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월드 민세아 기자] 어릴 적 영화나 만화 속 미래도시 모습이 하나씩 현실이 돼가고 있다. 신용카드 대신 바이오정보로 계산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지난 5월 롯데가 야심차게 준비한 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Signature)’가 문을 열었다. 실물 카드 없이도 손바닥만 있으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에 직접 이 곳을 방문했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시큐리티월드 |
바이오인식으로 서비스 품질 향상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근무자가 단순노동인 계산 업무보다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무인 편의점입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 운영업체인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롯데카드의 핸드페이(Hand-Pay)가 적용된 무인 편의점이다.
핸드페이는 롯데카드가 2015년부터 준비해온 결제 기술로 한국후지쯔의 손바닥 정맥인증 솔루션 ‘팜시큐어(PalmSecure)’를 도입해 구현했다. 팜시큐어는 근적외선을 손바닥에 비추면 혈관 속 헤모글로빈이 근적외선의 파장에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패턴을 이용한 기술이다.
손바닥 정맥은 손바닥 피하조직에 뻗어있는 혈관을 말한다.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을 이용해 사람을 판별한다.
한국후지쯔에 따르면, 손바닥 정맥 패턴은 복잡하고 다양해 쌍둥이도 판별이 가능하다. 한국후지쯔는 손바닥 정맥 인식의 정확도를 홍채인식과 견줄 수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정맥 패턴은 15세 이후부터 변하지 않아 한번 등록하면 평생을 사용할 수 있고 눈에 보이는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화로 인해 혈관에 미세한 변화가 발생해도 인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후지쯔는 손바닥 정맥인증 기술로 금융결제원 바이오정보 분산관리 센터의 분산관리 적합성 인증을 받았다.
이런 사전정보를 가지고 정맥인증 쇼핑을 체험하기 위해 롯데월드타워 31층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도착했다. 매장 앞에는 ‘노 캐시, 노 카드, 노 폰(No Cash, No Card, No Phone)’이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고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쇼핑을 위해 필요한 준비들
손바닥 정맥 쇼핑에 앞서 몇 가지 준비가 필요했다. 바이오인증 서비스 이용시에는 항상 등록이 선행돼야 한다.
▲손바닥 정맥 등록 데스크와 핸드페이 등록 단말기ⓒ시큐리티월드 |
아직 시범운영중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처를 이용하려면 롯데월드타워에 입주사 관계자로 롯데카드를 소지해야 한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처 앞에 설치된 등록 데스크에서 손바닥 정맥을 등록할 수 있었다.
롯데카드 바이오인증 서비스 가입 신청서를 작성한 후 신분증과 함께 제출했다. 등록 데스크 도우미가 롯데카드 보유 정보를 확인하면 고객은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을 진행할 수 있다. 이후 손바닥을 4차례 붙였다 뗐다를 반복해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한다. 손바닥 정맥 정보가 등록되면 보유한 롯데카드와 매칭해 등록을 끝낸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저장된 정맥 정보는 이미지가 아닌 난수 형태로 암호화돼 안전하게 저장된다”면서 “빛을 이용한 손바닥 인식이기 때문에 손이 두껍거나 굳은살이 심하게 있어도 인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인 편의점, 모든 것이 ‘셀프’
핸드페이를 이용하기 위한 선행작업을 마치고 비로소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었다. 들어가기 전부터 카드 없이 이뤄지는 쇼핑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 편의점은 출입하는 순간부터 시큐리티 게이트에 손바닥 정맥을 인식해야 했다.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하지 않은 고객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편의점 입구의 인식기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 후 1~2초가 지나자 문이 열렸다.
▲매장 앞에서 손바닥정맥을 이용해 시큐리티 게이트를 통과하는 모습ⓒ시큐리티월드 |
매장에 들어섰을 때 맞이하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주인 없는 가게에 들어온 듯했다. 빼곡하게 놓인 상품에 눈이 갔다.
상품의 가격은 종이 가격표가 아닌 전자 가격표가 알려준다. 전자 가격표는 전자 종이를 기반으로 한 소형 디스플레이 기기로, 직원이 일일이 교체할 필요 없이 할인 쿠폰과 상세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한다.
냉장 진열대에는 ‘전자동 냉장설비’가 적용됐다. 진열대 위에 움직임을 인식하는 센서가 부착돼 있어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사람이 다가가면 투명한 버티컬 블라인드가 열린다.
▲전자동 냉장 설비가 적용된 진열대ⓒ시큐리티월드 |
그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문이 열렸다.
기존 편의점에서 이용하던 봉지 커피나 즉석 커피를 구매하고 싶으면 커피 자판기 근처의 스마트태그를 이용하면 된다. 원하는 제품을 선택한 후 그에 맞는 스마트태그를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커피 자판기는 스마트 태그로 이용할 수 있다. ⓒ시큐리티월드 |
편의점 한쪽 구석에는 담배 자판기도 마련돼 있었다. 아직 판매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바이오정보 성인인증 허가 취득 후 판매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 자동판매기를 설치해 담배를 판매하는 경우는 이용자의 신분을 인식해 성인임을 인증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담배 자판기는 바이오정보 성인인증 허가 취득후 담배를 판매하게 된다. ⓒ시큐리티월드 |
담배 자판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상품을 선택한 후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손바닥 정맥을 인증하면 된다. 계산은 계산대에서 해야 한다.
신용카드는 성인만 발급받을 수 있고 미리 등록된 바이오정보를 바탕으로 구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미성년자의 주류나 담배 구매에 대한 걱정도 줄어들 듯하다. 이런 기술이 널리 퍼지면 불법이 덜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도 싶었다.
매장에는 사람의 행위를 인식하는 스마트 CCTV도 설치돼 매장 안전도 챙겼다.
3D 스캐너로 상품 확인
계산대에는 3D 스캐너가 계산원을 대신한다. 컨베이어 벨트에 상품을 내려놓으면 3D 스캐너가 상품의 모양과 무게를 측정하고 바코드를 자동으로 읽어 POS기에 상품 목록을 띄운다.
▲3D 스캐너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시큐리티월드 |
3D 스캐너라서 바코드의 위치가 어디에 있든 인식을 했다. 3D 스캐너가 상품을 잘못 인식할 때를 대비한 바코드 리더기도 마련돼 있다. 스캔된 상품을 계산하려면 POS기 옆에 마련된 인식기에 휴대폰 번호를 누르고 손바닥을 인식하면 된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포인트를 적립하듯이 말이다. 휴대폰 번호를 누르는 것은 금융결제원 바이오정보 표준 인증에 따른 절차다.
금융결제원에서는 1:1 바이오인식에 대해서만 인증을 발급하고 있다. 결제 과정의 보안성 확보를 위한 절차다. 입력된 휴대폰 번호와 다른 손바닥 정맥이 인식되면 바로 ‘등록된 카드가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POS에 나타난다.
아직 완벽한 무인 편의점은 아냐
솔직히 말하면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완전한 무인 편의점은 아니다. 직원 한명이 청소와 매대 정리, 재고 물품 관리 등을 위해 상주한다. 교환이나 환불이 필요한 경우에도 계산대의 호출 버튼을 눌러 직원을 불러야 한다.
그러나 바이오인증을 사용하기 때문에 출입자의 신원이 확실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업무 강도도 훨씬 낮다. 야간 근무시 유용할 듯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에 따르면 손바닥 정맥 인식 편의점은 향후 세븐일레븐과 롯데마트 가맹점에 선택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지금은 롯데카드 소지자만 손바닥 정맥 인식을 사용할 수 있지만 카드사에 관계없이 핸드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 가능한 카드 범위도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