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단계에서의 보안 취약성을 식별하고 대응하기 위한 노력 필요
우주 데이터 안보, 전정부적 관점 필수...국제협력과 우주 외교역량 강화 필요
[보안뉴스= 정헌주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항공우주전략연구원 원장] 지구궤도 상에 있는 수많은 인공위성들에서 만들어지고 지상으로 전송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국가안보, 경제발전, 지구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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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위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혹은 우주 데이터에는 기상, 토지, 지형, 농업, 산림, 해양 관련 데이터는 물론 건물, 차량, 사람 등을 식별·추적하는 데이터, 위치·항법·시각 데이터, 그리고 통신데이터 등이 포함되는데, 이러한 데이터는 그대로 사용되거나 분석·가공된 뒤 다른 데이터와 결합되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위성 데이터 서비스 시장은 2020년 약 6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22.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에는 약 45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 데이터의 두 얼굴
우주 데이터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다. 우리가 친구와 만날 약속 장소로 이동할 때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앱이나 매일 체크하고 사용하는 날씨 예보, 인터넷 뱅킹 등은 우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또한, 우주 데이터를 활용하여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고, 태풍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도 있다. 이렇듯 우주 데이터는 경제적 이익과 편의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동시에 우주 데이터의 군사적·안보적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우주 데이터는 전장 상황인식, 정밀유도무기 운영, 효과분석, 적의 군사대비태세 및 군사력 평가 등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수행한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3년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우주 데이터의 군사적 중요성은 확인되고 있다.
우주 데이터에 대한 위협
경제적·군사안보적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우주 데이터에 대한 위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주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최종사용자가 활용하는 단계까지 매 단계에서 우주 데이터 생성을 방해하거나 데이터를 오염시키거나 탈취하려는 위협과 그 피해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3호와 아리랑3A호를 관제하고 고해상도의 지구관측 영상 데이터를 수신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위성운영센터가 2023년 12월경 해킹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해킹의 위협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 민간 행위자들의 우주 진출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주로부터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안대책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주 데이터 안보와 한국의 과제
우리나라는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2022)에서 우주 안보의 중요한 목표로 우주사이버안보 역량 고도화를 제시했고, 장기과제로 우주-항공-지상-해양 초연결 사이버안보 체계를 확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4년 6월에 국가정보원 주도로 국방부, 외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 등 관계부처와 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ETRI, KAIST 등 20개 기관이 참여해 우주 사이버보안 대응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우주 데이터의 안보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사이버공격 역량뿐만 아니라 한국 대비 우주 역량의 비교 열위를 고려했을 때, 우주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려는 북한의 시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북한은 보다 정교해진 사이버공격 역량을 기반으로 우주 관련 기술을 탈취하고, GPS 재밍 등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한국의 우주 데이터를 탈취·조작·침해하려는 행위자에는 북한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잠재적 적국, 경쟁국, 그리고 경제적 이익 혹은 명성을 추구하는 사적 행위자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행위자로부터의 우주 데이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주 데이터의 생성, 수집, 전송, 가공, 분석, 활용되는 모든 단계에서의 보안 취약성을 식별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우주 데이터의 안보를 위해서는 전정부적(whole-of-government) 관점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우주 데이터 안보를 위한 이러한 노력에서 중요한 점은 한 국가의 노력으로 안 되는 부분들이 많으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협력, 특히 국제규범을 창출하고 준수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뉴스페이스 시대는 기술과 안보, 경제, 글로벌 협력의 복잡한 연계가 특징이다. 우주 데이터가 제공하는 기회를 극대화하고 위협을 최소화하려면, 단순히 국가 차원의 노력을 넘어선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우주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국제규범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양자, 다자 우주협력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우리나라의 우주 외교(Space Diplomacy)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본 칼럼은 국가전략(제30권 4호, 2024년 겨울호)에 실릴 저자의 논문,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 안보와 데이터 안보 연계의 동학’을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글_ 정헌주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항공우주전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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