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애플 편 들어 공동 소견서 낸 아마존의 이상한 행보
암호화 지원 기능 없애 업무에 아마존 기기 활용하는 것 매우 위험

[보안뉴스 문가용] 아마존이 자사의 OS인 파이어 OS 5(Fire OS 5)의 암호화 지원을 중단했다. 이는 애플과 FBI의 싸움으로 대변되고 있는 ‘암호화 전쟁’에서 FBI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움직임이다. 동시에 암호화의 무력화를 걱정하는 업계 및 프라이버시를 우려하는 사용자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가는 것이기도 하다.


▲ 뒤통수가 어쩐지 서늘한 건 내 머리숱 문제겠지...

파이어 OS 5는 지난 가을에 출시된 것으로 아마존은 이번에 암호화 지원 기능을 없앤 이유로 “사용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점을 꼽았다. 즉 애플과 FBI의 다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아마존의 독자적인 사업 운영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 주 아마존이 구글, 페이스북, MS, 시스코 등과 함께 애플 대 FBI 사건에 대한 공동 소견서를 낸 것으로도 뒷받침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타이밍 계산이 완전히 잘못된,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파이어 OS가 시장에서 비주류에 속하고, 그래서 암호화의 지원 여부가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더라도, 애플과 FBI가 대립각을 세우는 통에 암호화 기술 자체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이 예민해져 있기 때문이다.

당장 IT 보안 및 컴플라이언스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코베타(David Scovetta)는 트위터를 통해 “애플이 착한 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 아마존은 파이어 OS 5에서 암호화 옵션을 제거했다”며 둘을 직접 비교하고 나섰다. 스코베타는 파이어 OS가 설치된 기기 사용자들을 위한 사용자 가이드도 업로드시켰다.

일부 아마존 사용자들의 반응 역시 ‘달갑지 않아’ 보인다. 아마존 킨틀 포럼(Kindle Forum)에 있는 사용자들의 코멘트 일부를 발췌해왔다.

1) 이제 업무용 이메일을 파이어 HDX 8.9에 저장할 수 없게 되었다. 안심하고 이 기기로 어디서나 메일을 처리할 수 있어서 정말 편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히 암호화라는 중요한 기능을 이렇게 과감히 없앨 수 있다는 게 정말 충격적이다. 앞으로 아마존 태블릿 사용할 일이 없어 보인다.
사용자 ID : beekalmer

2) 나만 이렇게 걱정스러운 게 아니었다니. 역시나 킨들을 업무용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게 가장 큰 타격이다. 회사 정책상 암호화가 안 되는 환경에서는 아무런 업무도 할 수 없다. 아니,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어떻게 한 번에 칼 같이 삭제할 수 있는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욕설 삭제) 지난 6년 동안 꾸준히 킨들만 사용했는데, 이제는 다른 OS로의 이동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사용자 ID : George Burdett

3) 나에게 남은 건 네 가지 옵션 뿐이다. Fire OS 4에 그대로 남아 암호화를 얻는 대신 이전의 안드로이드 취약점을 죄다 가져오거나, Fire OS 5로 업그레이드를 해서 기기 분실 시 손도 못 써보고 모든 데이터를 죄다 털리거나, 아마존 말고 다른 브랜드 기기를 또 비싼 돈 주고 구매하거나, 내가 직접 OS를 개발하거나. 근데, 네 가지 다 별로라는 게 문제다.
사용자 ID : John G.

구글이 자사 OS의 영향력이 미비하고, 실제 암호화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비율은 더 낮기 때문에 암호화를 없앴다는 말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태까지는 비판 일색인 시장의 반응에도 ‘어차피 미비한 비율’이라고 답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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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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