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이기복 제이커넥트 총괄사업부장] 오늘날 보안 솔루션 시장은 숨 가쁘게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운영기술(OT), 산업제어시스템(ICS) 등 기술의 접점마다 지능적이고 고도화된 위협이 실시간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의 속도를 보안 산업이 과연 따라잡고 있을까? 현장을 들여다보면, 많은 보안 기업이 여전히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폐쇄적 개발 문화’에 갇혀 있다. 자체 연구개발(R&D)에만 의존하고, 제품 간 통합은 부족하며, 외부 커뮤니티와의 소통은 단절된 채로 말이다. 이는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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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보안, 다양성의 교훈
생물학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근친교배는 유전적 다양성을 잃게 하고, 결국 생존력 저하로 이어진다. 그래서 인류는 근친혼을 법적으로 금지하며 다양성을 지켜왔다. 보안 산업도 다르지 않다. 한 조직 안에서만 기술을 키워낸다면, 그 기술은 외부 위협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립될 뿐이다. 폐쇄형 기술 생태계는 혁신이 아니라 정체를 낳는다. 보안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면, 외부와의 연결로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선천면역으로 보강된 후천면역, 더 강력한 방어
기존 보안 솔루션은 대부분 후천면역에 기반한다. 패턴, 시그니처, 룰셋, 머신러닝 모델을 활용해 알려진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바이러스토탈(VirusTotal)을 중심으로 다수의 안티바이러스 벤더들이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며 협력하고 있다. 각 벤더가 수집한 악성코드 샘플과 위협 정보를 집약해 탐지력을 높이는 이 방식은 후천면역 기반 시장의 강력한 성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위협, 즉 제로데이 공격이나 비정상 행위에는 한계가 있다. 후천면역은 이미 알려진 패턴에 의존하기 때문에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선천면역 기반 접근이 후천면역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를 제공한다. PC 엔드포인트 사이버 위협 방어에서 선천면역은 ‘Self vs. Non-Self’, 즉 사용자 중심의 행위 기반 판별로 ‘내가 하지 않은 행위는 차단한다’는 단순하고 강력한 원리를 구현한다. 이는 알려지지 않은 위협에 대한 즉각적인 방어선을 구축하며, 기존 후천면역 솔루션의 탐지·분석 역량을 보완한다. 후천면역 시장은 이미 방대한 데이터와 성숙한 기술로 강력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선천면역이 더해진다면, 보안은 사전 예방과 탐지·분석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더욱 견고한 체계를 완성할 수 있다.
선천면역은 후천면역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후천면역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보강재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토탈 같은 플랫폼이 후천면역의 위협 인텔리전스 공유를 강화한다면, 선천면역은 PC 엔드포인트에서 실시간 차단을 통해 방어의 첫 번째 문을 단단히 잠근다. 이 둘의 협업은 오늘날의 복잡한 위협 환경에서 필수적이다.
오늘의 보안은 단순히 악성코드를 탐지하고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공격자들은 이미 협업의 시대를 열었다. 봇넷은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랜섬웨어 조직은 심지어 고객센터와 제휴 파트너까지 운영한다. 공격자가 연합군인데, 왜 방어자인 우리는 여전히 고립되어 있을까? 적은 협력하는데 방어는 단절된다면, 이는 전술이 아니라 패배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기술 교류, 보안의 생명선
보안 산업이 위협에 맞서려면 연결과 협업이 필수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교류가 필요하다.
· 위협 데이터 공유: 바이러스토탈처럼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위협 인텔리전스는 보안의 위력을 배가한다.
· 모듈 간 협력: EDR, XDR, NAC, 백업, 통제 시스템 등 각 솔루션의 강점을 연계해야 한다.
· 선천-후천 연동: 사용자 중심 차단 로직과 탐지·분석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 산업 간 융합: OT, IoT, 국방, 반도체 등 타 산업 기술과 보안을 융합해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
연결될수록 강해지는 보안
보안은 혼자 할 수 없는 산업이다. 오히려 연결될수록 강해지는 산업이다. 이제 우리는 ‘이기는 기술’이 아닌 ‘같이 가는 기술’을 고민해야 한다. 경쟁이 아닌 공진화(co-evolution)가 필요합니다. 바이러스토탈의 사례가 보여주듯, 후천면역 기반 위협 인텔리전스 공유는 보안의 기반을 단단히 다졌다. 여기에 PC 엔드포인트에서 선천면역의 즉각적인 차단 로직이 보강된다면, 보안은 한층 더 강력해질 것이다. 선천과 후천, 개별과 통합, 내부와 외부가 함께 작동할 때, 보안 산업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진정한 진화를 이룰 수 있다.
보안 산업이여, 이제 문을 열고 협업의 손을 내밀 때다. 기술 자급의 덫에서 벗어나, 열린 생태계로 나아가자. 우리의 미래는 연결에 달려 있다.
[글_ 이기복 제이커넥트 총괄사업부장]
[저자 소개] 2024년 6월 지란지교의 스핀오프 기업으로 설립된 제이커넥트 공동 창업자로, 현재 회사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제이커넥트는 엔드포인트 보안부터 개인정보 보호, 문서 보안, 백업, 업무 협업 솔루션까지 다양한 IT 솔루션을 공급하는 전문 기업이다. 기업 조직의 디지털 자산을 보호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랜섬웨어, 해킹 등 최신 사이버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과 안전한 데이터 관리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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