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음악] 마이클 잭슨의 옛 노래에 담긴 후회, 보안은 통찰로 만들어야

2024-08-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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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옛말이, 영어로도 해석 가능하다니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작고한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의 오래된 명곡 중 하나로 ‘She’s out of my life’가 있다. 1979년 앨범에 수록된 ‘중년’ 곡이지만 모든 명곡의 생애주기가 그렇듯 조시 그로반(Josh Groban) 등의 명품 보컬들의 리메이크 작업으로 몇 차례 재발굴 되면서 후대 음악 감상자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곡은 떠나간 연인에 대한 노래로, 주로 화자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원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랑에는 표현이 필요하다’거나 ‘원망스러운 자존심’과 같은 표현이 있는 걸로 봐 화자는 먼저 말하는 걸 어쩐지 불편하게 여기는 과묵한 남정네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damned indecision’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자신의 망설임과 우유부단함에 대한 저주를 담고 있는 내용이다. indecision은 요즘 말로 ‘결정 장애’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언젠가부터 매년 세계 유력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논하기 시작했다. 이른 바 COP00(00은 순번)이라는 이름의 회의가 열리고 있는 건데, 지구 곳곳에서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묘안들과 협의체들이 이 회의를 통해 구성되는 중이다. 하지만 환경 단체들은 이런 행사가 열리기만 하면 회의장 바깥에서 시위를 벌인다. 선언만 주구장창 나오는 회의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게 시위의 이유다. 한 마디로 리더들의 행동 없음, 즉 inaction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지에 나온 보도 내용이다. 영국과 미국, 독일과 프랑스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는데, 기후 변화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은 가득하지만 실제 삶의 패턴을 변경할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도자들의 inaction도 문제지만 일반 시민들의 inaction도 만연한 문제라는 내용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지어 환경 운동가들의 행동이라는 것도 요즘은 대부분 과격한 시위에 그치고 있어 inaction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여기서 in은 ‘아니다’라는 뜻의 부정 접두어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 속 주인공은 indecision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지금 인류는 지도자들부터 시작해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inaction 때문에 사랑하는 환경을 잃기 직전에 놓여 있다. in-으로 시작한 이 두 가지 요소는 하나의 공통된 감정으로 귀결되는데, 그건 바로 불안, 즉 insecurity다.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노랫말 속 남자 주인공도, 국제회의를 여는 지도자들과, 그 지도자들의 회의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우리들도, 내일부터 시작되는 미래의 insecurity를 미리부터 느끼고 있다.

보안 업계도 항상 indecision과 inaction의 두 가지를 지적해왔다. 보호해야 할 자산이 무엇인지 파악해 두고 지속적인 데이터와 인사 관리를 통해 실제 사고의 순간에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거나 보안 교육과 인식 제고를 통해 귀찮기 짝이 없는 보안 실천사항을 한 사람이라도 더 지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잔소리들 말이다. 하지만 이 소리들이 필요한 사람들의 귀에 제 때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실제 insecurity가 보안 사고로서 드러난다. 그러면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들의(혹은 누군가의) indecision과 inaction을 찾아내고 비판하기 시작한다.

스스로에게 indecision과 inaction이라는 불안 요소가 있다는 걸 알고, 이것 때문에 insecurity를 느끼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건 매우 이상적인 순서다. 실상은 어떤가? 사고가 터져야 insecurity를 인지하고, 그러면서 indecision과 inaction의 책임 소재를 찾는다. 이상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다 지키기 어려운 거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아예 그 반대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기 일쑤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옛말이 있는 것처럼, 이것은 오래 전부터 반복되는 패턴이다.

대부분의 경우 insecurity가 시작되고 나서야 inaction과 indecision을 돌아보게 된다는 이 비극적인 순서는 보안 업계에서만 발견되는 문제는 아니다. 따지고 보면 마이클 잭슨의 이별 노래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상황을 담고 있다. 기후 변화 대책 회의 역시 한 발 늦은 것이 분명하다. 올해 여름만 하더라도 지구는 비정상적인 재앙을 세계 곳곳에서 겪었으니 말이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과 환경조차, 잃기 직전까지 미리 간수할 수 없는 게 우리라면, 데이터 쪼가리 따위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보안이 꾸준히 간과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indecision과 inaction을 미리 어쩌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절망만 남아있는 것일까?

자세히 보면 in은 부정적이라는 접두사이기도 하지만, ‘안쪽으로’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involve에서의 in은 ‘구르다’는 뜻을 가진 어근 volve와 합해져서 만들어진 단어다. involve는 적극 참여하다는 뜻인데, 어원을 해체하면 ‘안으로 구르다’라는 뜻이 된다. 이럴 때 in은 대단히 멋져 보인다. 또, 통찰이라는 뜻의 insight의 in도 ‘안으로’다. ‘안으로 들여다보는(sight) 것’이 바로 통찰이라는 것이다.

indecision과 inaction과 insecurity가 어떤 순서로 우리 삶에 영향을 주든, 결국 우리가 어느 순간이라도 문제의 안으로 들어가 구를 수 있을 만한 통찰을 얻기만 하면 상관이 없지 않을까. 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아닐 in’ 세 번이 ‘안으로 in’으로 귀결되기만 한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닥칠 재앙의 크기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보안 전문가들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임무 중 교육이 단연 중요한 것으로 손 꼽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적어도 보안 문제에 있어 보안 전문가들은 누군가의 indecision과 inaction과, 그로 인한 insecurity를 지적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insight를 제공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그 insight라는 씨앗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involve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 우리가 사용해야 할 in은 ‘그건 안 돼’, ‘당신은 그래서 안 돼’의 in보다, ‘당신의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어가보자’, ‘나중엔 당신도 같이 참여하자’의 in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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