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김범석 쿠팡 의장의 국회 청문회 불출석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적 책임 구조를 정면으로 거부한 상징적 사건이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소비자 피해, 플랫폼 노동 문제 등 쿠팡을 둘러싼 핵심 현안에 대해 국회가 설명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최고 책임자는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는 ‘법적 문제는 없다’는 형식 논리를 넘어 “한국 사회에서 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기업인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현 의원 등이 31일 국회 의안과에 쿠팡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자료: 연합]
국회 청문회는 형벌을 가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공적 의혹을 확인하고, 사회적 책임을 묻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다. 그럼에도 김범석 의장은 국적과 거주지를 이유로 출석을 회피했고, 쿠팡 측은 실무 임원 선에서 사태를 정리하려 했다. 이 태도는 ‘책임은 조직에 있고, 성과는 오너에게 돌아간다’는 왜곡된 기업 권력의 전형을 보여준다. 한국 소비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한국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이 정작 한국의 민주적 통제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김범석 쿠팡 의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지난 12월 22일부터 28일까지 김범석 의장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김범석 의장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 [자료: 인사이트케이]
김 의장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비판’, ‘논란’, ‘대표하다’, ‘고발하다’, ‘신뢰’, ‘의혹’, ‘영업정지’, ‘진심’, ‘알려지다’, ‘정보유출’, ‘보상’, ‘피해’, ‘범죄’, ‘불안’, ‘탈세’, ‘실망’, ‘불편’, ‘최선’, ‘일방적’, ‘혐의’, ‘질책’, ‘분노’, ‘잘못되다’, ‘우려’, ‘증거인멸’, ‘유감’, ‘위기’, ‘무시하다’, ‘비판하다’, ‘간사’ 등으로 나타났다(위 그림).
김범석 쿠팡 의장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보면 대응 태도가 더 큰 문제와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망’, ‘불편’, ‘일방적’, ‘질책’, ‘분노’, ‘잘못되다’, ‘우려’, ‘유감’, ‘무시하다’ 등의 내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로비와 권력 동원의 방식이다. 김범석 의장과 쿠팡은 청문회 대응 과정에서 미국 정치권과 행정부를 향한 외교적 압박, 통상 이슈화를 시도한 정황으로 논란을 키웠다. 한국 국회의 청문 절차를 ‘외국 기업인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압박’으로 프레이밍하며, 사안을 통상 문제로 비화시키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이는 기업이 자국의 민주적 감시를 피해 외국 권력을 방패로 삼는 전형적인 ‘권력 우회 전략’이며, 주권 국가의 입법·감시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행위다. 소비자 신뢰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사고가 아니라 기업의 보안 투자, 내부 통제, 책임 의식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였다. 하지만 김 의장의 불출석과 침묵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집단적 무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신뢰는 플랫폼 기업의 생명선이다. 소비자는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결제 정보와 주소, 소비 패턴이라는 삶의 데이터를 함께 맡긴다. 그 신뢰가 훼손됐을 때, 기업 최고 책임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법적 책임 계산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설명이다. 국회 출석은 법률상 의무 이전에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제스처였다.

▲배종찬 연구소장 [자료: 인사이트케이]
그마저 거부한 선택은 소비자에게 ‘당신들의 불안과 분노는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질문은 명확해졌다. 쿠팡은 한국 사회의 일원인가, 아니면 이익만 취하는 외부자에 그치는가. 김범석 의장은 한국 시장에서 얻은 성과에 걸맞은 책임을 질 의지가 있는가.
침묵과 회피가 반복될수록 쿠팡과 김범석 의장이 잃는 것은 일시적 평판이 아니라 장기적 정당성과 생존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글_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저자 소개_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외에 미국, 일본, 홍콩 등에서 연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주된 관심은 정치시사와 경제정책인데 특히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 글로벌 경제 분석 그리고 AI 인공지능 및 블록체인 보안 이슈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심층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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