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친환경과 얼리어댑터의 대명사로, 정부 보조금까지 받아 수개월 구매 대기도 마다치 않던 전기차다. 지금은 중고차값 폭락과 주차기피 현상 등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탄소제로 시대를 준비해야하는 우리 인류에게 전기차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배터리 문제에서 촉발된 전기차 화재 사태, 특허를 통해 그 문제점과 해법을 찾아본다.
전기차 화재...관련 특허 급증세
전기차 주동력원은 전기, 즉 배터리다. 밀도 높은 고에너지가 잔뜩 응축된 여러개의 이차전지로 배터리는 구성된다. 따라서 화재 발생시 높은 온도로 인한 연쇄 폭발 위험성을 늘 안고 있다. 특히, 전기차에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는 열에 민감하다. 화재 발생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
배터리가 갖는 이같은 구조적 한계와 태생적 단점을 극복하고, 전기차 자체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다양한 기술적 접근과 연구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미 특허청(USPTO)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총 421건의 전기차 화재 관련 특허가 출원돼있는 상태다. 지난 2016년 이후 가파른 증가세다. 현재 USPTO에서 심사가 진행중인 건만 61건에 달할 정도다. 미공개 구간임을 감안하더라도, 2023년 이후 연간 최소 30건 이상의 출원건이 예상된다.

▲전기차 화재 관련 출원 추이 [자료: USPTO. 2023~2024년 미공개 구간]
특허는 대표적 미래 선행지표다. 전기차 화재와 같은 특정 사안 관련 신규 출원이 이처럼 급속도로 늘고 있었단 건, 완성차 메이커나 배터리 제조업체 등 관련 산업 플레이어 모두 화재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이미 인지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 차원에서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시켜왔단 얘기가 된다. 그 결과물이 바로 특허기 때문이다.
국산차 약진, 외제차 후진
앞서 본 특허를, 완성차 메이커별로 펼쳐 봤다. 예상과 달리, 대한민국 현대자동차가 가장 많은 US특허를 출원을 하고 있었다. 압도적이다. 다음으론 포드와 도요타, 혼다 등의 순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벤츠 등 독일 유명 브랜드들은 모두 순위권 밖였다.

▲전기차 화재 관련 업체별 출원 현황 [자료: USPTO·윈텔립스]
현재 미 특허청에서 심사가 진행중인 현대차의 ‘전기차용 배터리 열폭주 탐지 장치’란 특허를 보자. 전기차 화재는 진화보단 초기 발견과 대응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열폭주 탐지 장치내 여러 개의 각종 커버와 가스 배출 공간을 마련했다.

▲현대차 ‘전기차용 배터리 열폭주 탐지 장치’ 특허 [자료: USPTO·윈텔립스]
이를 통해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배터리 과열 등 이상유무를 선제적으로 감지하고, 화재 발생시 연기나 가스 등 각종 유해물을 외부로 신속하게 빼낸다는 게 이 특허의 핵심이다. 급발진 잇슈와는 달리, 전기차 화재엔 상대적으로 안전하단 평가를 받는 현대차. 그 이유를 특허에서 찾을 수 있다.
화재 발생건수 제로로 유명한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2024년 7월 이들이 미 특허청에 등록 완료한 ‘화재 배터리 신속 방전 시스템과 방법’이란 특허다. 전기차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하면, 일단 인접 셀로의 확산 방지가 최대 관건이다.

▲폴스타 ‘화재 배터리 신속 방전 시스템과 방법’ 특허 [자료: USPTO·윈텔립스]
이를 위해 폴스타는 BMS 시스템내 감지회로를 장착, 이를 통해 발화 셀로의 에너지 유입을 급속 차단시킨다. 또 제어엔진을 가동해 해당 셀을 격리, 나머지 다중셀로의 발화 확산을 막는다.
각 완성차 업체의 특허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주로 배터리 자체의 열관리와 열폭주 방지 솔루션 확보에 주력하고 있었다. 특정 배터리 셀에서 화재가 일어나도 전기차 차체 전체로 번지기까지 적어도 10분에서 15분 정도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진보성·신규성...특허 가치의 절대善
언제나 그랬듯, 신기술·신문명은 적잖은 문제와 부작용을 안고 세상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고 개선시켜온 것 역시, 더욱 진화되고 새로워진 기술과 문명였다. 이 ‘진보성’과 ‘신규성’은 현행 특허제의 절대선이자 최고 가치다. 오늘 우리가 전기차 화재 사태를, 굳이 ‘특허’를 통해 들여다 본 이유다.

[유경동 보안뉴스 IP전략연구소장(겸 편집국장)(editor@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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