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N 업체들, “애플이 검열에 편에 섰다”는 실망과 분노 표현하는 중
[보안뉴스 오다인 기자] 만리방화벽은 애플한테도 너무 높았던 것일까? 애플이 중국 정권의 인터넷 검열 방침에 항복해, 중국의 애플 앱 스토어 내 주요 VPN 애플리케이션을 전량 삭제했다. 이에 애플이 거대 시장을 확보하려고 검열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미지=iclickart]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은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만리장성(Great Wall)에 빗댄 말이다. 중국 정권은 인터넷 검열을 우회할 수 있는 VPN의 사용을 단속해왔는데, 중국 앱 스토어에서 VPN 앱을 삭제한 것은 애플이 그 방침에 순응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삭제된 VPN 앱은 60개 정도다. VPN은 ‘Virtual Private Network’의 약자로, 네트워크 보안을 위해 사용된다.
애플의 결정으로 앱을 삭제당한 VPN 업체들은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익스프레스VPN(ExpressVPN)이라는 업체는 자사의 VPN 앱이 중국 앱 스토어에서 삭제됐다는 결정을 고객에게 공지하며, “비록 애플은 검열의 편에 서겠다고 결정했지만 익스프레스VPN은 전 세계의 열린 인터넷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익스프레스VPN은 “중국 정부의 역대 VPN 금지 조치 중에서 애플의 결정이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돼버렸고, 검열을 돕는 애플을 지켜보기가 힘이 든다”고도 말했다.
골든프로그(Golden Frog)라는 업체도 앱을 삭제당했다. 골든프로그 사장 선데이 요쿠바이티스(Sunday Yokubaitis)는 “애플이 VyprVPN과 다른 주요 VPN 앱들을 중국 앱 스토어에서 삭제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애플이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VyprVPN은 골든프로그가 제조하는 VPN 소프트웨어다.
특히 요쿠바이티스는 “애플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백도어 암호 전쟁을 벌이던 당시, 골든프로그는 기쁜 마음으로 애플을 지지하는 법정 의견서(amicus brief)를 제출한 바 있다”며 “그래서 VPN을 불법화하는 중국 법이나 규제가 무엇인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VPN 앱을 삭제하라는 중국의 압박에 굴복한 애플에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애플 CEO 팀 쿡(Tim Cook)이 ‘접근성은 인권’이라고 말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인터넷 접근권 또한 인권이라는 점을 깨닫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해외 기술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애플은 VPN 업체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정부로부터 새로운 규제를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애플은 “올해 초, 중국의 산업정보기술 부처(MIIT)로부터 VPN을 제공하는 모든 개발자는 정부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중국의 요구로 앱을 삭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강력하게 통제하려는 중국에 애플이 얼마나 종속돼있는지 새롭게 환기시키는 사례가 됐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중국 정권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해왔다며, 중국 애플 앱 스토어에서 뉴욕타임스를 삭제하라는 중국의 명령에 애플이 따랐다고 지적했다. 외국 기업에게 중국 내 데이터를 저장하게 규정한 새 법에 따라, 애플이 이번 달에는 첫 번째 데이터 센터를 중국에 개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애플에 중화권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기 때문에 미국의 다른 어떤 기술 업체보다 중국 정부의 방침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말했다.
[국제부 오다인 기자(boan2@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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