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영상 검색, 프로그램보다 전문인력 위주
피해자, 자살 등 극단적 선택도...빠른 삭제·차단 대책 필요
[보안뉴스 원병철 기자]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천명하면서 정부가 집중 단속에 나섰다. 방통위는 14일부터 10일간 집중단속을 통해 ‘보복성 성 영상물’을 차단하는 한편, 유통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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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iclickart]
몰카 등 인권침해 영상물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SNS나 블로그, 웹하드 등에 한 번 유포되면 일시에 삭제하기 어렵고, 삭제하기 위한 비용과 노력은 물론 정신적 피해가 크다. 방통위에 따르면 몰카 등 영상물 시정요구 건수는 2015년부터 매년 2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하나 있다. 시중에 떠도는 몰카 동영상 중 상당수가 ‘몰카’가 아닌 ‘직촬’, 즉 직접 촬영한 동영상이라는 사실이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동영상을 포함한 자기 정보를 대신 삭제해줘 ‘디지털 장의사’로 잘 알려진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고객들이 삭제를 요청한 동영상 대부분은 알고 찍은 영상이라고 말했다.
“2015년 워터파크 몰래카메라 영상 유출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해당 동영상에 나왔다며 지워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단 한 명 뿐이었습니다. 몰카는 말 그대로 몰래 찍은 영상이기 때문에 자기가 찍혔는지 잘 몰라요. 동영상을 지워달라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촬영하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동영상이 유출될 줄은 몰랐던 거죠.”
실제로 김 대표가 조사한 동영상 대부분은 촬영 사실을 둘 다 알고 있거나 어느 한 편이 몰래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기 때문에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허락해 찍는 일이 많은데, 문제는 둘 사이가 멀어지거나 헤어질 경우 발생한다.
상황이 어긋나 두 당사자 중 한쪽(대부분 남자)이 동영상을 유포하는 것을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라고 부른다. 연인 사이에서 결별했을 경우 다시 만남을 요구하거나 결별의 책임을 물을 목적으로 동영상을 유포하는 경우가 많으며, 상대방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혹은 동영상을 판매해 금전적 이득을 얻으려는 경우도 있다.
당사자가 모르게 동영상이 유포되는 경우도 많다. 촬영한 동영상이 담겨있는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중고로 판매했을 경우, 혹은 컴퓨터를 해킹 당해 동영상이 유출되기도 하며, 기타 스마트 기기나 USB 등에 담아 넣고 다니다 분실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되면 피해자 대부분은 주변인에게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동영상을 찍은 분들 대부분이 청소년과 청년층이 많은데, 주변 친구 및 친지들에게 동영상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됩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동영상 촬영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고객 중에는 청소년도 상당히 많습니다.”
김 대표는 청소년들이 동영상 삭제를 요청하면서 돈이 없다며 우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파 무료로 진행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의 경우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것도 그걸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단순히 자랑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유포되면 이미 늦은 거죠. 청소년에게는 비용 대신 사회봉사활동 20시간을 채우라고 하고 무료로 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동영상 검색은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이 24시간 진행
그렇다면 유포된 동영상은 어떻게 처리할까? 우선 의뢰자가 해당 동영상을 갖고 있으면, 동영상을 샘플로 해서 같은 동영상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동영상이 없으면 동영상이 촬영된 장소와 의뢰자의 개인정보 등을 바탕으로 동영상을 찾게 된다.
동영상을 찾는 방식은 ‘색온도’를 바탕으로 동영상 내 A 위치의 색온도를 지정한 뒤, 같은 위치·같은 색온도를 가진 영상을 찾는다. 솔루션을 이용해 1차로 동영상을 추리면, 2차로 전문 인력이 24시간 웹사이트에서 동영상을 직접 보며 찾는다.
사실 동영상의 한 부분을 ‘특정’해 다른 동영상에서 같은 부분을 찾는 방식은 CCTV 영상분석 분야에서는 많이 쓰이고 있다. 실종된 아이를 찾거나 도주 중인 범인을 추적하는 데 이러한 기술이 사용된다.
찾아낸 동영상을 삭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다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국내외 사이트들은 물론 포르노 사이트들도 해당 영상이 몰래카메라라고 하면 대부분 삭제해 줍니다. 삭제가 안 되는 불법 사이트들은 방통위 등을 통해서 국내에서 차단합니다. 다만 사이트 차단의 경우 절차 등으로 인해 시간이 좀 걸리는 데, 피해자를 생각해서라도 빠르게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피해자가 동영상을 직접 검색해 삭제하는 방법을 묻자, 김 대표는 그러지 않는 것이 좋다고 머리를 저었다. “피해자가 실제 동영상을 접하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됩니다. 저희 고객의 5% 정도는 연락이 안 돼요. 진행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연락했더니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청소년도 있었고요. 가급적이면 본인은 영상을 안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몰카 유포자에게 삭제 비용을 부과하는 방법을 지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거다. “유포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데다, 유포자가 청소년인 경우도 많아 비용을 물리는 것도 어렵습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도 정부에서 최소한의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영상을 삭제하면 대부분의 고객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는 김 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성관계 동영상이나 사진은 찍지 말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몰카 근절 의지로 시작된 이번 몰카 유통 방지와 피해자 구제 대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고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가해자나 유통한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동영상을 빠르게 삭제 또는 차단해 피해자가 받을 상처를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원병철 기자(boanone@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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