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 2025. 올해는 첨단 기술로 뛰어든다는 의미를 담은 ┖DIVE IN┖이란 슬로건 아래, 160여개국 4800여개 기업, 14만명의 관람객이 참가했다.
이번 CES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공지능(AI)의 대향연이다. 기존 모든 기술은 AI로 수렴됐다. 로봇과 양자 등 미래 기술 역시 AI와의 접목, 아니면 대결구도 양상을 띌 정도였다. CES 2025에서 유독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킨 주요 기술과 전시물을, 그들의 특허를 통해 조명해본다.
손에서 ‘눈’으로의 진화
삼정KPMG 분석에 따르면, 이번 CES 관련 검색어 1위는 ‘엔비디아’였다. 2위 검색어 역시 이 회사 CEO 젠슨 황의 기조연설였을 정도다. 이쯤되면 CES 2025는 AI, 그중에서도 엔비디아가 다 했다 해도 과언 아니다.
그런 엔비디아가 이번 CES 개막 직전인 지난달 2일 공개한 ‘디지털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백라이트 없는 증강현실’이란 US특허를 보면, 스마트폰을 근간으로 해온 기존 컴퓨팅 디바이스가 이젠 스마트글래스, 즉 ‘안경’으로 빠르게 진화·발전할 것이란 게 보인다.
예컨대, 외국 나가 현지인과 챗GPT로 얘길 나눌 때, 손에 쥔 스마트폰을 연신 봐야하는 불편함 대신, 착용한 안경에 뜨는 통역문을 읽어가며 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가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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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특허 도면 [자료: USPTO·윈텔립스]
이 특허의 명세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기존 광원, 즉 백라이트 시스템을 폐기하고 디지털 홀로그래피와 주변광 간섭 기술을 채택했다. 특히, 위상 조정이 가능한 공간 광 변조기(SLM)을 사용해 추가 광원 없이도 선택적 음영 처리를 가능케 했다. 이를 통해, ㄹAR 스마트안경이 유독 야외에서 가시성이 떨어지던 단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했단 평가다. 엔비디아는 지난 2009년 CES에서도 게임용 ‘3D 입체안경’을 전격 공개한 바 있다.
이번 CES에선 엔비디아 외에도 스마트글래스 관련 출품작이 유독 많았다. 소니는 현실 세계를 스캔해 3D 입체 영상으로 재현하는 공간 콘텐츠 제작 솔루션 ‘진(XYN)’을 공개했다. 중국 TCL과 엑스리얼은 각각 ‘레이네오 V3’와 ‘원 프로’ 등 AR기능이 탑재된 스마트글래스를 선보였다. 이밖에 미국 솔리드비전과 보이 글라시스, 인도의 무스타드 글라시스 등도 이번 행사에서 AI 내장형 스마트글래스를 내놨다. 국내 기업으로는 모델솔루션과 칼리버스, 와이젯, 사피엔반도체 등이 스마트글래스는 물론, 구동칩 등 관련 최신 부품이나 장비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모델솔루션의 AI 스마트고글 ‘비전X’는 이번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모두, 손에서 ‘눈’으로의 디바이스 진화가 읽히는 대목이다.
AI 품은 로봇, 생활 속으로
CES 2025의 또 다른 한 축은 ‘로봇’였다. 기존 로보 테크에 AI가 가미되면서, 생활밀착형 로봇의 발전에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이번 전시회 기조연설에서 “로봇 학습을 위한 AI 플랫폼 ‘코스모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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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락 특허 도면 [자료: USPTO·윈텔립스]
그런 관점에서, 로봇청소기 제조업체 로보락이 CES에서 현장 공개한 ‘사로스 Z70’은 로봇과 AI간 동맹의 전형을 보여준다. 2024년 9월 출원돼 현재 미 특허청에서 심사가 진행중인 이 회사의 ‘맵 드로잉 방법과 장치’라는 특허에 따르면, 접이식 로봇팔을 탑재한 사로스는 AI 인식을 통해 바닥에 떨어진 양말이나 휴지, 슬리퍼 등 300g 미만의 작은 물체까지 감지해 집어 든다. AI는 음성 제어 어시스턴트에도 적용돼, 버튼 조작이 아닌 ‘말’으로 청소작업을 시킬 수 있다.
최근 5년간 AI 관련 특허만 1500건을 획득한 독일 자동차부품 기업 보쉬는 이번 CES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로봇과 부품 등 전통의 하드웨어 기업에서 ‘AI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보쉬는 오는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매출이 60억 유로를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현재 약 5000명의 보쉬 AI 전문가들이 지능형 솔루션 개발에 매달려 있다.
주목! 발명자 정보
다시, 엔비디아 특허다. 이 특허 제1발명자란에 등재된 이름에 눈길 간다. ‘Jonghyun Kim’,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름이다. 확인 결과, 지난 2017년 서울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엔비디아에 입사한 김종현 박사다. 김 박사는 3D 디스플레이와 VR/AR 시스템 개발을 전담하는 수석 연구원으로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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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특허 제1발명자의 국적별 현황 [자료: USPTO·윈텔립스]
특허 빅데이터의 여러 필드값 중 ‘발명자 정보’는 주요 글로벌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유독 눈독 들이는 데이터다. 이렇듯 특허 정보는 단순 기술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선 리쿠르팅과 같은 HR은 물론, 미래전략 수립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그 쓰임이 폭넓게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가 IP빅데이터를 일부 특정 기술부서가 아닌, 전사 차원에서 거들떠 봐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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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 보안뉴스 IP전략연구소장(겸 편집국장)(editor@boa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