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국가기술 유출... 지난 5년간 중대 피해 살펴보니

2023-08-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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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자동차·정보통신·조선·전기전자 분야에서 81.5% 차지
국정원, 산업기술 보호...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92건, 25조원대 피해 막아


[보안뉴스 김영명 기자]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주요 협력업체 직원이 삼성의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이를 사전에 적발하고 관계자 5명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넘겼다. 국가정보원이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근 5년간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2건이었다. 또한, 기업 추산 피해 예방액은 확인 가능한 65개 기업이 연구개발비·예상매출액 등을 반영해 자체 추산한 결과 25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92건 가운데 1/3에 해당하는 33건은 ‘국가핵심기술’ 사건이었다.


[이미지=gettyimagesbank]

국가핵심기술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기술유출은 △보안시스템이 잘 구축된 대기업보다는 핵심 협력업체를 공략해 기술을 빼내거나 △중소기업의 취약한 보안 관리를 악용하기도 하고 △산학 협력·기술 컨설팅을 빙자하는 등 다양한 우회수법을 악용하고 있었다. 국정원은 국내·외 방첩역량을 총동원해 핵심 산업기술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산업은 2018년 7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분야별 협회·기업 등이 참여하는 ‘민·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공동대응하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을 계기로 국가·기업간 산업기술 탈취 시도가 증가추세에 있다. 최근 5년간 기술유출을 분야별로 세분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자동차·정보통신·조선·전기전자 분야에서 75건(81.5%)이 발생하는 등 국가 주력산업에 집중됐다. 피해 집단별로 보면, 중소기업 기술유출이 50건으로 다수였으며, 뒤이어 대기업 33건, 대학·연구소 9건 순으로 이어졌다.


▲최근 5년간 국가핵심기술 유출 현황[자료=국가정보원]

주요 적발 성과, 2차전지·반도체 등 글로벌 우위 기술에 집중
주요 적발 성과를 살펴 보면, 첫 번째로, ‘2차전지 분야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으로 해외 후발업체로의 인력 유출이 있었다. 국정원은 2021년 초 2차전지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양극재의 국내 최대 생산업체인 A사 퇴직 연구원들이 해외 경쟁업체로 이직을 시도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세계적으로 2차 전지 개발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국의 인력 영입이 치열한 2차 전지 분야 보호 활동을 수행하던 중이었다.

국정원은 A사 퇴직 연구원 2명이 아시아 및 유럽계 후발업체 이직을 위해 회사 보안정책을 위반하며 상용 이메일과 클라우드 등으로 국가 R&D 과제와 기술자료 자수를 유출한 정황을 확인했다. 국정원은 이들을 2021년 5월 검찰에 이첩했으며, 지난해 1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18548호)’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두 번째로 ‘반도체 분야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은 해외 수주를 미끼로 대기업 협력업체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정원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의 첨단기술 유출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마침 2019년 12월,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B사가 원청업체와의 비밀유지 계약을 깨고 최신 반도체 제조 및 세정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사실을 포착했다. 또한, 2020년 10월 C사의 세계 최초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도 불법 취득해 중국 수출용 반도체 장비개발에 활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국정원은 B사가 유출한 기술을 특정해 검찰 수사를 지원했고, 검찰은 2021년 1월 B사의 전 연구소장 등 5명을 구속 기소, 관련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세 번째로, ‘조선 분야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은 기술 자문을 빙자한 기술유출 사건이다. D사 직원 E씨는 2020년 퇴직을 앞두고 D사의 고부가가치 선박 관련 핵심기술 자료를 무단으로 갖고 나왔다. E씨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협력업체 직원들과 조선기술 자문 업체를 차렸고, 빼돌린 다량의 D사 기술자료를 중국 경쟁업체에 넘겨주다가 국정원에 적발됐다. 유출된 자료는 D사가 독자로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이었다. 검찰은 2021년 9월 E씨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19166호,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네 번째로 ‘OLED 분야 기술 유출 사건’은 중소기업의 보안시스템 허점을 이용한 기술유출 사건이다.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유기발광다이오드) 증착기(OLED 디스플레이용 유리 기판에 다층 박막을 만드는 장비) 분야의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F사는 2020년 사내 보안 프로그램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기간 상급자의 결재가 없어도 중요 자료를 외부에 무단 전송할 수 있는 허점이 있었다. F사에서 설계도면 관리자 연구원 2명은 이 허점을 악용해 설계도면 파일을 빼돌린 뒤 본인의 PC에 저장했다가 국정원에 적발됐다. 검찰과 경찰의 합동수사 결과, 이들은 기술자료를 갖고 미국 경쟁업체로 이직을 위해 헤드헌팅과 접촉하던 사실이 밝혀졌으며, 2021년 4월에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다섯 번째로, ‘철강 분야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은 퇴직 후 대기업 자회사 통해 기술유출을 시도한 사건이다. 국정원은 2020년 5월 경쟁국 철강업체가 대기업 G사의 협력사를 통해 G사 기술을 빼돌린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조사 결과, G사 전직 직원 H씨가 퇴직 시 불법 유출한 ‘자동차 강판 도금량 제어기술’ 자료를 토대로 같은 설비를 제작해 외국 경쟁사에 판매했다. 또한, G사 자회사 대표에 접근해, G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AI 기반 도금제어 기술’을 빼돌릴 것을 종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H씨는 2021년 1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5년간 분야별 기술유출 현황[자료=국가정보원]

기술유출 주요 유형도 인력·기술 빼돌리기 등 교묘히 접근
최근 산업스파이들은 클라우드·SNS 등 다양한 경로로 기술을 유출하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 암시장으로 통하는 ‘다크웹’을 활용하는 등 고도화된 수법을 쓰고 있다. ‘전직금지약정’을 피하기 위해 직접 채용이 아닌 자문·연구용역 형식으로 위장하거나, 기술탈취 목적으로 우리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등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형까지 발견되고 있다.

국정원은 첨단기술을 보유한 우리 기업 및 연구소·대학 등을 대상으로 경쟁국 기업이 기술을 탈취하는 수법을 크게 △국내 우수인력·기술 동시 빼돌리기 △국내 업체 내부에 유출 조력자 심기 △협력업체 활용 견본품 우회 확보 △리서치업체 통해 기술정보 대행 수집 △국내 대학에 자국 연구원 ‘스파이’ 심기 등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대응 중이다.

①국내 우수인력·기술 동시 빼돌리기 : 가장 보편화한 방법으로, 경쟁국 기업의 자회사 또는 외견상 전혀 무관한 기업체 등으로 위장해 국내 우수 연구 인력들을 고액 연봉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하는 수법이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이런 피해를 당한 사례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기술유출 예방을 위해 ‘동종업계 이직금지 제도’ 및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경쟁국 기업은 외관상 무관한 업체에 채용시키며 이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수법의 기술유출 시도는 배터리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접근에 이어 최근에는 유럽 업체들까지 우리나라 인력 유출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2020년에는 유럽의 한 업체가 국내 배터리 업체 임직원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퇴사 전 주요 기술을 유출토록 해 국정원에 적발됐으며, 최근에는 자국에 있는 배터리와 무관한 업체로 연구원들을 이직시키는 방법 등으로 관련 법적분쟁 회피를 시도하기도 했다.

②국내 업체 내부에 유출 조력자 심기 : 국내 업체 내부에 조력자를 확보해 핵심기술과 인력을 해외로 빼가는 수법이다. 이 유형은 처음부터 제한된 인원끼리 은밀하게 이뤄져 적발이 쉽지 않다. 국정원에 따르면 기술개발 로드맵과 같은 큰 틀에서의 전략은 상무 이상의 임원급 조력자를, 특정 기술 분야의 세부 정보는 수석연구원 등을 통해 입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③협력업체 활용 견본품 우회 확보 : 협력업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타깃 기술을 보유한 우리 기업에 대한 직접 접근이 곤란한 경우 협력업체를 통해 타깃 기업이 납품한 샘플 등을 우회 확보하는 수법이다. 국정원도 최근 한 글로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한 신소재를 대량 구매하겠다며 국내 대기업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납품 샘플을 요구한 사례를 확인했다.

④리서치업체 통해 기술정보 대행 수집 : 국내 전문 리서치업체 등을 통해 반공개적으로 핵심 기술정보를 대행 수집하는 방법이다. 중국의 한 업체는 국내 리서치업체에 거액의 컨설팅비용을 지불, 국내 대기업의 핵심제품 생산과정 노하우 수집을 의뢰했다. 경쟁국은 해당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리서치 업체를 기술탈취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⑤국내 대학에 자국 연구원 ‘스파이’ 심기 : 신학협력 대학에 공동연구 명목으로 자국인 연구원을 파견하고 연구개발에 필요하다며 우리 업체에 핵심기술 자료를 요청하는 수법이다. 실례로, 중국 모 기업은 첨단기술 분야 산학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우리 대학에 자국인 연구원을 파견했으며, 이들이 산학과제 선정·협의를 목적으로 우리 기업에 핵심기술 자료를 요청했다.


▲최근 5년간 산업기술 유출 현황[자료=국가정보원]

국정원 관계자는 “비대면 업무 확산을 틈타 기술탈취 목적의 해킹 시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과기부와 공조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전산시스템 취약점 진단 및 침해사고 발생 시 유출경로 확인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보호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기업과 연구소, 관계부처 및 안보기관 등의 유기적인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검·경·산업부·과기부·중기부·특허청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명 기자(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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