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목차 Part 3. 인간중심보안과 보안문화]
1. AI 시대, 왜 인간 중심 보안인가
2. AI 시대, 인간 중심 보안을 구현하려면
3. 인간의 창의성과 AI 보안
4. 보안 위반, 뇌 과학 해법
5. 넛지 보안의 힘
6. 감정과 비합리성, 보안의 숨은 힘
7. 디지털 야누스, 두얼굴의 사용자
8. 인간 중심 보안과 제로트러스트 아키텍처
9. ESG 너머, 인적 지속가능성과 보안
10. 예산·인력 없는 중소기업, ┖사람┖이 답이다
11. 보안문화, Nature vs. Nurture
12. 보안 성패를 가르는 7가지 문화 유형
13. 한국형 보안문화 진단 모델_K-SCT
14. 디지털 보안문화 전환 모델_CORE TRUST
[보안뉴스= 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영혼 없이 창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생성형 AI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물음입니다. 특히 고도로 창의적인 공격자와 맞서는 보안 분야에서는 이 질문이 단순한 철학적 사색을 넘어, 현실적인 전략 과제로 다가옵니다. 정교한 알고리즘과 자동화된 방어 체계만으로 과연 예측 불가능한 위협의 ‘영혼’을 읽어내고 이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의 출발점은 창의성을 하나의 단일 능력이 아닌 여러 유형의 복합체로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창의성의 유형을 구분하고, 인간과 AI가 각자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을 명확히 할 때 비로소 차세대 보안의 방향성이 선명해집니다.

[출처: AI Generated by Kim, Jungduk]
보안이 요구하는 네 가지 창의성
창의성은 발현 방식에 따라 의도적-인지적, 자발적-인지적, 의도적-정서적, 자발적-정서적이라는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보안 관리는 이 네 가지를 서로 다른 비율로 동시에 요구하는 매우 입체적인 활동입니다.
의도적-인지적 창의성은 깊은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새롭게 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새로운 보안 아키텍처를 설계하거나 복잡한 시스템의 취약점을 논리적으로 분석할 때 핵심이 됩니다. 자발적-인지적 창의성은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유레카’의 순간으로, 샤워 중이나 동료와의 잡담 속에서 새로운 공격 경로나 사고 원인의 실마리를 얻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의도적-정서적 창의성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성찰하여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으로,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따르고 싶어 하는 보안 정책과 문화를 설계하는 데 요구됩니다. 자발적-정서적 창의성은 강렬한 정서적 경험에서 비롯되는 ‘깨달음’의 차원으로, 예술가의 영혼이 담긴 창작 활동이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내리는 윤리적 결단과 조직 신뢰 회복의 통찰에서 그 그림자를 볼 수 있습니다.
AI, 인지적 창의성을 증폭하는 조력자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통째로 대체하기보다는 특정 유형, 특히 인지적 영역에서 인간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지능형 조력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데이터 분석과 패턴 탐지, 논리적 조합 능력에서 AI의 강점은 의도적-인지적 창의성을 비약적으로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제로데이 공격과 변종 악성코드가 급증하는 환경에서 AI는 전 세계 위협 정보, 다크웹의 공격 논의, 수십억 건의 시스템 로그를 동시에 분석해 알려지지 않은 공격의 미세한 전조를 포착하고 위험도가 높은 시나리오를 시각화해 제시할 수 있습니다. 보안 전문가는 이러한 정제된 통찰에 비즈니스 특성과 위험 감수 수준을 결합하여 창의적인 방어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함으로써, 데이터 처리에서 벗어나 전략과 설계라는 본연의 창의 활동에 집중하게 됩니다.
또한 AI는 자발적-인지적 창의성을 깨우는 촉매로도 기능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지속되는 미묘한 정보 유출 의심 상황에서 AI는 인간이 쉽게 놓치는 ‘간헐적 야근 시간대 로그인’, ‘평소와 다른 데이터베이스 접근’, ‘암호화된 파일의 외부 전송 시도’와 같은 이질적 이벤트를 하나의 위협 시나리오로 엮어 제시함으로써 분석가에게 ‘유레카’의 직관을 촉발합니다.
보안의 ‘영혼’은 여전히 인간의 몫

그러나 정서적 공감과 윤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창의성 영역에서 AI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을 때 AI는 여론 동향을 분석하고 사과문 초안을 작성할 수 있지만, 피해자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신뢰 회복을 위한 결단을 내리며 조직의 가치와 미래 방향을 책임지는 주체는 인간 리더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안 관리의 ‘영혼’은 이러한 정서적·윤리적 창의성에서 비롯되며, 이 부분은 기술로 대체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영역입니다. 결국 미래 보안의 경쟁력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속도가 아니라, 인간이 AI를 가장 창의적으로 활용해 인지적 중노동을 넘기고 전략, 통찰, 리더십이라는 고차원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인간과 AI의 지능적 협력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위협 환경 속에서 우리를 보호할 새로운 방패가 될 것이지만, 그 방패에 방향성과 의미를 부여하는 마지막 손길은 언제나 인간의 손에서 나옵니다.
[글_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필자 소개_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 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한국정보보호학회 부회장, 금융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위원, 전 JTC1 SC27 정보보안 국제표준화 전문위 의장 및 의원, 전 ISO 27014(정보보안 거버넌스) 에디터 등 역임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