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 칼럼-3] 산업보안의 역사

2015-12-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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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와 고려시대 문익점 일화 등 역사로 살펴보는 산업보안 이야기

[보안뉴스= 이창무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 회장] 그리스 신화 얘기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 명령에 따라 인간과 짐승을 만들었다.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각 짐승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나눠줬다. 새에게 날개, 사자에게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등을 갖게 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인간에게는 줄 게 없었다. 나눠줄 게 바닥이 난 것이었다. 난처해진 에피메테우스가 형 프로메테우스에게 달려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인간을 만든 프로메테우스가 고심 끝에 불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피조물에게 불을 줘서는 안 되는 금기를 깨고, 제우스 몰래 속이 빈 회향나무 속에 불씨를 숨겨 인간에게 전해줬다. 최초의 산업스파이는 이렇게 탄생한다.


이렇듯 산업보안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15세기 무렵. 고대국가 히타이트는 지금의 터키와 시리아를 석권하고, 메소포타미아지역 전역을 위협했다. 당시 최대 강국 이집트까지 넘보았다. 히타이트의 힘은 철(鐵)이었다. 세계 최초로 철기를 만들었다. 철을 만드는 것은 간단치 않다.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철을 광석에서 분리하기 위해 매우 높은 열이 필요했고, 용광로 역시 아주 커야 했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필요했다. 때문에 당시에는 철이 금보다 비쌀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들이 철기 제작 기술을 알아내려고 혈안이 됐지만, 히타이트는 제작 기술을 극비로 감췄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결국 기술은 새나가고 말았다. 히타이트의 힘도 빠졌다. 기원전 13세기 히타이트는 멸망했다.

우리나라도 잘 알려진 비슷한 일화가 있다. 고려시대 문익점이 사신으로 원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목화씨를 붓두껍에 몰래 숨겨 들여왔다는 얘기 말이다. 당시 원나라는 목화를 해외로 반출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나름대로 산업보안에 신경을 썼던 셈이다. 미국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19세기 초 프랜시스 캐벗 로웰이란 방적업자가 영국에서 최첨단 방직기인 카트라이트 방직기 제작기술을 빼내 미국으로 들여왔다. 당시 영국은 방직기 기술이 다른 나라로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을 제정하고 기술자들의 해외 방문도 금지할 정도로 산업보안에 신경을 썼다. 어쨌든 미국은 로웰 덕문에 방직산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산업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영국도 기술을 뺏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차(茶)’는 17세기 중반 영국에 소개됐고, 19세기 초에는 영국 국민 대부분이 즐기는 기호 식품이 됐다. 차 수요는 날로 늘었다. 문제는 차를 중국에서 수입해야 했다는 점이다. 차 수입으로 막대한 국제수지 적자가 생기자 영국은 인도에서 아편을 만들어 중국에 팔기 시작했고 결국 유명한 ‘아편전쟁’으로 이어졌다. ‘차’가 전쟁을 야기한 셈이었다. 그렇다고 계속 중국에서 ‘차’를 수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영국이 식물학자 로버트 포천을 중국에 몰래 잠입시킨 이유였다. 중국 곳곳을 돌아다녀야 했기에 포천은 중국인처럼 보이려고 머리를 깎고 변발까지 했다. 포천은 중국의 여러 산지를 누비면서 갖은 고생 끝에 차 묘목과 씨앗을 인도로 빼돌렸다. 아예 차를 만드는 사람까지 인도로 빼내갔다. 오늘날 인도 히말라야 산간 다르즐링이 세계 최고의 홍차 생산지로 꼽히게 된 까닭이다.

기술을 뺏고 뺏기는 것은 다반사다. 영원히 지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좀 더 오래 지키면 그만큼 경쟁력을 갖는다. 역사가 보여준다. 물론 산업스파이를 막는 게 산업보안의 전부는 아니다. 산업보안은 산업자산을 지키는 모든 활동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유출만으로도 국가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걸 역사는 보여준다.
[글 _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 회장
(jbalanced@gmail.com)]

필자 소개_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 이창무 신임 회장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했으며.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에는 산업보안 분야 연구에 매진해 이 분야가 국내에 정착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산업보안 분야 제1호 박사 출신인 그는 관련 연구로 2007년과 2008년 각각 미국인명정보기관(ABI)과 ‘마르퀴즈 후즈 후’에 등재된 바 있으며, 현재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이창무 교수는 산업보안 분야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와 관심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이창무 컬럼’을 주 1회 본지에 연재하고 있다.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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