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민세아] 경찰 하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범인을 잡고, 범죄의 흔적을 찾아 열심히 수사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경찰의 활동무대는 더 이상 현실공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확대된지 오래다.

경찰대학교 CRG(지도교수 김기범)는 ‘사이버범죄연구회(Cybercrime Research Group)’의 약자로, 경찰대학에서 컴퓨터와 사이버범죄 수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동아리다. 경찰대 CRG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자.
올해 CRG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전 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글로벌 IT경진대회인 ‘2015 마이크로소프트 이매진컵(Imagine Cup)’ 국내 준결승 진출, ‘2015 화이트햇 콘테스트(WITHCON)’ 해킹방어대회 일반부 본선 진출, 한국포렌식학회가 주최하는 ‘제3회 디지털 범인을 찾아라’ 경진대회 대상 입상 등의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경찰대에는 2007년 이전부터 컴퓨터 동아리인 ‘컴퓨토피아’ 라는 동아리가 있었다. 그러다가 2008년에 당시 동아리 회장과 장윤식 교수, 유현 교수의 도움을 받아 동아리 이름을 CRG로 변경하고 동아리의 주 목적을 사이버범죄 수사를 위한 학습과 연구로 삼게 되면서 탄생하게 됐다.
현재 CRG는 前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기획 담당이자 현 경찰대 국제사이버범죄연구센터(ICRC)장인 김기범 교수가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김 교수는 2012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유령’의 제작에 전반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CRG는 컴퓨터 및 사이버수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누구든지 가입할 수 있다. CRG에 가입한 회원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래밍, 네트워킹, 운영체제, 해킹, 디지털 포렌식 등의 다양한 컴퓨터공학과 사이버범죄에 대해 기초부터 독학이나 스터디 등을 통해 학습하고 연구하며,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이 운영하는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프로그램인 BoB(Best of the Best) 등의 대외활동에도 참가한다.
또한, CRG 학생들은 졸업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 심화과정을 거치거나 일선에서 사이버수사 등의 업무를 맡는다. 학교 내에서 문제가 생긴 학생들의 컴퓨터를 관리해주기도 하고 총학생회와 연계해 학생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관리하기도 한다.
CRG는 학교에 있는 국제사이버범죄연구센터와 연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리 회원들 중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학생들은 국제사이버범죄연구센터의 학생연구원으로 참여해 논문 작성, 기술문서 또는 외국 사이버범죄 관련 동향 보고서 번역, 각종 정보보안 관련 대회 참여 등의 활동을 하고 이러한 기록을 모아서 연구자료집을 발간하고 있다. 현재는 논문 작성, 동영상 메타데이터 분석 프로젝트 등의 활동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디지털 포렌식 스터디, 운영체제·네트워킹 스터디 등도 진행하고 있다.
CRG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열정과 끈기다. 많은 학생들이 학과 공부에 매진하면서 남는 시간들을 컴퓨터 공부에 투자한다. 열정과 끈기가 없다면 계속해서 공부하지 못하고 쉽게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승현 회장은 후배들에게 당장 책 한 권을 읽는 것 보다는, 컴퓨터와 사이버범죄에 대해 더 흥미를 갖게 하고 회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면서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CRG는 올해 ‘디지털 포렌식 입문자를 위한 문제 세트’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을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제가 디지털 포렌식을 처음 공부할 때, 책만 읽기는 지루하고 막상 제 컴퓨터나 디지털 포렌식 챌린지를 풀어보려고 하자니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각한 아이디어입니다.”
수학 문제집의 연습문제처럼 디지털 포렌식 분석 기법들을 익히고 바로 활용해볼 수 있는 간단한 문제들을 제작해 CRG 회원들을 포함한 디지털 포렌식 입문자들이 좀 더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만들었다고 이 회장은 밝혔다.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디지털 포렌식에 대해 아는 학생들이 문제 출제를 맡고, 이제 공부를 시작한 학생들이 문제 풀이를 맡는 식으로 해 문제가 올라오면 다른 학생이 풀이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최근에는 국제사이버범죄연구센터 연구자료집에 게재할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내년에는 정보보안기사, 증거분석 자격증 EnCE(EnCase Certified Examiner), 시스코 네트워크 기술 검증 자격증 CCNA(Cisco Certified Network Associate) 등의 자격증 스터디와 정보보안 관련 대회, 공모전, 그리고 BoB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하고, 추가적으로 학생 편의용 프로그램의 기능을 보수하거나 전체적으로 개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삶의 활력과 자부심을 얻었다고 말했다. “학교의 특성상 규칙이 엄격하고 생활이 경직되기 쉬운데, 저는 학교의 일과를 마치고 남은 여가시간을 컴퓨터 공부에 투자하면서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이를 통해 아무나 알지 못하는 지식을 갖고, 아무나 풀 수 없는 문제를 풀 수 있게 되고,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돼 지금까지 공부해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어 이 회장은 내년에 학교가 아산으로 이전하게 되는데, 그 주변 충청권에 있는 정보보안 동아리나 정보보안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CRG 회원들끼리만 공부해서는 알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배워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민세아 기자(boan5@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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