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박미영 기자] 통상적으로 과학기술의 미래예측에는 주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를 수렴하는 방식인 델파이 기법 등이 주로 활용되며, 이 경우 미래예측의 정확도는 세계적으로 30%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과학기술의 발전과 확산을 이끄는 거시적 트렌드를 파악하는 방법론의 개발이 좀 더 고도화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KISTI는 최근 과학기술의 미래 성장가능성에 대한 딥러닝 기반의 예측모형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2020년대 중반까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래 유망 기술 10선을 도출했다.
KISTI 미래기술분석센터와 명지대 데이터사이언스 연구실이 공동 개발한 이 미래예측모형은 기술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구성하고, 딥러닝 기술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한 데이터는 최근 12년간 전 세계에서 출판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포괄한 약 1,600만건의 논문 정보이다. 이들 문헌들의 인용관계를 통해 약 4,500개의 유사한 주제로 묶인 ‘기술군’을 생성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군의 네트워크 구조정보·연구 내용과 연구 분야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수치화해, 딥러닝 예측모형을 완성하고 7년 뒤의 고성장 기술군을 도출했다.
구체적으로 대상 기술군에 대해 유사도 기반 문헌 연결망을 구성해 ‘모티프’ 기법을 활용한 네트워크 임베딩 벡터를 생성하고 상층에서는 분류코드 정보의 분포에서 연구 분야 임베딩 벡터를, 하층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언어처리모형을 활용해 문헌의 초록 텍스트 임베딩 벡터를 각각 추출했다. 이들 벡터를 결합하고 단기적 변동 정보를 추가해 기술군의 7년 후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는 최적의 딥러닝 예측 모형을 구성했다. 학습된 딥러닝 모형의 성능은 약 86.7% 정도의 상당히 높은 예측 정확도를 얻었다.
최종 도출된 10대 유망 기술에는 ‘수소에너지 활용을 위한 재생에너지 저장·변환 기술’ ‘차세대 친환경 냉난방 시스템 핵심 소재 기술’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 ‘자율주행 고도화를 위한 차량 제어 기술’ ‘AI 기반 머신 비전 기술’ ‘초고성능 콘크리트 기술’ ‘생물다양성 연구’ ‘고압직류송전(HVDC) 기술’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초분광 영상 기술’이 포함됐다.
△‘수소에너지 활용을 위한 재생에너지 저장·변환 기술’은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연료전지에 활용하는 기술이며, 재생에너지의 저장 및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
△‘차세대 친환경 냉난방 시스템 핵심 소재 기술’은 전기식 에어컨의 대체 기술인 흡착식 냉난방기 기술에서의 안정적인 나노흡착제 개발 기술로서 온실가스 저감에 크게 기여한다.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바이오연료·화학제품·건축자재 등의 유용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탄소저감 이외에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기술이다.
△‘자율주행 고도화를 위한 차량 제어 기술’은 주행 중 급변하는 상황을 인식해 차량의 능동적 자세 제어 및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로, 데이터 처리 성능 및 지능화가 매우 중요하다.
△‘AI 기반 머신 비전 기술’은 이미지를 획득하고 처리해 자동화된 판단을 수행하는 제반 기술로, 딥러닝 기반 이미지 처리·분류 기술의 획기적 발전과 스마트 팩토리 등 4차 산업 발전으로 적용 영역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초고성능 콘크리트 기술’은 장수명 건축·구조물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대응해 기존 콘크리트 대비 우수한 염해저항성, 탄산화 방지 등 내구성을 높여 구조물의 노후화와 열화 현상을 지연하는 기술이다.
△‘생물다양성 연구’는 생물종을 발굴하고 이들의 서식 환경에 속하는 모든 생물과의 상호작용, 종 내의 유전자와 한 집단 내 개체들 사이의 유전적 변이 연구 등을 포괄한다.
△‘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은 생산된 교류전력을 직류로 변환해 고압으로 송전하고 다시 교류로 재변환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력 손실이 적고 안정적인 전송이 가능한 차세대 송전 방식이다. 국가 간 전력망 구축, 신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등 관련 수요가 급속 확대 중에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이족보행을 포함해 인간의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어가 가능한 인간형 로봇 제작 기술이며, 최근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한 인지·판단·예측·위험회피 등의 지능화 관련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초분광 영상 기술’은 이미지 픽셀당 세분화된 대역의 스펙트럼 정보를 획득해 특정 대상이나 물질의 식별·발견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며, 최근 소형 이미지 센서 기술·1,000개 이상 분광 밴드 수의 극초분광 이미징 기술·머신러닝 기반 대규모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 결합돼 크게 발전하고 있다.
KISTI 이준영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는 예측 모형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이번 연구와 같은 데이터 기반의 예측 결과와 전문가들의 통찰력을 접목하는 선순환 구조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기술예측을 포함한 R&D 전략 수립에 데이터 기반 분석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연구 활성화가 요구되며, ‘이용 가능한’ 데이터 인프라의 확대 및 활용체계 구축에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빅데이터 기반 과학기술산업 이슈 분석채널인 KISTI DATA INSIGHT 제11호에 전문이 수록돼 있다.
[박미영 기자(mypark@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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