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지메일 접속 닷새째 장애...中 외교부 사실상 부인
[보안뉴스 온기홍=중국 베이징] 중국에서 미국계 인터넷업체 구글(Google)이 제공하는 전자우편 서비스인 지메일(Gmail)의 접속이 닷새 째 잘 안 되고 있다. 이 원인을 두고 중국 당국의 인위적인 조치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지메일 접속 이상 문제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 12월 30일 오후 열린 중국 외교부의 내외신 대상 정례브리핑에서 화춘잉 대변인은 중국에서 구글 지메일(Gmail) 접속 이상 문제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30일 오후 열린 중국 외교부의 내외신 대상 정례브리핑에서 화춘잉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어제 똑같은 질문에 대답한 것처럼 우리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삼갔다. 또한 그는 “이는 외교적인 문제도 아니어서 추가로 답변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화춘잉 대변인은 29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구글의 전자우편 시스템이 지난 주말부터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데 그 원인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중국 내 외국 상인들은 구글 전자우편 시스템에 의지해 교류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은 그들의 중국 내 경영 환경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 같은 상황은 알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쪽 다른 부서에 직접 물어 봐 달라”며 구체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다.
화춘잉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외국 투자자의 합법적인 경영에 대해 환경과 지지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외국 기업의 중국내 협력을 위해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공평한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은 중국내 지메일 접속 이상의 원인을 중국 당국의 차단이나 검열 조치 때문으로 보는 시각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지시와 의중을 반영하는 관영매체들도 지메일 접속 불능 사태가 중국정부의 인위적인 조치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외국 매체들의 보도를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국제분야 자매지 환구시보는 30일 펴낸 ‘지메일 접속불능 원인을 단순하게 상상하지 말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외국 매체들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환구시보는 이 사설에서 접속불능 원인은 중국 쪽에 있을 수도 있고, 구글 쪽에 있을 수도 있으며 복합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서방 쪽이 습관적으로 중국의 ‘인터넷 감시 강화’를 꺼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선정적인 민족주의 보도를 많이 내보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중국 관영매체다.
하지만 중국에서 지메일을 이용하는 일부 중국인과 외국인들은 지난 26일부터 지메일 접속불능 상태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일부 지메일 이용자들은 낮 시간대에는 지메일 접속이 안 됐다가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 시간대에는 접속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인터넷망 연결정보 조사업체인 딘리서치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중국이 자국에서 지메일 접속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딘리서치는 홍콩에 근거를 둔 지메일의 IP 주소가 모두 중국에서 차단됐다고 밝혔다.
미국계 뉴스통신사인 로이터는 싱가포르에 있는 지메일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중국내 접속 이상은 지메일 쪽 문제가 아니라고 전했다. 지메일 관계자는 지난 26일부터 중국 쪽에서 지메일 이용 트래픽이 뚜렷하게 줄어들었고 다음날에는 제로 상태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그 동안 중국에서 지메일 접속은 가상사설망(VPN) 등 같은 우회적인 경로를 통해 가능했다.
앞서 구글은 2010년 초 중국 정부의 전자우편 검열 강화와 해커의 해킹공격 등을 이유로 중국 시장 철수 가능성과 웹 검열 협조 거부를 밝혔다. 이어 그 해 3월 중국어 검색 사이트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 뒤 구글은 이용자가 구글차이나 웹사이트(www.google.cn)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구글홍콩 사이트(www.google.com.hk)로 연결되게 했다. 구글은 구글홍콩을 통한 우회 접속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 사태 이후 중국내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구글차이나의 점유율은 2009년 36% 최고치에서 빠르게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 토종 인터넷 검색서비스 업체인 바이두(Baidu)의 시장 점유율은 급속도로 상승했다.
한편 미국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지난 28일(현지시간) 김정은 암살을 주제로 한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인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해킹 배후와 관련해 중국 연루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중국 정부는 반발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CNN 방송에서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과 관련해 “중국을 빼놓고는 북한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며 “중국이 연루됐거나 적어도 중국이 미리 알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서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29일 중국 외교부의 정례브리핑에서 화춘잉 대변인은 그레이엄 의원의 발언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어떤 외국이나 개인 이든 중국 경내 또는 중국 설비를 이용한 인터넷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화 대변인은 이어 “만약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또 “미국 쪽 인사의 말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인터넷 안전 문제에서 상호신뢰와 협력에도 이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중국 베이징 / 온기홍 특파원(onkihong@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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