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들에게 책임 나눠지도록 제도적 보완 필요
[보안뉴스= 이상섭 IT컨설턴트] ‘머지포인트’ 환불 중단 사태가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오고 있는 가운데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전에도 ‘머지포인트’ 류의 서비스가 간간히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머지포인트의 경쟁력을 반증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사용성에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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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는 알려진 것처럼 편의점, 대형마트, 외식 체인점 등 전국 2만개 제휴 가맹점에서 ‘20% 할인’을 무제한 제공해왔다. 그러나 내노라하는 대기업이나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의 경우, 아무리 머지포인트가 구매력을 바탕으로 할인을 요구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할인폭이 클 수는 없다. 대략 10% 정도 할인가에 구매해서 고객에게 20% 할인가로 제공한다고 가정했을 때, 팔 때마다 10%씩 매출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현재까지 대략 1,000억원 정도의 포인트를 발행했다고 알려졌으니 최소 100억 정도의 적자가 발생했을 터이다. 또한, 포인트 구매 후 미처 사용하지 못한 포인트 선구매 분까지 포함할 경우 인건비 등의 운영비와 더불어 적자폭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그러니 거래가 늘어날수록 리스크도 함께 커지는 구조이다. 물론, 처음에는 사람들이 반신반의 했을 터다. 하지만 한두 번씩 사용 경험이 쌓이면서 마치 현금을 20% 할인해서 사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머지포인트의 마력에 씀씀이들이 커져 갔을 것이다. 마치 터무니없는 이자를 지급해주겠다고 하고, 꼬박꼬박 이자를 넣어주면서 신뢰를 키워나가 투자액을 늘리는 폰지 사기 과정과 묘하게 닮았다. 이 경우, 그 이자들은 대부분 뒤를 따라오는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이상섭 IT 컨설턴트[사진=보안뉴스]
아직은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라 뭐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거래 규모가 커지고 환불불능 사태까지 간 것이 단순히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른 사업 정비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정보통신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폰지 사기수법을 활용한 금융사기도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코인 사기는 정보 취약계층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오는 9월 24일로 예정된 ‘거래소 등록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열 명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피해 사례들에서 금융당국의 대응은 늘 뒤쫓아 가기에도 바빠 보인다. 가상자산 시장만 보더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자산의 위험성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할 뿐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범위한 사기 행각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고가 터진 후에 사후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소액 금융사기 피해는 대부분 취약계층에 집중돼 있다. 이런 행각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법적 대응을 하고 다수의 소액 피해자들이 지쳐 떨어져 나갈 때까지 버틴다.
핀테크를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는 때로는 기존의 금융 질서나 제도와 상충되기도 하고 때로는 기존의 틀로는 적절한 규제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세상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 때마다 과도하게 규제하거나 방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한편에서는 글로벌 경쟁을 주도할 새로운 기업의 등장을 방해하거나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하여 취약계층을 노리는 사기를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사후약방문’이 되더라도 꼭 만들어야 한다.
[글_ 이상섭 IT컨설턴트]
[필자소개]
이상섭_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IT 회사에서 이커머스, 스마트시티,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두루 경험하고 현재는 IT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폰지 사기 :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 말로, 1920년대 찰스 폰지의 사기 수법에서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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