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총기난사 사건 보도, 용의자 사생활 낱낱이 공개
버지니아 공대에서 17일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교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나빠지고 교민사회에 피해가 돌아갈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그러나 범인으로 지목된 조승희 씨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까지 공개되면서 조 씨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조 씨의 사진은 물론이고, 조 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블로그와 과제물로 제출했던 희곡이 공개된데다가 가족의 직업 등이 상세하게 알려져 용의자 가족의 공개적으로 노출됐다는 비판이 높다.
17일 밤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교포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각 언론은 범인 찾기에 발 벗고 나섰으며, 18일 아침 조간신문에는 조승희 씨의 사진이 게재됐다.
언론들은 인터넷 판을 통해 조 씨의 상세한 가족관계와 직업 등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조 씨 부모가 총기사건 직후 자살했다는 확인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소문까지 알리면서 여론몰이에 나섰다.
조 씨 누나의 출신학교와 전공과목, 졸업연도를 밝히고, 미국 국무부 국제노동사무소 인턴 근무 경력까지 알렸다.
조 씨가 운영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블로그를 공개한 것은 물론이고(위 사진), 매릴랜드에서 청소업을 하는 조 씨 삼촌의 외신 인터뷰와 조 씨 룸메이트와 담당강사의 증언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조 씨를 흉악범으로 몰아가고 있다.
나아가 조 씨가 8세에 이민가기 전 살던 집까지 찾아가 집주인을 만나 “조용한 아이였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버지니아 경찰이 이 사건을 치정이나 이성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고 밝히자 일제히 조 씨의 여자친구 찾기에 나서더니 조 씨가 지난해 학교 과제물로 제출한 희곡이 폭력적 장면과 욕설로 가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 씨의 희곡을 직접 볼 수 있는 블로그도 공개했다.(아래 사진)
어린 시절 지금까지 조 씨의 행적은 물론이고, 가족과 주변사람까지 낱낱이 공개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외신은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것 보다 총기류 소지 허용에 관한 규제의 문제점, 교내 안전강화 대책 등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한 의문점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조 씨의 범행동기와 다른 범인의 존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치정관계에 의한 사건이라고 발표했던 FBI의 의견과 달리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조 씨에게 여자친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첫번째 총격사건과 두번째 총격사건이 최대 3시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나 경찰에서는 이 사건을 별개의 사건이거나 2명 이상의 범인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 언론이 지나치게 조 씨의 개인적인 사생활을 파헤치고 있는 데 대해 네티즌들은 “사건은 총기난사에 대한 것인데, 우리는 조 씨의 개인적인 부분에 매달려 희생자와 가족에게 더욱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무고하게 희생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잔혹한 사건을 저지른 조 씨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맞지만, 사건의 본질인 총기규제에 대한 분석은 없고 조 씨의 행적을 쫓는데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kickeduplife’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뉴스를 계속 접하면서 한국 국민에게 불안감만 조성했지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인 미국의 정책적인 부분을 속 시원히 지적한 기사나 사설은 없다”며 “이 사건은 미 총기협회의 집요한 로비로 총기규제법에 반대하는 부시의 책임이며 미국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daedalus2’는 “일차적으로는 대량살상의 원인인 총기문제가 이슈가 되겠지만, 2차적으로는 한인 유학생 가정의 정서적인 붕괴가 가져온 사건인 만큼 그에 대한 원인 진단도 필요하다”며 “한국언론들은 너무 냄비처럼 한국인 범인에게만 감정적으로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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