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보안 시장이 날로 자라고 있는 건 사실
보안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말 속에 감추어진 또 다른 위험
[보안뉴스 문가용] 싱가포르의 전 총리인 리콴유가 23일 별세했다. ‘청결한 나라’, ‘경제 부흥과 발전을 이룬 나라’, ‘아시아의 용’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게 싱가포르라는 나라인데 그 이면에는 바로 이 리콴유 총리가 있었다. 그러나 리콴유 총리의 평은 싱가포르와는 사뭇 다르다.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온건한(?) 독재’이기 때문이다.
리콴유가 1959년 총선을 통해 첫 총리로 당선되었을 당시 싱가포르는 지금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직전까지 영국의 식민지이자 세계의 고무공장으로서 착취의 대상이었고, 2차대전 때에는 일본에게 점령당했다가 연합군의 폭격 세례를 맞기도 했으며 종전과 함께 다시 영국 차지가 되는 등 ‘자치’나 ‘개발’ 등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리콴유 당선 이전까지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일정 부분 영국의 정책 아래 국가가 운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리콴유 당선 이후 싱가포르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긴 했지만 말레이시아와 연합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전국적으로 나무심기 운동을 벌였으며 부정부패 강력 척결 법을 마련하는 등 국가 운영에 다양한 시도를 한 리콴유 전 총리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싱가포르를 30년간 지배한 독재자라는 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 자신은 그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은 것 같지만.
일단 각자의 평이야 어쨌든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두 가지다. 싱가포르가 식민지에서 국제무대의 강국으로 발돋움 했다는 것과 리콴유라는 사람이 자기 아들에게 나라를 물려주었다는 것, 즉 독재의 형태가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콴유의 죽음 앞에서 세계의 평이 ‘독재자의 죽음’과 ‘국부의 죽음’으로 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 보안업계의 발전을 지켜보게 되는 묘한 감정과 맞닿아 있다. 분명히 보안업계는 느리지 않은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SECON 2015에서 강연을 한 IHS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조시 우드하우스의 강연 오프닝 멘트인 “영상감시 장비 시장을 필두로 시장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영상감시장비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건 말 그대로 ‘감시수단’이 증대한다는 것과 동일한 표현이다. 심지어 영상분석 기술까지 발전하고 있으니 감시의 질마저도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를 발전시켰으니 리콴유가 좋은 리더였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국가 운영체제의 결과는 단기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니 오히려 이후의 싱가포르를 지켜보고 나서 평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싱가포르의 발전이 ‘독재자가 훌륭하다면 작은 도시국가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민주주의보다 독재주의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과연 100년, 200년을 넘어 수 세기까지 흘러가는 역사의 맥락에 있어서 진보냐 퇴보냐는 판가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IS의 출현으로 인해 안전 비상 태세다. 각종 범죄도 전 세계적으로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흐름과도 상관없지 않다. 한국 내부적으로는 어린이집 폭력사건들이 CCTV의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2014년이라는 해킹 역사상 최악의 해가 지났고, 마침 IoT의 물결이 같이 오고 있어 이 두 가지 흐름이 정보보안 업계에서의 감시 방법 또한 여러 가지로 증대시키고 있다. 안전은 물론 중요한 것이고 이런 보안시장의 발전이 싱가포르의 발전처럼 우리의 안전도도 급격히 늘려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보안은 감시장비 못지 않게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층 성숙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영상감시 장비 시장의 발전을 짚어낸 조시 우드하우스 수석 애널리스트에게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없을 수 없는 게 영상감시장비 시장인데, 이에 대해 업체들 역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결국은 사용자의 몫”이라고 답했다. “업계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라는 것이었다. 그 말이 틀리지 않다. 안전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고 그렇다면 시장원리에 따라 업계는 공급을 해주어야 한다. 더 멀리 볼 여유나 능력은 아무에게도 없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공급자이면서 사용자다. 지금의 부흥이 우리 스스로를 겨누는 칼이 될 것인가 아니면 혜택이 될 것인가는 공급자로서의 업계에게 물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사용자인 우리에게는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세계적인 보안시장의 부흥, 그리고 한국에도 불어 닥치고 있는 안전과 감시에 대한 열망이 조건 없는 블루오션일 리가 없다. 이러한 열망이 가져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보안 분야가 한층 성숙된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보다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요즘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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