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관통하는 보안 소식] 2024년 12월 1주차, “대통령들”

2024-12-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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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과 시리아의 대통령들, 각자의 상황으로 헤드라인을 화려하게 장식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12월 1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대통령들’이다. 여러 나라의 대통령들이 1면 헤드라인을 탐냈던 한 주였기 때문이다. 아사드가 먼저 어색한 침묵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더니, 결국 가족을 버리지 못한 바이든의 결정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 모든 걸 덮는 한국 대통령의 정치적 움직임이 시선을 강탈해갔다.

1.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긴급 담화를 시작하며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러더니 국회 출입문까지 폐쇄하고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는 게 유일하게 국회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회의를 열었고, 결국 다음날인 오전 1시 1분,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소집됐던 계엄군은 국회에서 철수하기 시작했고, 국회의장은 가결된 결의안에 힘입어 대통령실과 국방부에 계엄 해제 요구서를 발송했다. 그러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가장 큰 두 개의 당인 국민의 힘과 민주당은 각각 해제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고, 미국도 한국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이 사건을 1번 헤드라인에 내걸었다. 모두가 그 무엇보다 ‘왜 한국의 대통령은 그렇게까지 했을까?’를 궁금해 했고, 나름의 추측과 분석을 내놓았다. 한없이 낮아지는 지지율에서부터, 영부인과 관련된 스캔들까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던 문제들이 다시 한 번 여러 지면에 나열됐다. 결국 거의 하루가 지난 시점에 윤 대통령은 “(반대당이자 다수 당인) 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시선은 이 사건 이후 민주당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쏠렸다. 아니나 다를까, 민주당은 탄핵을 외치기 시작했다. 많은 시민들도 거리로 나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 이 외침에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으로 남아있다. 한국에서 계엄령이 마지막으로 선포된 건 1979년이었고, 그 계엄령은 440일 동안 유지돼 81년 1월에야 해제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약 45년 만에 계엄령이 선포된 것인데, 이번 계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의 계엄과 다른 것은 이렇다 할 사건이 없었다는 것이다. 1979년의 계엄은 박정희 대통령 피살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된다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치계가 지나치게 양분화 되었고, 협치라는 게 완전히 잊혀진 듯 보이는 게 더 깊은 문제라며, 보통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양극화에서부터 민주주의의 정신이 약화되어 왔다고 경고했다. 즉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건 특정 리더의 거취를 넘어, 사회 전체가 양극으로 나뉘어 싸우면서 민주주의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 그 자체라는 의미다.

2.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그에 대한 여론이 더 나빠질 것도 좋아질 것도 없어 보였지만, 이번 주의 결정 하나로 여론이 악화됐다. 그가 대통령 사면권을 행사했기 때문인데, 그 대상은 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Hunter Biden)이었다. 바이든은 여러 차례 “아들을 위해 대통령 사면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해왔었다. 그 약속을 임기 끝에 와서 어긴 것이다. 헌터 바이든 측 변호인단은 대통령 사면권이 마지막 탈출구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기는 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헌터 바이든은 올해 6월 마약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무기를 구매하고 소지하고 있었다는 혐의로 인해 이어진 재판에서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의 마약 문제, 그로 인해 가정이 파탄났다는 사실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과 같은 사안이었고, 반대파들에게 끝없이 제공되는 공격거리이기도 했다. 바이든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터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금과 관련된 9가지 혐의가 더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9월 이 혐의들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그는 경호, 스트리퍼, 자동차, 마약 등에 돈을 아끼지 않고 썼으면서도 140만 달러라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에게는 징역 17년 형과 100만 달러 벌금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선고일은 12월로 예정되어 있었고, 이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게 헌터 자신은 물론 아버지인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큰 압박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면서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왔고, 바이든 대통령은 여느 미국인들처럼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냈으며, 그 휴일이 끝나자마자 사면권을 발동했다.

미국에서 헌법이 제정되던 당시, 참여했던 사람들은 재판부를 정치에서 독립시키고 싶어했다. 그래서 재판과 관련된 국가 기능에 독립적 권한을 부여했는데, 문제는 이 독립적인 법관들을 견제할 장치도 같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그 감시와 견제의 힘을 주기로 했는데, 그것이 바로 범죄자 사면권이었다. 재판관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재판부를 견제한다는 건데, 문제는 이 논리의 흐름이 지금의 상식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헌법이 제정되던 그 몇 백년 전에는 자연스러운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국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이 점을 꼬집으며, 대통령이 견제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킨 것이 아니라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보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부터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희생시켜서라도 가족을 우선시 하고, 가족부터 생각한다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측근에서 최근까지 일해왔던 이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사면권을 발동할 것이라는 걸 모두가 마음 한 구석으로는 짐작하고 있었다”며 “다만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3.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권 발동은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시험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계엄령 선포는 한국식 민주주의로 막았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장악력 그 자체를 시험받고 있는 건 시리아의 아사드다. 수년 동안 잠잠하던 반군들이 갑자기 들고 일어나 시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알레포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이 사실 끝나지 않았다는 걸 세계는 갑자기 깨닫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시선은 아직까지도 잠잠히 있는 아사드에게로 돌아가게 됐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아사드 대통령은 어쩌면 현대 역사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아랍의 봄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불어닥쳐 많은 독재자들이 물러났을 때, 아사드는 자국민을 죽이는 편을 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제 사회가 금지한 독가스까지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단체가 아사드를 가장 크게 반대했고, 아사드 역시 이들을 가장 중요한 표적으로 삼아 공격했었다.

아사드와 반대파의 다툼은 심각한 내전 상황으로 치달았고, 다른 나라들까지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쿠르드족 편에 서서 이들을 지원했고, 러시아와 이란은 아사드 편에 서서 미국의 영향력 확산을 견제했다. 특이하게 시리아와도 나름 친하게 지내고, 러시아와도 별 탈 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튀르키예가 반군들의 편에 서기도 했다. 이 튀르키예는 나중에 직접 군을 시리아로 보내기까지 한다. 이런 혼란 때문인지 시리아 내전은 열강의 대리전 양상을 띄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정의롭든, 민간인들의 피해가 너무 컸다. 그래서 튀르키예와 러시아가, 그리고 미국이 싸움을 중단하기로 합의하고 시리아로부터 한 발 물러났다.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이 시리아 일부 지역을 점령한 채였고,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반군 역시 나름의 영토를 확보하고 있던 상태였다. 반군이 차지한 지역 외 나머지 땅만 아사드가 가져갔는데, 그마저도 러시아와 이란이 배후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사드가 시리아의 공식 대통령인 건 맞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시리아의 좁은 영역에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도 싸우기 시작했는데, 그 싸움에 이란이 휘말렸다. 아사드를 지켜주던 가장 큰 힘 두 개가 자신들의 일로 바빠지기 시작한 것으로, 아사드 정권의 힘이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반군들이 연합하여 알레포를 차지한 것이 바로 이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알레포는 원래 반군들이 차지하고 있었으나 아사드 정권이 러시아와 이란의 힘을 받아 8년만에 빼앗은 곳이었다. 하지만 반군이 일어나고 알레포를 되찾는 데 8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시리아 정규군은 저항도 못하고 도망친 것으로 전해진다. 아사드는 아직까지 가만히 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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