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모자란 정보보안,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 받아들여야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최근 코슬라 벤처스의 대표인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가 인공지능에 관해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인간이 대거 직장을 잃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암울한 내용을 읽으며 난 수학의 ‘특이점 가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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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특이점이란 어떤 ‘수학적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지점’을 뜻하는 것으로, 비노드 코슬라가 예언한 미래 그 어느 지점의 사회가 지금의 사회 체계에서 나고 자란 우리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지점에 닿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나노과학, 에너지 과학, 로보틱스, 컴퓨터 공학 등 모든 기술 분야가 발전하고 상성을 이뤄 인류 역사의 큰 전환을 일으킬 즈음에는 우리가 여태까지 보아온 사회 체제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하루가 다르게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정보보안 업계는 어떨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우리는 얼마나 빠르게 그런 미지의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지난 반 세기 동안 IT 기술로 우리의 업무 환경은 영원히 바뀌었다. 지난 25년은 인터넷이란 것의 등장으로 IT 기술이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다. IT가 생활을 바꾸고, 인터넷이 IT를 바꿨다면 다음은 무엇일까? 비노드의 예견처럼 인공지능이 핵심일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예측 불허의 기술이 등장해 생활 전반에 걸친 변화를 이끌어낼 때 전에 없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즉, 역사가 항상 미래를 올바르게 예언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고, AI의 등장 역시 예측 불가능한 미래 어딘가로 우리를 데려다 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두려운가?
우리가 현재까지 이해하는 바 AI란 기계의 지능을 뜻하는데, 사실 아직도 유아기에 머물고 있다. 인터넷의 유아기 때 많은 기업들이 온갖 시행착오를 겪었듯이,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 넘어지고 구르고 상처 나는 단계라는 것이다. 인터넷의 유아기였던 90년대 우리는 어땠는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메일의 혁신을 이야기하고 월드 와이드 웹(www)의 개념을 무슨 외계 문명인냥 묘사한다. Y2K의 공포 때문에 전 세계 PC 주인들이 벌벌 떨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이 2017년인 지금에서야 우습기 짝이 없지만, 당시를 살고 있던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을 생각하면 인터넷이란 꿈의 기술이자 이상의 실현이나 다름없었다. 인터넷이 뒤바꿔놓은 업무 환경과 현대의 생활상을 어떻게 90년대에 선견할 수 있었겠는가? 그 누가 가능했을까. 인공지능에 대해 말하는 지금의 우리들도 후세들을 상당히 웃길 것이 자명하다.
이런 인공지능을 가장 활발히 도입하고 있는 곳, 혹은 도입해야 하는 곳이 바로 정보보안 업계다. 인터넷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부터 거의 40년 동안 기업들과 조직들을 괴롭힌 정보보안 및 기밀유지, 프라이버시 보호의 문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고질적인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솔루션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1세대 인공지능을 활용한 솔루션들이다.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현재 정보보안 업계는 인력난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정보보안에는 다양한 전문기술이 요구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 없으니 정보보안이 허술해지고, 보안이 허술해지니 IT 자체와 인터넷 환경에서의 발전도 더뎌지고 있다. 기껏 쌓아올린 IT 기술력과 인터넷이란 체제는 범죄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 해결책은 인력을 양성해서 빈 자리를 채우거나, 지능을 갖춘 기계들이 일을 대신하도록 혹은 사람을 조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다른 산업 관계자들과 달리 보안 업계는 대범해져야 한다. 그리고 활발히 받아들여 향상시키고 현장에 도입해야 한다. 네트워크 시스템은 점점 더 복잡해져 가고 있으며, 데이터 생산량은 매일 기록을 갱신하는 수준이고, 이에 따라 사이버 범죄자들은 전에 없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자동화 기술 모두가 이런 심각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서 기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1세대 보안 솔루션들은 사람이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중에서 위협적인 내용을 빠르게 걸러서 사람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아직은 사람의 보조 역할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1세대 솔루션들이 충분히 학습을 마친 후에는 공격 예측과 사전 방지 및 복구 자동화까지도 도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안 관제센터라고 하면, 하루 종일 쉬지도 못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느라 책상에서 눈도 들지 못하는 고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2세대 인공지능 솔루션들이 등장하면 이런 고된 업무를 기계들이 맡아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좀 더 사람다운 일 – 경영, 판단, 사건 대응에 대한 결정 등 – 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등장이 만병통치약만은 아닐 것이다. 인공지능의 장점은 공격자들에게도 활용되어,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공격들이 파생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네트워크를 더 빠르게 점검해 취약점을 찾아내기도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자동으로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탱크가 처음 등장하고 나서부터 모든 전쟁들이 탱크와 탱크의 싸움으로 변해버린 것처럼, AI의 공격을 AI로 막는 시대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몇 년의 역사로 우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그 어떤 신기술이라도 결국 일반 소비재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구글처럼 돈 많고 사람 많은 곳에서나 사용이 가능할 것 같은 인공지능 역시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고 본다. 25년 정도 후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해 지금의 우리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정보보안 양상이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글 : 건터 올만(Gunter Oll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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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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