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안 검토한다지만 알맹이 빠진 해명만 반복
여야, 김병기-쿠팡 접대·로비 의혹 첨예 대립
[보안뉴스 여이레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7일 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 피해 규명 청문회를 열었으나 정작 사태 최종 책임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불참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한국어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외국인인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와 브렛 매티스 쿠팡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였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물을 마시고 있다. [자료: 연합]
김범석 의장이 빠진 채 청문회에선 로저스 대표와 매티스 CISO만 출석해 통역을 거쳐 답변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쿠팡이 의도적으로 언어 장벽을 가진 외국인 임원을 앞세워 예봉을 피해 가려는 이른바 ‘방패막이’ 전략을 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야 의원들은 “수천만 국민의 정보를 다루며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위기 상황에선 외국인 임원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김 의장 불출석을 성토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번 사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며 “소비자 불편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피해 보상안에 대해선 “현재 구체적 보상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 보상 규모나 시기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쿠팡이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 제출을 한 것을 두고도 논란은 이어졌다. 로저스 대표는 국회 청문회에서 “이번 정보유출은 SEC 규정상 ‘중대한’(material) 사건이 아니라 공시 의무가 없다”며 이번 공시는 의무가 아닌 정보 비대칭 해소 차원의 ‘자발적 공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 개인정보보호법상 신고 의무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사건의 법적·규제적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소비자의 피해 규모와 심각성을 미국 본사의 기준에 맞춰 축소 해석한다는 것이다.
대만 쿠팡에서 이미 시행 중인 패스키 도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매티스 CISO는 “대만 쿠팡에서 운영 중인 글로벌 기준의 패스키 기술을 내년 상반기 중 한국 시장에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입이 늦어진 데에 대해 “한국은 가입자 수가 매우 많다”며 “고객 불편함이 없도록 좀 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날 여야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증인 채택 여부로도 강력히 대립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9월 국정감사 한 달여 전,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 및 쿠팡 대관 총괄 임원 등과 서울 여의도 한 5성급 호텔 양식당 별실에서 약 70만원 결제가 이뤄진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나 ‘고가 접대·사전 로비’ 의혹에 휩싸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그날 제가 주문한 파스타는 3만 8000원이었다”며 “대관 담당은 나가 계시라고 하고 쿠팡 대표에게 국회를 상대로 지나치게 대관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서 주의를 주었다”고 밝혔다.
[여이레 기자(gore@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