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포스터]
[보안뉴스= 이만종 대테러안보연구원장] 지난 7월 중순 이슬람 극단주의추종자들의 활동이 활발한 인도네시아의 관광도시 ‘욕야카르타’ 시내에서 테러 용의자 3명이 경찰 대테러부대와 총격전을 벌이다 사살됐다. IS의 중동거점이 위축·쇠퇴하였지만 테러거점의 이전에 따른 풍선효과로 동남아지역의 테러정세는 더욱 불안해지고 있는 현상이다. 지역 토착 반란 세력들은 IS라는 브랜드와 이데올로기를 채택한 뒤 새로운 테러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더욱 파괴력을 갖는 세력으로 변형되거나 온라인 선전 도구 등을 활용해 ‘외로운 늑대’들의 ‘자생적 테러’로 전략을 전환하면서 테러전선을 확산시키고 있다.
실제 점령지와 조직원 같은 물리적 실체가 소멸해도 이데올로기 또는 프로젝트는 마치 불사신 다이하드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고, 계속 국제사회의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지리아의 악명 높은 무장단체 ‘보코하람’, 이집트의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 알제리의 ‘알무라비툰’ 등 IS에 충성을 맹세하거나 연관이 있는 지부 조직은 여전히 건재하다.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튀니지, 예멘, 소말리아 등의 무장 조직도 독자적으로 활동하되 극단주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신디케이트 형태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현지의 권한을 강화한 ‘분권형’으로 조직을 이미 재편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거점이동 및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이동한 지역에서의 토착화와 맥락화가 이루어질 경우, 더욱 파괴력을 갖는 유사세력으로 변형되어 나타날 수 있다. 비록 점령지는 없지만, 잔존세력들은 새로운 조직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무정부상태와 프랜차이즈 형태로 재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국으로 돌아온 아시아 국가출신의 지하디스트들도 현지추종세력과 함께 새로운 거점지역을 구축하거나 테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무슬림 18억 명의 60% 이상이 거주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IS 거점붕괴로 인한 ‘풍선효과’의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위험 지역이다. 추종세력들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미얀마, 태국남부 등을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에는 1200명 정도의 세력인 남부 민다나오 섬의 이슬람 무장 세력이 필리핀 정부군 및 경찰과 수시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약 2억 6,000만 명의 인구 중 90%가 이슬람을 믿는 세계최대 무슬림국가로 최근 정치권과 사회에서 강경 이슬람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약 30개의 조직, 1000명 정도의 무장대원이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2005년 발리 자살폭탄 테러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슬람원리주의 과격무장단체인 제마 이슬라미야(JI) 같은 극단주의 단체들의 활동은 주목할 대상이다. 이들의 목표는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와 필리핀 남부, 태국 남부를 잇는 동남아 이슬람 제국의 건설이다. 금년 8월 개최예정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테러위험이 걱정되는 이유이다.
이는 동남아지역의 잠재적 테러 위험이 유럽과 미국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IS의 괴멸이 아니라, 오히려 혹독한 싸움의 전개가 우려된다. 만일 이들의 동남아 확산이 계속된다면, 인접지역인 한국의 테러위협도 증대될 수 있다.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경제·사회·문화의 인적·물적 교류는 위축될 것이고, 무고한 인명 피해 및 국가신용도가 떨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며, 관광객 감소로 인한 피해도 심각해지는 등 테러의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외로운 늑대’의 테러 및 IS이후 새로운 버전의 테러, 그리고 IS의 동남아지역 확산에 따른 테러 등의 위협에 대해서는 아직 그 대비가 미흡하다. 테러예방의 생활화, 법제적 보완 등 대테러역량과 출입국보안, 해외교민·해외여행자 보호대책수립과 같은 정책적 대비책도 철저히 강구해야한다. 그러나 강력한 대테러정책과 난민억제와 같은 원론적 처방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벼랑에 서게 하는 불평등과 차별, 그리고 무시와 소외를 해소하는 국가적 정책에 대한 동시적인 노력이다.
테러에 대한 생각도 지금처럼 이슬람 급진화의 문제라는 방향에서만 생각한다면 이슬람에 대한 공포감만 증가하고, 무슬림들은 모두 잠재적인 테러범이 될 뿐이다. 이로 인한 이슬람혐오증과 극우지지는 결국 인종주의라는 피폐한 감정만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서로 다른 종교 간의 대립적 감정을 완화하면서 상호 호혜롭고 평화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증오와 혐오로 점철된 문명 간의 또 다른 충돌을 방지할 수 좋은 대안이다. 분쟁과 테러는 아무리 명분이 있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악이며 야만 일뿐이다. 우리는 결코 인간을 죽임으로써 평화롭게 사는 법을 배워서는 안 된다.
[글_이만종 대테러안보연구원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manjong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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