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 영국의 처칠 수상이 운전기사에게 차를 급히 몰게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발견한 교통 경찰관이 차를 세웠다. 운전기사가 “처칠 수상께서 타셨다”고 경찰관에게 소리쳤다. 여기에 굴하지 않은 경찰관은 “과속은 과속이다. 딱지를 뗄 테니 벌금을 물라”고 대답했다. 처칠은 벌금을 물게 됐지만 자기 직분을 충실히 수행한 교통경찰의 철저한 근무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업무를 마친 처칠은 사무실로 돌아와 경시총감을 불러 그 경찰관의 특진을 명했다. 그러나 경시총감은 “과속차량을 적발했다고 특진시키라는 규정은 없다”며 이를 한 마디로 거절했다.

[사진=iclickart]
이 일화와 대조되는 사건들이 국내외 공항에서 잇달아 발생했다. 일전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소속 모 국회의원이 김포공항에서 항공보안 검색요원(검색요원)을 상대로 “내가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는지 찾아오라. 고객에게 갑질을 하는 것이냐. 책임자 데려와라”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서 한 한국인 여성 관광객이 태국공항에서 스캐너를 이용해 보안 검문을 시도한 검색요원의 뺨을 때리는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또, 제주공항 출국장에서는 20대 여성이 검색요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사건도 있었다. 이 20대 여성은 유효 기간이 만료된 임시주민등록증을 갖고 공항검색대를 통과하려다 제지당하자 “항공사에서는 이걸로 표를 끊었는데 왜 제재하느냐”며 폭력을 행사했다. 땅콩 회항 이후 한동한 뜸했던 항공보안법상이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 것이다.
보안검색은 비행기를 탑승하려면 꼭 한번은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보안검색은 항공보안법 제2조 9호에 따라 항공기내의 불법방해행위를 방지함으로써 항공보안과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무기나 폭발물 등 위험성이 있는 물건을 탐지하고 승객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다.

▲황호원 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
독일의 법철학자 예리네크는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며 모든 국민이 마땅히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라고 주장했다. 구성원이 법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그 국가는 위험한 상태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의 준수와 관련한 한국인의 의식이나 행태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부끄럽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는 “지키기에 불편한 구석이 없는 도덕 계율은 없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법을 지키는 것은 불편을 초래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불편하다고 해서 법을 지키지 않으면 이 세상은 혼돈 그 자체일 것이다. 보안검색은 항공보안의 기본이자 첫걸음이다. 따라서 모두를 위한 안전한 운항을 위해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각자가 조금의 불편함을 나누며 질서를 지켜 나가는 작은 준법정신은 항공보안과 안전을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절차를 거부하는 자에게는 보다 확실한 제재도 필요하다. 비록 법규정상으로는 높은 벌칙을 정해놓고 있음에도 실제 고발이 이뤄지거나 검거되는 비율이 낮고 법 집행도 신속하지 못해 효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준법정신의 함양과 반복되는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사안에 대해 보다 엄격하고 정확한 법집행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_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항공보안포럼위원장(howonhwang@k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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