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등록부, 과도한 정보공개로 인권침해

2008-03-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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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입양하면서 친부모에게 친자포기각서까지 받았다. 우리 부부는 공개 입양을 통해 아이들이 사회에서 더 당당해지기를 바랐고 입양할 때도 허위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입양특례법에 따라 양자 입양 절차를 거쳐 호적에 올렸다. 하지만 아들의 기본증명서에는 ‘기아발견’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허위 출생신고를 하면 문제가 없는데 법과 원칙대로 하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법대로 하는 게 불이익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냐. 우리 부부는 국가위원회 진정이든, 헌법소원이든 우리 아들과 딸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전 남편의 알코올중독과 폭력으로 힘들게 이혼한 지 10년이 지났다. 최근 은행에서 서류가 필요하다고 해 동사무소에 가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봤더니 키우지도 않은 아들이 우리 이름에 올라와 있었다. 잊고 살았던 아들이 생각나 몰래 아들 학교에 찾아가보니 아이 아빠는 아직도 술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새엄마는 아들에게 설거지와 청소, 빨래 등을 시킨다고 한다. 너무 속상했다. 하지만 폭력적인 남편이 훗날 아이를 핑계로 찾아올 게 더 무서웠다. 또한 지금 시댁식구들은 내가 재혼이라는 것을 모른다.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남편이 굳이 알리지 말라고 했다. 이렇게 개인 사생활을 다 공개해서 피해본다면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져 줄 것인가.”

25일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주최로 열린 ‘가족관계등록법 권리침해 실태발표 및 대안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사례 발표자들은 말하는 도중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러번 굳게 입을 다물었지만 복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했다.

3월 새학기가 되면서 각 학교마다 가정생활환경조사서와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요구가 늘고 있다. 학교뿐 아니라 새내기 직장인들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필수서류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인 가족관계등록법이 과도한 정보공개로 논란을 빚고 있다. 시행된지 불과 3개월만이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3월 1일부터 20일까지 긴급하게 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권리침해 사례를 모았다. 조사에 따르면 총 37사례 가운데 가족관계증명서로 인한 피해가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혼인관계증명서는 5건, 기본증명서와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에 관한 내용은 각각 1건이 접수됐다.

각 사례를 분석하면 이혼한 경우 과거 자녀의 기록이 나오거나, 몰랐던 친부ㆍ친모가 증명서에 나와있고, 재혼한 경우 현재의 자녀 기록이 없거나 자녀 증명서에 부모가 없고, 입양아이가 기아발견으로 기재되고, 친권자 변경기록이 나오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특히 입양과 관련해 대구 대안가정운동본부 사무국장인 김명희 씨는 “가족관계등록법이 가족을 정할 때 철저하게 혈연관계에 입각했기 때문”이라며 “기존에 입양특례법에 따라 입양된 사례는 현행 친양자입양으로 자동전환 되거나 간단한 절차를 통해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이원형 씨는 “호주제 폐지의 배경에는 가족 내 성평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존중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음에도 또 다시 ‘정상가족’ 중심의 신분등록제도가 도입된 것은 몹시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하지만 가족관계등록제도 자체의 문제보다 취업지원 등에 있어서의 과도한 정보공개 요구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로텍의 권정순 변호사는 법률에 나타난 개인정보 보호 정도를 설명하며 “개인 신분관계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각 증명서의 용도를 제한하는 방법이 아닌 각 증명서에 기재되는 내용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권 변호사는 “국가는 업무처리의 효율성을 일정 부분 희생하더라도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입법자들과 관계 기관의 개인 정보보호 의식 부족을 꼬집었다.
[동성혜 기자(boan1@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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