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랫폼의 데이터 경쟁력 분석, 로컬 플랫폼의 데이터 경쟁력 확대 중요
[보안뉴스= 서봉교 동덕여대 글로벌지역학부 교수]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로 대표되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한국에도 진출해 초저가 상품과 무료 배송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플랫폼이 해외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해외로 이전하는 문제를 데이터 안보 측면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경고도 제기된 바 있다.
[이미지=gettyimagesbank]
중국 플랫폼에 대한 데이터 안보적인 측면에서의 경고는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플랫폼 패권 경쟁의 측면에서 이해되기도 한다.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시장을 선점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한 플랫폼이 결국에는 독점적인 승자독식의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가진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중국 플랫폼이 더 많은 해외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 불법적인 데이터 밀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플랫폼을 제재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최근 글로벌 플랫폼의 경쟁력은 단순히 데이터의 양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통해 처리되는 데이터는 네트워크 접속 방식, 모바일 인증 기술, 데이터의 클라우드 인프라 설비, 데이터의 암호화 기술, 인공지능 알고리즘, 데이터 보안 시스템, 모바일 결제 시스템 등 데이터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데이터 비용 경쟁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의 플랫폼은 과거 인터넷 기반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데이터를 자체적인 고객관리 시스템으로 관리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보안과 암호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최근 플랫폼에 대한 데이터 감독 규제를 도입해 이러한 보안 시스템을 심사 및 검증하고 있다. 동시에 스마트폰 기반 글로벌 플랫폼의 경쟁력은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데이터 수익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여 플랫폼으로 유인하고 있다.
플랫폼은 자발적인 참여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과도한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경쟁 플랫폼이 등장하면 플랫폼 참여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결국 자발적 참여자로 구성된 플랫폼의 경쟁력은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역량으로 귀결된다. 과거 물리적 국경이나 법률적인 규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형태의 장벽은 스마트폰 기반의 글로벌 디지털 세상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진출로 로컬 플랫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에서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이나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도입하는 것도 이러한 경제적인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최근 플랫폼의 데이터 수익 경쟁력은 개인화된 스마트폰의 특성을 활용해 맞춤형 추천 광고를 제공하거나 플랫폼이 중소 공급자들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창출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인프라 클라우드 등 다양한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국제 전자상거래 플랫폼 점유율[자료=스태티스타]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거래 수수료를 저렴하게 책정하면서도 광고나 컨설팅 수익, 클라우드 데이터 수익 등을 통해 흑자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더 많은 자발적 참여자를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 기반 글로벌 플랫폼의 데이터 경쟁력은 스마트폰 기반 소액 모바일 결제라는 외부 경제환경의 경쟁력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기반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매하는 상품은 소액이면서 빈번한 결제가 진행된다.
미국과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페이팔, 애플페이, 알리페이와 같은 자체적인 모바일 국제결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선불 충전식 모바일 전자지갑 국제결제 플랫폼은 과거 신용카드 기반 국제결제 시스템에 비해 수수료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 리서치 기관인 스태티스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자상거래 결제 방식에서 모바일 전자지갑이 차지하는 비중은 49%, 신용카드는 20%, 직불카드는 12%, 계좌간 직접결제(A2A: Account to account)는 9%, 후불결제(BNPL: Buy Now Pay Later)는 5%, 현금이체는 2% 등으로 모바일 전자지갑이 이미 대세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플랫폼의 자체적인 모바일 국제결제 수단은 저렴한 국제결제 수수료와 간편한 결제 절차라는 무기를 앞세워 자발적 참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스마트폰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대응해 스마트폰 데이터 인프라 비용 경쟁력, 스마트폰 데이터 기반 맞춤형 수익 모델,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국제결제 수단 등 글로벌 데이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플랫폼의 데이터 경쟁력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로컬 플랫폼의 데이터 경쟁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국 플랫폼의 한국 진출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에 비유하고 있지만, 원유를 많이 가졌던 중동이 아니라 석유화학 산업을 육성했던 국가가 선진국이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_서봉교 동덕여대 글로벌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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