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품 리모컨 키, 오작동 많아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던 중 믿을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다. 자동차 리모컨 키의 잠금 버튼을 누르니 옆 차가 동시에 잠기는 것이다. 몇 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이다.
옆 차의 주인에게 전화를 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며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그의 리모컨 키를 작동시켜봤더니 내 차가 열리거나 잠기지 않았으며, 내 리모컨 키로 그의 차가 열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른 차를 잠글 수 있는 리모컨이 나에게 있다면, 어디엔가 내 차를 여는 리모컨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 아닐까.
리모컨키, 다른차에 작동할 확률 ‘0%’
며칠 전 한 독자가 본보에 제보한 실제 상황이다. 자동차 리모컨 키는 주파수의 대역차로 만들기 때문에 이론상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리모컨 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같은 주파수를 갖는 리모컨 키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리모컨 키는 자동차 키 모양과 이모빌라이저라고 불리는 코드, 주파수 세 가지가 맞아야 작동된다”며 “제보와 같은 일이 일어날 확률은 몇 만분의 일로 수학적으로 따지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해 동안 국내외에 판매되는 자동차는 400만대에 이르며, 수십년동안 전 세계에 판매된 모든 차를 모아 실험한다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펄쩍 뛰고 있지만, 이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확률적으로 ‘0’인 상황이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것이다.
리모컨 키, 정품 사용해야 예기치 않은 문제 막을 수 있어
자동차 전문 제어 시스템 업체인 모토텍의 김부근 과장은 “리모컨 키가 정품이 아닐 때 이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리모컨 키 관련 업체들은 출시되는 제품의 주파수가 같지 않도록 철저하게 기준을 지키지만 사제품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자제품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MIC 인증 과정에서 제품의 주파수 범위와 출력 등이 제한된다. 정품은 이 규격에 맞게 출시되지만 사제품은 제품의 일부 샘플만 인증 받은 후 실제로 판매하기도 해 수신감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파수 1에서만 작동하도록 돼 있는 리모컨 키라면, 정품일 경우 반드시 1에서만 작동하지만, 사제품의 경우는 1.2~1.3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것.
리모컨 키 오작동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최근까지도 심심치 않게 보도된 바 있다. 차량 위치를 표시해 주는 버튼을 눌렀는데 잠금장치가 풀리거나 잠금버튼을 눌렀는데 트렁크가 열리는 일은 애교에 가깝다. 리모컨 키 오작동으로 배선에 화재가 나는 일도 발생하며, 리모컨 키 오작동을 이용해 차량을 터는 절도범도 있다.
리모컨 키 역시 전자기기이기 때문에 습기와 충격에 약하고 배터리 기능이 저하돼 고장이 날 가능성이 높다.
사제품 중에서도 제품시험을 철저하게 거치지 않는 저렴한 제품일수록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한마디로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다.
김부근 과장은 “리모컨 키의 오작동을 막으려면 소비자는 가급적 정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사제품이라 해도 믿을만한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너무 싼 것을 고르다 보면 보안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키가 ‘보디가드’
자동차 키를 단순히 차량의 문을 열고 닫는 도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최근 출시되는 리모컨 키는 보디가드에 도난방지 기술까지 갖췄으며, 운전자에 맞게 운전석을 자동으로 조절해주기도 한다. <전격 Z 작전>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가 따로 없다.
보디가드 기능은 자동차 주변에서 위협을 당할 경우 경고음을 작동시켜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경고를 할 수 있는 기능이다. 도난방지 기능은 허용된 키 외에는 시동을 걸 수 없도록 하는 이모빌라이저를 장착한 것.
최근 고급대형승용차에 많이 쓰이는 ‘스마트 키’는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들지 않아도 차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차 문이 열리며, 램프와 실내등이 켜지기도 한다. 스마트키에 운전자의 습관을 미리 입력하면 좌석과 핸들위치, 백미러 각도를 자동으로 조정해 주며, 열쇠를 꽂지 않아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시동을 걸 수 있다.
자동차 키의 역사는 자동차가 가장 처음 출시된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최초의 휘발유 자동차인 벤츠의 ‘빅토리아’는 차 뒤쪽에 위치한 플라이휠을 손으로 힘껏 돌려야 차가 움직였다.
1912년 캐딜락에 전기점화장치를 납품하던 델코사는 핸들 옆의 버튼만 누르면 시동이 걸리는 ‘셀프 스타터’를 발명했으나 도난이 자주 일어난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를 막기 위한 것이 키를 돌려 시동을 거는 것. 1949년 미국 크라이슬러가 개발한 ‘턴키 스타터’가 그 시작이었다.
리모컨 키는 1980년대부터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키’가 등장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자동차 시동장치가 완성됐다고 자평하기도 한다.
스마트 키는 말 그대로 ‘날마다’ 진보하고 있다. 운전자의 신체정보를 인식해 차량보안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으며, 음주측정기가 스스로 작동해 운전자가 술을 마셨을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는 기능도 있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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