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봉 남 호텔안전협의회 회장/그랜드 힐튼 서울 안전실장 |
호텔안전협의회(이하 호안회)는 1994년 3월 특급호텔 사장단 회의에서 각 호텔의 보안·안전책임자 모임을 만들자는 제안에 의해 조직된 회의체다. 현재 15개 호텔의 보안·안전책임자가 월 1회 정기모임을 갖고 있으며, 범죄 및 테러 예방을 위한 관련정보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호안회를 이끌다
올해 회장으로 선임된 김봉남 회장은 “우리나라와 근접해 있는 중국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개최되고, 정권이 새롭게 들어선 중요한 시점에 막중한 책임을 맡게 돼 부담이 크다”면서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는 회원사들끼리 보안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보안·안전체계를 서로 컨설팅 해준다면 국내 특급 호텔들의 보안수준이 한층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호안회의 올해 중점 추진사업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회원들끼리 돌아가면서 각 회원사의 호텔을 직접 방문해 회의도 개최하고, 보안·안전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며, 해결책도 함께 도출해내는 것.
“15개 회원사는 국내 대표적인 호텔들이자 치열한 경쟁업체들입니다. 서로를 드러낸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게 사실이죠. 그러나 보안·안전체계와 관련정보는 최대한 서로 공유하면서 보다 나은 방안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호안회와 국정원이 함께 호텔근무자들을 대상으로 대테러관련 집중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동지역의 불안정성과 전 세계에 닥치고 있는 경제위기에다 우리나라는 정권교체 초기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이 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김 회장은 “특히, 외국관광객이 많이 찾는 특급호텔의 특성상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호안회의 문호를 더욱 확대할 것
그랜드 힐튼 서울의 안전실장이기도 한 김봉남 회장은 2004년 호안회에 가입했다. 회원사간의 사건사고 사례와 절도범, 다른 호텔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사람들에 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실제 사건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등 협의회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대테러 예방 차원이나 해외 정상 등 국빈들의 국내 방문시 호텔간 공동보조를 취하게 되면 보안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일례로 지난 3월 베컴을 비롯한 LA 갤럭시 선수단이 내한해 신라호텔에 머물렀을 때 호안회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해서 성공적인 방한을 이끌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호안회의 인터넷 카페를 더욱 활성화해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을 통한 친목도모와 정보교류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올해 계획을 밝히는 김 회장. 또한 그는 현재 서울시내 5성급 특급호텔 위주의 회원사 문호를 5성급 이하 호텔이나 지방호텔 등으로 넓힌다는 목표도 피력했다. “회원사의 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봐요. 규모나 시설이 회원사 수준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보안·안전체계를 전수한다는 자세로 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래야만 우리나라 호텔 전체의 보안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랜드 힐튼 서울 보안담당자로 보낸 20년
그는 호안회 회장이기 전에 그랜드 힐튼 서울 호텔의 안전실장이다. 그는 특전사에 근무하다 1998년 그랜드 힐튼 서울 호텔(舊 스위스 그랜드 호텔)의 창립멤버로 참여해 지금까지 20년 넘게 이 호텔의 보안·안전업무에 종사했으며, 지난 2004년 1월부터 안전실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특전사 생활을 하면서 국가관이나 사명감 등이 보다 투철해진 것 같아요. 이러한 성격이 호텔의 보안·안전업무를 수행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호텔보안은 이것만으로는 안 되죠. 무엇보다 서비스 정신이 제1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고충도 토로한다. 보안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가끔 컴플레인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보안업무의 원칙과 최상의 서비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어려움도 많다는 것. 그러나 호텔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첫인상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보안도 서비스라는 사실을 항상 강조한다는 그다.
현재 그랜드 힐튼 서울 호텔 곳곳에는 119대의 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14명의 보안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는 호텔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큰 사건이 발생했던 적이 없어서”라며 손사래를 친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호텔 주차장에서 절도사건이 발생했을 때 오랜 기간 순찰과 잠복근무를 해서 절도범을 발견했고, 이 절도범과의 격투 끝에 경찰에 넘겼던 일, 그리고 수많은 조직폭력배들이 호텔에 들어왔을 때 큰 사고 없이 그들을 돌려보냈던 일을 설명했다. 화려한 무용담과도 같은 그의 에피소드는 계속 이어졌다. 객실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조기에 진화했던 일과 88올림픽, 2002월드컵 등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도 소개하는 등 그의 얘기 속에는 오랜 기간 별다른 사고 없이 호텔의 안전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자연스레 묻어났다.
호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보안교육을 올해부터 정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는 김봉남 회장. 지속적인 보안교육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각종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적극적인 호안회 활동을 통해 국내 호텔보안체계의 전반적인 발전에도 일조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의 다부진 양 어깨에서 그랜드 힐튼 서울 호텔은 물론 국내 특급호텔의 보안수준을 짊어지고 있다는 중압감보다는 자신감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글, 사진 권 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