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이버 세상 이끌어가는 경찰청의 ‘찰리 채플린’“사이버범죄 피해예방에 초점 맞추고, 사이버안전국 역량 높일 것”
[보안뉴스 김경애]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의 새로운 국장님이 취임하신지 벌써 한달 되셨다고 하네. 인터뷰 한번 해야 하지 않겠어?” 쏟아지는 정보보호 이슈로 몸도 마음도 바쁜 기자의 고개는 데스크의 말에도 불구하고 노트북에 고정돼 있었다.
▲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박화진 국장
“그분 좀 특이하신가봐” 고개 한번 돌릴 여유가 없었던 기자의 마음과 달리 이번엔 데스크의 말에 자동으로 타이핑이 멈춰졌다. 호기심이란 기자의 본능 때문인지 손가락은 이미 전화기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가끔 ‘당신은 경찰관 같지 않다’라는 얘길 많이 듣는다는 박화진 경무관. 지난해 12월 22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수장으로 취임한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다. 안 그래도 지난해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사이버안전국으로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면서 주목하고 있던 찰나에 박화진 국장이 사이버안전국을 어떻게 리드해 나갈지 기자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뭔가 좀 다르다는 데스크의 말과 수필집까지 낸 문인이라 하니까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뭔가 예사롭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마주한 박화진 국장과의 첫 대면은 기자를 적잖이 당황케 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고개를 치켜든 순간 찰리 채플린 모자와 매끄러운 콧수염이 돋보이는 독특한 사진이 액자 속에 떡 하니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라는 직업이 좀 딱딱하잖아요. 여기 오는 직원들을 좀더 편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사건·사고를 처리하다보면 인상이 굳어지기도 하고, 권위적인 느낌도 주죠. 몸이 경직되면 사람의 머리도 경직되거든요. 그런데 관리자까지 딱딱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머리는 말랑말랑하게 가슴은 따끈따끈해야죠.”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원들을 배려해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어 다소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걸어놓았다는 박화진 국장. 30여년의 경찰생활을 거치면서 웃음과 여유가 필요한 부하직원들을 위해 체득한 그만의 노하우다.
그럼 사이버치안을 총괄하는 중책인 사이버안전국장을 맡아온 지난 한 달여는 어땠을까? 더욱이 인터넷 문화의 확산과 대중화로 인해 사이버범죄의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신종 범죄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이버안전국의 수장이라는 자리는 결코 녹록치 않았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립 당시부터 사이버안전국에서 근무하고 싶었고, 지금도 너무 만족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작년 사이버안전국이 신설될 때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실제 이렇게 근무할 수 있게 되서 너무 기쁘죠. 하지만 사이버치안의 총책임자라는 중책을 맡아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죠.”
창조와 열정을 무기로 사이버안전국 수장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그는 평소 사이버안전국 직원들에게도 창조적인 사고를 강조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저는 ‘남다른 생각이 창조의 아버지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는 스티브 잡스나 에디슨처럼 늘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창조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은 결국 남들과 다른 창조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죠. 그만큼 창조적인 사고방식은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불광불급’을 언급한 그는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켜 신나게 일에 몰두하면 사이버치안에 있어서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사이버안전국은 2013년 대비 사이버금융범죄 피해 발생건수를 60% 이상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사이버금융범죄는 해외조직 검거의 어려움으로 인해 피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박 국장은 사이버범죄 중 가장 개선되지 않는 범죄로 사이버금융범죄를 꼽았다. 그렇기에 피해 발생건수가 줄었다는 결과에만 안주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15년을 사이버안전국에 있어 도약의 해로 삼고 있다. 특히 사이버범죄 예방에 주력해 사이버공간에서의 치안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
2015년 사이버안전국의 주요 업무계획으로 그는 사이버범죄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함께 예방 중심의 정책 추진, 사이버안전국 역량 강화, 국제공조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 강화 등을 꼽았다.
“사이버치안은 최우선적으로 사이버범죄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불법도박, 인터넷 사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관기관과 협력해 사전 탐지와 정보 공유 등을 통한 피해예방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또한, 경찰에 접수되는 사건들을 실시간 분석해 특이동향이 발견되면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고, 이를 적극 홍보해 피해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두 번째로는 전문교육 강화 등을 통해 수사역량을 향상시킴으로써 사이버안전국의 전문성을 한층 더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최신 수사기법 발굴과 연구로 진화하는 신종 사이버범죄에도 적극 대처할 계획이다.“World Best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만큼 사이버안전국의 역량을 높여야죠. 올해 초부터는 사이버치안 역량 강화를 위한 TF를 구성하는 등 이를 위한 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어요. 특히, 신기술을 활용한 공격 등 갈수록 진화하는 범죄유형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안전국만의 특화된 전문성을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수사역량을 높일 계획이에요. 또한, 유관기관과 민간기업과의 협업 확대를 통해 실효성 있는 안전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이버범죄자 추적 등 사후적 조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공조 등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게 박화진 국장의 설명이다 그의 인자한 웃음과 부드러운 카리스마 속에서도 사이버안전국의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그의 강력한 의지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사이버안전국장 취임 한 달만에 창조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가 2015년 사이버세상을 얼마나 안전하게 바꾸어 나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경애 기자(boan3@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