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언어 능력이 첩보 활동에 큰 도움 된다고 밝혀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CIA가 한국어 가능자를 채용한다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현지 시각으로 27일부터 공고했다. 물론 한국어만 잘해서는 지원이 불가능하고 미국의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고 대학을 졸업한 자여야 한다. 여기에 ‘국가 안보에 관심이 있는 자’라는 조건도 붙는다.

[이미지 = CIA 공식 트위터]
단문 SNS인 트위터에는 CIA의 채용 공고 웹 페이지로 링크가 걸려 있을 뿐인데, 페이스북에는 보다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CIA는 “외국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구사한다면 지원하라”고 권하며 “DO 언어 담당관(Directorate of Operations Language Officer)과 언어 교육관(Language Instructor) 등의 자리에 인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어 구사 능력이 CIA의 성공에 꼭 필요하다”는 문구도 삽입해 CIA가 한국어 외 다른 언어권 사용자들도 채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CIA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필요한 언어”라고 판단을 내린 건 총 87개다. 알파벳 순서대로 아프리칸스부터 줄루어까지 CIA 홈페이지(https://www.cia.gov/careers/foreign-language/)에 총 망라되어 있다. 공고 제일 앞에는 ‘한국어’라고 나와 있고, 삽입된 이미지에도 “진실을 밝히는 일입니다”라고 써 있긴 하지만 이 87개 언어 구사자라면 마찬가지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
그럼에도 이러한 공고의 첫 시작 문구를 “한국어를 할 줄 아는가?”로 잡은 건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매우 껄끄럽다는 걸 감안한다면, CIA가 이 사태에 대해 뭔가를 시작하려는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외신에서조차 공식으로 보도되고 있지 않아 CIA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CIA는 지난 9월 러시아 구사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당시 CIA가 밝힌 목적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당시의 공고 삽화에도 러시아어로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고 적혀 있었고,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며 대학 졸업자이고 국가 안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지원을 권장하는 공고 글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라왔었다. 러시아어가 한국어로만 바뀌었지 완벽히 똑같은 상황. 다만 미국과 러시아는 항상 껄끄러운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것이 독특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한국어 구사자를 모집하기 전 미국 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편성하기도 했고, 김정은과 트럼프는 개인적인 욕설에 가까운 언사를 언론과 SNS를 통해 주고받기도 했다. 또한 이 공고가 SNS를 통해 발표된 직후인 오늘 새벽, 북한은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발사하며 미국을 도발하기도 했다.
한편 CIA는 외국어 구사자를 확보하기 위해 외국어 인센티브 프로그램(Foreign Language Incentive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CIA 내 직책이나 직무와 상관없이 외국어를 할 줄 알고, 공부를 계속해서 지속해 나가면 격주로 75~400 달러의 보너스가 지급된다.
2) 새로 충원된 인원들 중 높은 수준의 외국어 구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 구사 능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곳에 배치되면 최대 3만 5천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받는다.
3) 2)번으로 가기 전 단계로, 기존 직원이 언어를 구사해야만 하는 임무에 동원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험에 참가할 때 격주로 75~250 달러의 보너스가 지급된다.
왜 CIA는 외국어에 대해 이렇게나 투자하는 것일까? CIA는 “해외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거나, 외국 정부의 작전 계획을 분석할 때, 외국 방송을 번역할 때 언어 구사자들에게 많이 의존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식으로 외국의 사회 정서 및 분위기를 이해하고, 외국 정부들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고, 숨겨놓은 데이터를 복호화시킬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댓글 등을 통해 “나도 한국어 할 수 있으니 무료로 고용해 달라”거나 “첩보활동을 강남 스타일로 할 거냐” 등의 장난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나 CIA를 진지하게 성토 및 지지하는 글이나 “이번엔 제대로 된 사람을 뽑으라”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글로 잘못된 공포를 조장하려는 것인가?”라고 묻는 이들도 있었고, “사실상 북한에 침투할 간첩을 뽑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반응도 있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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