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행위 의도를 사전 분석·파악하는 기술로 발전 계획
[보안뉴스 박미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CCTV와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범죄의 징후를 미리 파악해 사전 예측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CCTV가 감시의 역할을 뛰어넘어 범죄의 예방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CCTV 영상, 범죄통계정보, 측위정보 등을 분석해 범죄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자뷰(Dejaview)’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데자뷰 기술은 범죄가 유형, 방법, 장소, 시간 등 과거 범죄의 패턴과 유사하게 반복돼 발생하는 경향에 착안했다.
이번 기술은 과거 범죄가 발생한 상황과 현재 진행 상황을 비교·분석해 범죄 위험도를 측정하고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 범죄 발생을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ETRI의 데자뷰 기술은 적용 대상 및 방법에 따라 두 가지 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시·공간 중심 범죄 예측 기술은 특정 장소, 특정 시간대에 어떤 유형의 범죄 발생 위험도가 높은지 분석한다. 예컨대 늦은 밤 과거에 범죄가 발생했던 한적한 곳에서 과거 범죄 패턴과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면 위험도가 아주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로써 범죄 발생을 미리 차단, 예방하는 방식이다.
향후 경찰과 전국 지방자치단체 CCTV 통합관제센터 등에서 주로 활용될 전망이다. 과거 범죄 등의 통계정보를 바탕으로 학습된 AI가 실시간 CCTV 영상을 자동 분석해 범죄 상황과 유사도를 비교·측정한다. 또한 미행이나 쓰러짐·극초기 화재 등 범죄나 재난 의심 상황을 즉각 식별·추적하고, 행인과 차량의 속성(마약, 밀수 등)을 인지하는 등 전반적인 상황도 이해할 수 있다.
ETRI는 서울 서초구와 공동으로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지역 내 3만2,656건의 CCTV 사건·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범죄예측지도(PCM)를 개발했다. 과거 범죄통계정보를 기반으로 범죄의 발생일시, 장소, 강력범죄, 교통사고, 화재 등 사건유형별로 정형화해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보여준다.
또한 PCM은 실시간 범죄 위험도를 화면에 제시한다. 관제사는 범죄예측지도를 통해 현재 지역별 범죄 위험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우선 관제하는 예측적 선별 관제가 가능한 셈이다. 범죄예측지도의 범죄 예측 성능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성능시험 기준 82.8%로 측정됐다.
ETRI는 두 번째 데자뷰 기술로 개인 중심의 재범 예측 기술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재범 우려가 큰 고위험군 전자감독대상자에 철저히 국한돼 적용되는 기술이다. 전자감독대상자의 이동 패턴에 따른 위험도를 분석한다.
현재의 전자감독시스템은 측위정보를 기반으로 이동제한 규정 여부를 판단한다. 기존 시스템에 ETRI의 본 기술이 접목되면 전자감독대상자가 생업 등 사유로 인해 주기적으로 이동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이를 분석, 재범 위험도를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
전자감독대상자 위치기반 위험도 분석 성능은 95% 수준이다. 총 7,397번의 일상 경보를 대상으로 TTA 인증시험을 완료했다. 이번 기술은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 활용 가능한 기술이다. 추후 위치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상·면담·의료정보 등을 복합 분석하는 AI 전자감독시스템으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ETRI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범죄 징후 감지 및 예측 원천기술을 안전서비스에 특화된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지역별 범죄 특성을 고려한 현장 맞춤형 범죄예측시스템은 물론 공항, 에너지 시설, 공장과 같은 국가기반시설 위험 사전대응 시스템, 국가 주요 행사의 안전시스템, 경호를 위한 위험행위(의도)의 선제적 대응 등 다양한 안전서비스로 확대·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CCTV 영상에서 실시간 발생하는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 이해, 추론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영상보안 AI 핵심 기술 개발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ETRI 연구진은 개발된 데자뷰 기술을 기반으로 각 지자체 및 관제 기관과 협력해 치안 현장에 특화된 범죄 징후 감지 및 예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위험군 전자감독대상자의 일탈 행위를 사전에 인지·대응하는 AI 전자감독 기술 개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데자뷰 기술의 상용화 시점은 내년 말로 보고 있다.
ETRI 인공지능융합보안연구실 김건우 책임연구원은 “CCTV가 단순히 범죄 발생을 감지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위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예방하는 영상보안기술을 개발했다. 본 기술을 통해 미래형 첨단 사회안전시스템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과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5G 기반 선제적 위험 대응을 위한 예측적 영상보안 핵심 기술 개발’로 지난해까지 수행됐다. 2023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우수 성과 100선, IITP ICT R&D 25대 우수과제, ETRI 9대 대표성과로 선정된 바 있다.
[박미영 기자(mypark@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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