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인권 관련 인사도 미국 정부에 “매우 신중한 태도 필요” 권고
[보안뉴스 문가용] 아마존, 박스, 시스코 시스템즈, 드롭박스, 에버노트,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질라, 네스트, 핀터레스트, 슬랙, 스냅챗, 왓츠앱, 야후 등 손꼽히는 IT 기업들이 정식으로 애플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에 3월 3일자로 자발적인 소견을 제출함으로써 법정조언자 자격으로 애플 대 FBI 사건에 발을 담근 것이다.
▲ 모처럼 뭉쳐서 법원까지 왔으니 다 같이 기념샷!
“우리는 애플과 극심한 경쟁 구도에 놓여 있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우리 모두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자신들의 정보를 보호해주기를 기대하고 신뢰해주는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공동으로 소견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 소견서의 일부 내용이다.
이들이 말하는 이번 사건이란 지난 2월 16일 FBI가 애플 기기의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달라고, 영장까지 받아서 애플에게 명령한 바로 그 사건을 말한다. FBI에게 영장이 발부되었던 근거는 ‘모든영장법’으로 이는 1789년에 제정되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1977년 ‘미국 대 뉴욕 텔레폰’ 사건에서 모든영장법에 의한 영장 발부 및 법정 명령이 “제3자의 자율성에 심각한 침해를 야기할 것이 우려”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면서 “모든영장법이라고 해서 제3자에게 제한 없이 뭐든지 요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동시에 “모든영장법을 근거로 비이성적인 요구를 강요할 수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즉 해당 판례에 비추면 이번 FBI와 애플의 다툼은 애플 쪽이 더 강력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셈.
FBI의 ‘모든영장법’ 활용을 반박할 수 있는 법률 또한 존재한다. 1994년의 감청통신지원법(CALEA)이 바로 그것이다. 통신사 및 통신 기기 제조사가 법원의 명령 아래 사법 기관의 전화 및 통신 도청을 가능하게 하도록 서비스 및 상품을 기획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히 “통신사 및 제조사에게 복호화에 대한 책임이 부여되는 건 아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법정조언자들은 소견서에 암호화 및 보안 기술이 자신들의 사업 생존에 큰 부분을 담당한다고도 설명했다. 특히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암호화 및 보안 기술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그 약속은 누군가에 의해 그 약속이 강제로 깨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안장치를 강제로 깨버리는 툴이 주인을 잘못 만나면, 그 뒷감당을 해야 하는 건 미국 정부가 아니라 우리 IT 기업들일 것이다. 고소를 당하고, 고객을 잃고, 명성에도 금이 가는데, 이 모든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건 일방적으로 기업들일 뿐이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모든 기술 기업들에게도 언젠가 닥칠 문제다.”
이번 소견서를 제출한 법정조언자들의 공판일은 3월 22일 오후 1시로 예정됐다. 담당 판사는 쉐리 핌(Sheri Pym)이다.
구글의 법무 및 정보보안 책임자인 리차드 살가도(Richard Salgado)는 3월 3일 블로그를 통해 구글의 참여를 따로 알리기도 했다. “구글은 사법 기관이 사회의 안녕을 위해 매일 감당해야만 하는 일들의 압도적인 양과 난도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에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정부의 테러 박멸과 범죄 척결을 위한 노력에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만큼은 같은 감정을 가지기가 힘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사회 안녕과 수사를 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너무나 과한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UN의 인권고등판무관실의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Zeid Ra┖ad Al Hussein) 역시 3월 4일 미국 정부기관 관계자들에게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을 진행함에 있어서 매우 신중한 태도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인권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암호화 툴은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권 전문가 및 변호사들을 비롯해 시민단체, 기자들, 내부 고발자들, 정치망명자들 등 사용자들도 다양합니다. 이들이 암호화 툴을 사용하는 이유는 직접적인 폭력과 억압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의 성명서 중 일부 내용이다. 또한 “암호화와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개념”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암호화 기술 때문에 목숨을 지킨 사람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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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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