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관통하는 보안 소식] 2024년 12월 3주차, “공백”

2024-12-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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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아시아와 한국에서 생긴 커다란 권력 공백...내년도 약속에 대한 공백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12월 3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공백’이다. 나라의 지도자가 세 명이나 한꺼번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독일의 숄츠 총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거기에 더해 미국의 금리 인하 역시 정말 중요한 부분에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1. 시리아의 공백
오랜 시간 시리아의 독재자로 군림했었던 아사드가 쫓겨나면서 시리아의 권좌는 공백 상태가 됐다. 물론 공식적으로나 ‘공석’이지, 사실상의 지도자가 누구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바로 반군을 승리로 이끈 알샤라다. 대통령이나 총리라는 직함만 없을 뿐, 그는 이미 시리아의 대표로서 다른 나라에 시리아의 입장을 대변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시리아 내부 정리도 진행하는 중이다. 명목상의 총리까지도 임명한 상태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더 큰 공백을 체감하고 있는 건 오히려 이란과 러시아다. 둘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에 투자했었다.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공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원격의 테러 조직들을 운영해 대신 공격을 하게 하는 전략을 써온 국가다. 지금의 하마스나 헤즈볼라, 후티 등이 전부 이란의 지원을 받아 반정부 단체로서 혹은 테러 단체로서 살아남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이 이스라엘이나 미국을 대신 공격해주니 이란은 매번 결백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보복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이란은 시리아 역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다.

러시아에 있어 시리아는 더 큰 의미였다. 중동은 석유라는 핵심 자원이 나오는 땅이라 열강들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갖고 싶어한다. 미국이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스라엘과 친하게 지내고 군까지 주둔시켜가며 중동 패권을 놓지 않는 것이다. 러시아도 미국처럼 중동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싶었다. 물론 이란이라는 친한 나라가 있긴 하지만, 이란에 러시아의 군 자산이나 병력을 마음껏 가져다 놓을 수는 없었다. 시리아는 그게 가능했다. 시리아 정부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러시아는 각종 무기를 시리아에 부지런히 배치해 왔었다.

그런 노력들이 알샤라의 반격 한 번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물론 알샤라가 단번에 이란이나 러시아의 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특별히 친미 성향을 가지고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알샤라는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는 걸 세계에 부지런히 알리고 있다. 아사드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과 서방 세계를 적으로 돌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알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란과 러시아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도 된다.

대신 알샤라에 큰 영향을 미칠 국가는 바로 튀르키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과 러시아가 자리를 잃어 비어버린 공간을 튀르키예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튀르키예가 반군 세력의 가장 중요한 지원자였고, 쫓겨난 아사드도 이미 쫓겨나기 전부터 “튀르키예가 반군들을 들쑤셔서 나를 쫓아내려 하고 있다”고 이란 측에 알렸다고 한다. 알샤라가 실제 공식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 모르고, 이번에 연합한 반군들이 새 정부 아래 어떤 식으로 뭉치거나 흩어질지 모르지만, 튀르키예의 영향력이 시리아 전체에 막강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2. 한국의 공백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한국 대통령도 공식적인 공석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갖게 되는 ‘공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외교 쪽에서 많은 우려들이 나왔는데, 한국이 본래 복잡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 대한 대처, 심화되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등 외무부 장관이나 총리 이상의 권한을 가진 사람이 방향타를 잡고 나아가야 하는 사안들이 덫처럼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탄핵이 가결되면서 외무부는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과 일본, 중국에 연락해 “한국의 외교 정책과 방향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알린 것이다. 일단 최선의 수습을 하면서 다음 정권이 들어서서 상황을 정리할 때까지 시간을 벌고자 한 것인데, 외교 무대에서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북한이 한국 사정을 보고 미사일 도발을 임시 중단할 것도 아니고, 미국과 중국 역시 치열한 기술 전쟁(혹은 무역 전쟁)의 기세를 한국을 위해 꺾어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정권에서 시작된 일본과의 외교 관계 개선이라든가, 차기 트럼프 정권을 위한 대비책 마련 역시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오커스 필라 2(AUKUS Pillar 2)라고 불리는 동맹에 한국이 가입하느냐 마느냐다. 오커스는 호주, 영국, 미국으로 구성된 군사 동맹이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한국도 이들 세 나라들과 더 깊은 동맹 관계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었고, 실제 오커스 국가들과 한국 간 논의와 협상이 이뤄지고 있었다. 오커스 2에 한국이 가입될 경우, 한국은 이들 국가들과 이중용도 기술을 적극 개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 자리가 비게 됨으로써 이 협상도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이 가입을 고려하고 있던 건 오커스만이 아니었다. G7에서도 한국이 거론되고 있던 마당이었다. 기존 일곱 개 국가에 호주와 한국을 더해 G9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던 참이었던 것이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을 주축으로 브라질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가 갈수록 더 많은 국가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세력을 확장하는 것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와 중국 위주의 세계 질서냐, 미국과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냐를 선택하는 그 절묘한 시기에 공백이 생겨버린 것으로, 이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장기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국회와 임시 정부의 조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3. 독일의 공백
유럽연합에서도 난리가 났다. 이 연합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 독일에서 권력의 공백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번 주 3당의 연합체로 구성된 정부를 이끌던 올라프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독일은 반 년 정도 빠르게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독일 대통령은 앞으로 국회 해산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며, 독일은 총선 전까지 총리와 국회가 없는 나라로 지내야 한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독일의 3당 연정은 매우 드문 것으로, 2차대전 이후 독일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정부의 형태였다고 한다. 두 당이 힘을 합쳐 국가를 운영하기도 힘든 게 보통인데, 세 당을 뭉쳤으니 올라프 행정부는 시작부터 꽤나 불안했었다. 그러다가 최근 국채 문제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올라프가 재무부 장관을 경질시키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게 됐다. 올라프 자신은 패배할 것을 알고도 불신임 투표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현 국회를 빠르게 해산시킴으로써 ‘새 정부’의 출범을 앞당기기 위해서라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독일과, 독일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유럽연합은 현재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독일의 경우, 독일을 대표하는 회사라 할 수 있는 폭스바겐이 일부 공장의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가 10월부터 나왔었다. 폭스바겐은 단 한 번도 공장 문을 닫은 적이 없는 회사다. 공장 문을 닫는다는 건 대량 해고를 의미한다. 폭스바겐이 직원을 전혀 해고하지 않는 회사였던 건 아니지만, 공장 세 개로 표현될 정도의 대규모 해고를 감행한 적은 없었다. 독일 경제가 심각하게 휘청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폭스바겐이 유럽 전체의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큰 편이다. 특히 유럽의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폭스바겐이 움츠려들면 그 파장이 크다. 게다가 지금 유럽의 자동차 산업은 중국 전기차에 밀려 유례 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더 나아가 독일이 앞장서서 힘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미 얼마 전에 독일 다음으로 유럽연합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 프랑스에서도 총리가 탄핵되는 일이 있었다.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독일에서처럼 정부를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입김이 줄어들면서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의 분열이 심화되는 중이다. 유럽연합은 1위와 2위 국가가 사실상 공백인 상황에서 트럼프와 중국 전기 자동차의 물결을 온 몸으로 맞아야 한다.

4. 추가 인하의 공백
이번 주 경제 전문가들이 가장 목 마르게 기다리던 소식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인하다. 지난 주 인플레이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미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어쩌면 연준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성됐었다. 올해 벌써 두 번이나 금리를 인하해서 5% 초반대이던 것이 4.5~4.75% 수준으로 조정됐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수치였다. 모두가 간절히 금리 인하를 소망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 역시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채널을 통해 금리 인하를 종용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그리고 오늘 연준은은 모두가 바라던 바를 이뤄주었다. 0.25%p 금리를 인하시킨 것이다. 그래서 지금 미국의 금리는 4.25~4.5%가 됐다. 이는 2022년, 금리가 한창 오를 때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유지된 것이나 오른 것보다 낫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고금리에 해당한다고 경제 및 투자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전문가들이 실제로 기다려온 건 금리 인하 그 자체가 아니라, 금리 인하 발표와 함께 나오는 ‘내년도 계획’이었다. 내년에도 연준은이 꾸준히 금리를 낮춰야 의미 있는 ‘인하’가 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의견이었다. 단순히 ‘금리를 인하합니다’로 발표가 끝나지 않고, 향후 일어날 일들까지 은근히 언급하는 게 관례이기도 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금리와 관련된 결정과 함께 2025년 계획을 살짝 언급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바라던 내용은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내년도에 많아 봐야 두 번 정도 금리를 더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매번 0.25%씩 금리를 내리니, 두 번이라면 0.5%에 불과하다. 그러면 내년 말의 금리는 낮아봐야 3% 후반대~4% 초반대일 것이다. 최소 3% 초반대를 기대했던 사람들이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 소식과 함께 미국의 각종 주식이 급락했다. 그냥 급락이 아니라 ‘기록적인’ 낙하였다. 다우존스의 경우 50년 만에 최장 하락세가 기록되기도 했고, S&P 500 지수 역시 아슬아슬하게 최저 기록을 면했다.

5. 경험의 공백
소문만 무성하던 북한 군이 드디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형성된 최전선에서 러시아 군을 도와 직접 전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수십 명이 그 전장에서 사망하거나 다친 것이다. 이로써 쿠르스크라는 자기 땅을 되찾으려는 러시아의 노력은 조금 더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 군이 전쟁터에서의 경험 부족 때문에 희생됐다고 밝혔다. 특히 드론 등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공격에 있어 대처 능력이 부실해 보였다고 한다. 게다가 현재 러-우 전쟁에서 양측 모두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폭격 때문에 소수로만 움직이는데 북한 병력은 다수로 뭉쳐 다니기 때문에 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주장을 하면서 “푸틴 단 한 사람의 야욕 때문에 애꿎은 북한 군이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 건 불합리하다”고 소리쳤다. 북한 정권이 큰 실수를 했다는 의미였다.

북한 군의 존재까지는 확인한 서방 국가들은, 다음으로 그 북한 군의 실제 전투 능력이 궁금했다. 북한 군의 전투력은 늘 미스터리 그 자체이기도 했다. 그래서 쿠르스크 지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드디어’ 등장한 북한 군이 의외로 전쟁터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자 “생각보다 러시아에 큰 힘이 안 될 수도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경험의 빈 자리가 쉬이 메워지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우크라이나 측에서 전혀 다른 소식을 전했다. 북한 군이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제일 먼저 드론 공격에 맞서기 위해 멀리까지 감시할 수 있는 타워를 임시로 세워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첫 날같은 사상자가 나오는 걸 막아냈다고 전해진다. 그러자 서방 국가들은 “북한 군의 전투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사상 교육에 세뇌되어 있어 충성스럽고 평소 훈련도 잘 된 자들”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들이 내세운 근거다.

쿠르스크 지역은 러시아 본토로 쳐들어간 우크라이나 군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 라는 문제로 세계 많은 나라들의 관심이 쏠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동안 수수께끼와 같았던 북한 병력이 얼마나 높은 전투력을 선보일 수 있느냐,라는 궁금증으로 인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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