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한 마리 굽자고 이 모든 기술 총동원? 불편한 자동화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면서 여느 때처럼 신문을 읽었다. 그러면서 자동화 기술에 대한 멋진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1천 5백 달러나 하는 가정용 오븐인 준(June)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준이란 기계는 그냥 오븐이 아니었다. 실리콘 밸리에서 만든 ‘스마트 오븐’으로, 최적의 요리를 위해 호화로운 기술을 동원할 줄 아는 조리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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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기사의 기자가 말하고자 했던 건 이 오븐의 놀라운 기능이 아니었다. 겨우 연어 한 마리 노릇노릇하게 굽자고 카메라와 와이파이와 센서와 최첨단 자동화 기술을 사용하는 게 우습다는 거였다. 자동화 기술이 보편화되기 직전에 와 있는 이 때에 어울리는 새로운 관점이었다. 기사 일부를 인용한다.
“결국 평소처럼 연어를 굽는 게 더 나을 뻔했다. 이 스마트하고 비싼 녀석을 사용하다보니 연어를 굽는 게 아니라 섬세한 기술을 영접해 모시는 꼴만 되더라. 그 고생을 해서 나온 연어는 실리콘 밸리 자체와 매우 닮아 있었다. 귀찮은 자동화. 별 볼일 없는 자랑. 잘못된 자신감. 준은 사용자를 위한 기계가 아니었다. 온갖 기술의 향연을 위한 플랫폼일 뿐이었다. 연어를 직접 굽다가 홀랑 태운다든가 설익히는 등 실수를 하면 어떻게 되는가? 다음에는 더 맛있게 연어를 구울 수 있게 된다. 준이 연어를 태우거나 설익히는 등 실수를 하면 어떻게 되는가? 해당 데이터가 전부 업로드 되고 합산되어 준의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고, 그 데이터는 업데이트를 통해 세상 모든 준에게 공평하게 분배된다. 사용자로서는 ‘이번엔 잘 되겠지’라고 희망을 갖는 수밖에 없다. 펌웨어는 자동으로 업데이트 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준을 만든 사람들이 소비자를 골탕 먹이려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히 주방 일을 더 편리하게 해주고자 애쓴 결과물이다. 하지만 헛다리를 짚었다. 이들이 기술을 가지고 해결해주고자 했던 문제들이, 사실은 자동화나 기술력으로 풀어내야 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동화를 도입할까 말까 고민할 때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와 ‘자동화를 도입함으로써 매번 더 발전된 결과물을 기대해도 되는가?’를 물어야 한다.
요리를 한다거나, 악기를 연주한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활동의 가치는 결과물에만 있지 않다. 이런 영역에서는 실수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장애물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같은 결과가 나오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한다면, 그 결과물이 무엇이건 가치가 높을 가능성은 적다.
가정용 방화벽인 쿠조(Cujo)를 보자. 가정 내에 있는 기기들 중 인터넷과 연결이 가능한 것들은 모조리 쿠조와 먼저 연결된다. 쿠조는 자동으로 악성 사이트 트래픽을 차단하고, 디도스 공격에 활용하려고 사물인터넷 기기를 찾아나서는 해커들의 접근도 막아준다. 왜 쿠조가 막는 사이트들이 악성인지, 어느 나라에 서버를 두고 있는지, 공격자의 신원이 어떻게 되는지 알 필요가 없다. 다만 쿠조가 자동으로 이런 일들을 처리해주고 있다는 것 자체만 알면 된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그 방법과 과정 자체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일이 있고 정확한 결과물을 빨리빨리 내놓아야만 하는 일이 있다. 연어를 맛있게 잘 굽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실수를 통해서 다음 번엔 이전보다 더 잘 구울 수 있게 된다. 점점 더 좋은 요리사가 된다. 준으로 연어를 맛있게 잘 구워봤자, 그냥 준으로 연어를 구울 줄 아는 사람밖에 되지 않는다. 반대로 사이버 위협을 탐지해낼 때는 속도와 정확도가 매우 중요해진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찾아내고 분석하고 검토해서는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하게 된다. 수많은 위협 요소들이 우리 바깥을 맴돌고 있는 가운데, 방법과 과정에 대한 상세한 지식은 그다지 큰 가치를 갖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동화를 도입하고 싶을 땐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자동화로 대처하려는 활동이 배움과 성장, 개선을 방해하는가? 아니면 배움과 성장, 개선을 방해하는 것들을 없애주는가? 둘 사이의 구분이 자동화 도입의 핵심이다.
글 : 네이선 버크(Nathan Bur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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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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