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지하시장의 빠른 변화, 더 많은 공격으로 이어져
[보안뉴스 문가용]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몰아치는 랜섬웨어 공격에 혼이 빠질 지경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몰래 훔쳐가거나 스파잉 하는 공격과 달리 랜섬웨어 공격을 감행하는 범죄자들에게도 리스크가 있다. 바로 피해자와 어느 정도 ‘접촉’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범죄자들 입장에서는 피해자들도 뭘 할지 모르는 인물들이며, 설사 순순히 돈을 낸다고 해도 자신들의 공격을 현금화시키는 건 그리 간단치 않다. 비트코인 거래업자들 중에도 사기꾼이 많으며, 절차가 간단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범죄자들도 그리 쉽게 먹고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 설레여 하지마... 그런 만남 아니야...
한 사이버 지하조직이 이 점에 착안하여 새로운 사업을 다크웹에서 시작했다. 이름은 랜섬빈(Ran$omBin)으로, 랜섬웨어 공격을 편리하게 현금화시켜준다. 게다가 범죄자들만을 고객으로 여기지 않고, 피해자들도 아우르는 대담한 서비스다. 범죄자들은 훔친 데이터를 업로드하도록 하고, 피해자들에게는 돈을 내도록 하는 양방향 소통의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 범죄자들이 올린 데이터는 사적인 내용, 로그인 정보, 신용카드 정보 등으로, 랜섬빈에 접속한 다른 범죄자들도 돈을 내고 구매할 수 있다. 피해자는 이를 막기 위해서 돈을 낼 수밖에 없는 것.
랜섬빈 사업이 활성화된 건 고작 2개월 정도다. 사용자에게 굉장히 친절하며, 사업 모델 역시 간단하다. 해커들은 꼭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랜섬빈을 통하여 훔친 데이터를 다른 다크웹의 범죄자들과 거래할 수 있고, 범죄자들을 통해 들어온 돈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 랜섬빈은 이런 거래를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가격은 데이터의 주인에 따라 달라진다. 소아성애자의 은밀한 데이터라면 랜섬빈은 30%를 요구한다. 유명인이나 수사기관의 중요한 보직에 있는 인물의 데이터라면 가격도 높아지고 커미션도 40% 가까이 올라간다. 그렇다고 가격을 랜섬빈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건 아니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범죄자들은 스스로 협박 금액(랜섬)을 결정할 수 있다.
랜섬빈 운영자들은 스스로를 랜섬 시장의 새로운 만능서비스(one-stop)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은 피해자들을 협박하거나 직접 얽히는 일이 없으며, 오로지 사용자들의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지켜주는 통에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협박을 받게 된다면? 랜섬빈은 “협박은 10회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데이터가 잘못되었거나 너무 오래되었거나 가짜라면 사업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검사한다”고 하는데, 그 검사 방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아직 운영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언어와 습관, 언뜻언뜻 비치는 사고방식 등을 봤을 때 미국인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들은 현재 트위터 계정을 통해 랜섬빈을 홍보하고 있으며, 사이버 범죄자들 사이에서는 이 서비스에 대한 소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중이다. 다크웹의 포럼 여기저기서 이 서비스에 대한 후기가 나오고 있으며 대부분 괜찮다는 평이다.
사이버 지하시장의 진화 속도는 어마무시하다. 정말 상상도 못한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 판국이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 역시 언젠가 나올 것이었다. 랜섬웨어 공격 툴들도 값이 낮아지고 있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서비스까지 등장해 랜섬웨어 공격이 날이 갈수록 쉬워지고, 이는 즉 앞으로 더 많은 랜섬웨어 공격이 몰려올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랜섬빈 운영자들이 정말로 미국인들이라면 서비스의 수명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지하시장 혹은 다크웹은 러시아나 브라질, 극동 지방의 그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찾기가 쉽다. 정부기관에 의한 ‘셧다운’이 자주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이 미국이란 나라다. 그러니 랜섬빈도 같은 운명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발, 그 시간이 단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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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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