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간 자유로운 분위기 지향하는 자급자족형 동아리
[보안뉴스 민세아] 인하대학교 정보보호동아리 IGRUS(아이그루스)는 2000년에 학교 성적조회 시스템을 해킹한 것이 발각되어 만들어진 드라마 같은 비화를 가진 동아리다.
당시 학교 시스템을 관리하는 정보통신처는 앞으로 인하대학교의 정보보호를 위해 힘쓰라는 의미로 이들을 눈감아줬고, Inha Group of Research for Unix Security의 줄임말인 IGRUS로 2000년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정보보안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관련된 각종 연구까지 다양하게 섭렵하고 있다. 동아리 가입시 학과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지만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정보통신공학과 학생들이나 전기과 학생들도 많이 지원한다. 현재 160명 정도의 많은 동아리원이 소속된 대규모 동아리다.
IGRUS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점은 동아리 내부의 위계질서를 진작에 깨버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IGRUS에서 기수 개념은 있지만 선후배간의 깍듯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사람을 더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감과 동시에 동아리원이 좀 더 편하게 연구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군대에 갔다온지 얼마 안 된 학생들이나 선후배간에 각잡힌 모습을 기대한 친구들은 이런 분위기가 적응되지 않을 수 있겠죠. 하지만 알아서 적응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기 때문에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어요.”
IGRUS는 동아리원을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 정보보안이나 게임 관련 동아리는 학기초에 호기심 때문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는데, 여러 가지를 경험한 후 자기에게 맞는 동아리를 선택하는 게 옳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신입 동아리원을 받을 때 면접을 보긴 하지만 면접으로 동아리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자기가 아는 지식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반면, 아는 것은 많지만 그것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친구도 있기 때문에 면접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기는 섣부르다고.
그렇기 때문에 처음 동아리에 들어온 멤버는 활동하는 것을 지켜본 후 프로젝트에 합류시킨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책임을 가지고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참여인원인 엄격하게 뽑는다.
프로젝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IGRUS는 창립 이래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난해만 해도 구글 관련 기술·앱 등에 대해 연구하는 GDG(Google Developer Group) Incheon ‘Hello World’ 세미나에 참가하고, SW 동아리 재능기부 챌린지 프로젝트, 드림엔터 IoT 해커톤 등에 참여했다.
또한, 2009년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대학정보보호지원동아리(KUCIS)에 선정되어 꾸준히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대학 CERT연합인 U.U.U(U3)에 소속되어 워크샵을 진행하고, 전국 정보보안 연합 커뮤니티인 SUA(Security Union Academy) 소속으로 꾸준히 활동하는 등 정보보안 분야와 일반 컴퓨터·프로그래밍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 측에서 어떤 지원을 해주고 있냐는 질문에 IGRUS는 동아리방을 지원받고 있지만 연구에 필요한 물품이나 비품은 공모전이나 경진대회에 참가해 받은 상금으로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동아리방 한쪽 벽면에 떡하니 자리잡은 커다란 모니터도 프로젝트 비용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그야말로 자급자족형 동아리라고 할 수 있다.
▲ 인하대학교 정보보호동아리 아이그루스(IGRUS). 왼쪽부터 전 회장 안영샘, 현 회장 최민석, 현 부회장 김정현
이들은 남은 한해 동안 동아리 내부 교육 및 그룹스터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래밍은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을 추진 중이라는 것.
IGRUS의 안영샘 전 회장은 “프로그래밍이 싫어서 정보보안 분야로 지원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기초가 안 되어 있으면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필수적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나 이공계 꿈나무 지원사업, 서울 글로벌 해커톤 등 다양한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이 올해 목표라는 게 동아리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동아리의 기반을 잘 다져서 후배들에게 좋은 연구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민세아 기자(boan5@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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