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한계 극복위한 다각적 노력 필요
최근 춘천시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도둑이 들어 매장안의 휴대폰과 현금을 털어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매장 안에는 보안경비업체가 설치한 열선감지기와 충격 감지기가 있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내 보안경비업체들이 상가와 빌딩 사무실 등에 무인 경비시스템으로 설치하는 열선감지기가 우산 등으로 가로 막으면 침입 사실을 감지하는 센서가 실내온도와 기류변화의 신호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뒤받침하고 있어 무인경비업계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범인은 건물 뒤편 창문을 통해 들어와 체구가 작은 사람이 겨우 드나들 정도로 석고보드를 자른 후 대리점 안으로 침입했다. CCTV 카메라에 찍힌 범인은 우산을 펴고 낮은 자세로 이동하며 진열장과 수납장에 있던 휴대폰과 현금을 훔친 뒤 달아났다고 밝혔다.
문제는 피해를 입은 이동통신 대리점에 설치된 열선감지기와 충격감지기가 이러한 취약점을 아는 범인의 침입 사실을 감지하지 못해 해당 경비보안업체 관제센터로 침입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기계경비 전문가 정태황 교수(한서대학교 경호비서학과)는 “무인경비업체가 경비대상시설에서 범인의 침입을 감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감지기(센서)가 사용되고 있다”며 “이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감지기 중 하나가 열선감지기인데 이 열선감지기는 그만큼 오작동도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열선감지기는 PIR(passive infrared)센서, 즉 수동적외선센서라고 불리는데 이 열선감지는 인체에 의해 수동으로 감지된다는 의미다. 열선감지기는 인체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범위의 적외선에너지에 의해 잘 반응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주로 인체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한 주변의 온도변화나 주변물체의 움직임 등에 의해 발생하는 기류변화에 의해 작동한다.
정 교수는 “우산으로 열선감지기를 가리면 감지기의 작동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문가나 기계경비업무에 종사하는 기술자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열선감지기는 감지기 자체의 기술적 또는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해 오작동이 발생하는데 기계경비시스템의 오작동은 경비회사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출동으로 인하여 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계경비업체는 시스템 오작동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열선감지기의 특성상 오작동 개선에는 일부 기술적 한계가 있으므로 그 한계를 극복하고 이번 사건과 같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태황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사건의 책임 소재는?
일반적으로 기계경비업자가 경비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상대방에게 오경보의 발생원인과 송신기기의 유지관리방법을 포함하여 기기사용요령, 기계경비운영체계, 손실배상 등에 관하여 설명하도록 경비업법에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경우 기계경비업자가 기계경비시스템의 현장설계를 잘못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 같은 경우 경비업체에서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배상하게 된다.
이와 같은 열선감지기의 한계 극복을 위한 방법은?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열선감지기 자체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비대상시설의 현장분석에 근거한 기계경비시스템 설계와 적절한 센서의 설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대부분은 경비대상시설에 대한 정확한 위협분석 없이 일반화되어 있는 방법에 의해 기계경비시스템이 설치되고 있는데 이는 전문성 부족과 원가를 절감하여 이윤을 증가시키려는 일부 기계경비업자의 인식에 대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열선감지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센서의 기술이 필요한데 센서의 작동을 복합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음파센서나 마이크로웨이브센서와 같이 공간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고 감지방법이 열선감지기와 다른 센서와 결합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기계경비업계의 문제점과 향후 발전 방향은?
또한 기계경비업무의 대응체제를 포함한 기계경비시스템 운영에 관하여 보다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이 포함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경비업법에서는 기계경비업을 영위하기 위해 ‘기계경비회사의 관제시설 등에서 경보를 수신한 때에는 늦어도 25분 이내에 도착시킬 수 있는 대응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계경비사업이 부가가치가 있는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전문성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경향이 있지만,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회사가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은 기계경비시장의 변화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기계경비업은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된 시스템 사업으로, 고객을 많이 확보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계경비시스템이 하고자 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계경비시스템을 구성하는 센서와 장비의 신뢰성 확보와 이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 적절한 시스템 설계와 설치, 경보신호의 관제 및 출동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같이 수행할 때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경비시스템을 무력화시키려는 범인의 노력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범인의 노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태형 기자(boan2@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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