadio-Morokro)는 “HR 분야 책임자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꽤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인력들이 여기 저기 분산된 상황에서는 기업 내 문화라는 것이 흐지부지 되면서 질서가 잡히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이 구축되어 있다면 가상의 공간에 모두가 모일 때 문화를 적용시키고, 기업 내에서 공유되어야 할 가치들을 전파할 수 있게 됩니다. 다들 회사에 다시 돌아오면 해결될 문제지만 이제는 바라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회사에 어느 정도 있다가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흩어진 인력들만을 고려한다면 사내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뭐 그리 큰 문제일까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인력을 재택 근무 조건으로 채용했다면 어떨까요? 그런 인력이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면요? 최근 IT 분야에서는 해외의 개발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회사 문화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도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황은 “HR이 실용적으로 문화 정착과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메타버스가 기술적으로 좀 더 향상되어야 한다”고 짚는다. “제일 먼저는 파일 용량 문제가 실질적으로 많은 불편함을 주는 게 현실이죠.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직원이 헤드셋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이 많이 걸릴 겁니다. 그리고 가격 문제도 어느 정도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투자하기에 너무나 값이 비쌉니다. 게다가 헤드셋만이 아니라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을 부드럽게 돌리기 위한 고용량 컴퓨팅 장비와 인프라도 필요합니다.”
카디오모로크로도 “아직 메타버스는 접근성이라는 부분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한다. “고도의 장비와 초고속 회선이 필수이니 아무나 다룰 수 없는 기술인 건 맞습니다. 지구 어디에 있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장점이 낮은 가격에 주어지는 건 아니지요.”
상상 2 - 마케팅과 영업 부서에서의 수요
IT 업체 트레이드징(TradeZing)의 CEO인 조던 에델슨(Jordan Edelson)은 “메타버스와 가상형실 기술이 마케팅과 영업 분야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IT 상품이나 보안 솔루션의 경우 마케팅이나 영업에 교육과 훈련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 물리적인 제한 사항이 발생할 때가 상당히 많은데, 메타버스가 이를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를 이색적인 방법으로 만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우리 회사 제품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가상 공간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소비자를 보다 가까이서 만날 수 있겠지요.”
에델슨은 제품이나 솔루션, 브랜드를 알릴 때 메타버스 덕분에 갖가지 창의적인 방법들이 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즉 마케팅 분야에서의 수요가 적지 않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판매를 할 수 없었던 경험들이 영업 전문가들에게는 한 번 이상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물리적인 상품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만, 또 다른 거래의 기회 정도는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리적인 모양을 갖춘 상품이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메타버스와 마케팅의 궁합이 더 좋을 것이라고 에델슨은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리나 원격 기술 지원 서비스 역시 메타버스 환경에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수리까지야 못해주지만 수리 방법을 상세하게 교육할 수는 있겠지요. 그것만으로도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요.”
카디오모로크로는 “메타버스를 가지고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고 너무 빠른 성과를 내려고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신기술이고 낯선 환경입니다. 직원들과 고객들이 적응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을 줘야 해요. 기업이 너무 급하게 앞서나가면 쫓지 못한 사람들이 이탈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탈자들이 많아지면 기업들에 그리 좋은 게 아니죠.”
그러면서 그는 “아직도 온라인 쇼핑이나 모바일 뱅킹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라”고 말한다. “신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겠습니다만,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은행에 직접 가는 걸 선호하고, 좀 더 비싸더라도 매장에 직접 찾아가서 쇼핑하려는 사람들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카디오모로크로는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가 아무리 좋은 약속을 해준다 하더라도 인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적응이 늦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합니다. 장비 하나, 기능 하나부터 차근차근 도입해 점진적으로 기술의 장점을 누리게 해 주어야 하지요. 그러면서 생각지 못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같이 해결해 가고요.”
글 : 네이선 에디(Nathan Eddy),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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