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록시 기반 ‘랩톱 농장’ 악용해 접속지 속이고 가상자산으로 자금 세탁
[보안뉴스 조재호 기자] 외교부와 경찰청은 미국,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 주요 국가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을 경고하는 사이버 보안 공동주의보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불법적인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사이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위기감이 반영됐다.

▲북한 IT 인력 관련 주의보를 발표한 유사입장국 관계기관 [출처: 외교부]
북한 IT 인력들은 주로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에 체류하면서도 원격 데스크톱 소프트웨어와 VPN을 악용해 근무지를 속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3국에 있는 조력자를 통해 ‘랩톱 농장’(Laptop Farms)을 구축하고, 기업이 지급한 업무용 기기에 원격으로 접속해 실제 미국이나 타 국가에 거주하는 것처럼 위치를 위장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의 수법은 IT 인프라 발전과 함께 더욱 고도화됐다. 타인의 신분증 이미지를 도용하거나 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활용해 신분을 위장해 프리랜서 구인구직 플랫폼에 접근했다. 채용 이후에는 내부자 위협으로 돌변해 기업의 핵심 데이터를 탈취하거나 가상자산 절취, 민감 정보 유출 등 2차 공격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했다.
금융 추적을 회피하기 위한 고도화된 자금 세탁 정황도 포착됐다. 이들은 급여를 직접 수령하는 대신 차명 계좌를 제공한 제3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송금 서비스나 가상자산을 통해 자금을 우회 회수했다.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는 북한의 이러한 행태를 대량살상무기 확산 금융(PF)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지목하고 국제 금융 시스템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북한 IT 인력으로 의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는 다수 존재한다. 짧은 시간 내 여러 IP 주소에서 동일 계정에 접속하거나 비정상적으로 긴 시간 동안 로그인을 유지하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이력서에 부정확한 기계 번역투 문장이 포함되거나 화상 영상 회의를 지속적으로 회피하는 행위 역시 대표적인 의심 징후로 꼽힌다.
기업이 북한 IT 인력과 용역 계약을 맺고 임금을 주면, 국내법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97호 위반으로 강력한 법적제재나 금융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구인구직 플랫폼 운영 기업들에게 대면 면접 의무화 및 신분증 교차 검증 등 더욱 엄격한 신원 확인 절차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북한의 불법적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안전한 사이버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조재호 기자(zephyr@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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