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요즘 같은 세상에 스토리지 가격은 결코 비싸다고 분류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데이터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서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이 스토리지라는 것도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귀한 데이터를 버릴 수도 없으니 가격적 부담이 있긴 해도 꾸역꾸역 감당하는 게 수많은 조직들의 현재 상황이다. 언젠가 그 데이터가 훨씬 많은 가치를 되돌려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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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표준협회(British Standards Institution)의 보안 및 정보 책임자 마크 브라운(Mark Brown)은 “스토리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전략을 마련하지 않는 경우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하며 “있어 봐야 그리 정교하지 않다”고까지 말한다. “그래서 사실은 데이터 ‘스토리지’라는 용어보다는 데이터 호딩(hoarding)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데이터가 생길 때마다 빈 공간을 만들어 무작위로 저장해두는 것이 바로 ‘데이터 호딩’입니다.”
PwC의 클라우드 부문 책임자인 셍크 오즈데미르(Cenk Ozdemir)는 “CIO들이 데이터 거버넌스와 관련된 전략을 만들되, 조직 전체에 똑같이 적용될 광범위한 데이터 스토리지 전략까지도 그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데이터 중요하다며 무분별하게 저장하여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데이터가 내부 네트워크나 클라우드에서 증식되는 현상을 예방해야 합니다. 먼저는 데이터가 마구 복제되고 버전 관리도 되지 않아 돌아다니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합니다.”
데이터가 아무리 가치가 높고 중요한 자산이 된다 하더라도, 증식하고 쌓이기만 하는 순환을 막지 못한다면 결국 기업에게 해가 될 뿐이라고 브라운은 강조한다. “스토리지 비용이 불필요하게 많이 들어가는 건 문제의 일부일 뿐입니다. 데이터가 한없이 증가하기만 하면 환경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고, 사이버 공격에 더 많이 노출되며, 불필요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관련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 스토리지 전략 구축에 도움이 될 몇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가상화 전략을 고려하라
스토리지 비용의 효율을 높인다고 할 때 주의해야 할 건, 스토리지 비용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가 결국 전체 비용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스토리지 비용을 줄인다면, 전체 비용도 줄어들어야 한다. 대체 기술을 들여와 스토리지 비용 줄이기에는 성공한다 해도, 그 대체 기술 때문에 전체 비용이 상승하게 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런 관점에서 데이터 스토리지 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데이터 저장 관련 설정을 변경하는 것이다.
가상화 및 클라우드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버추오조(Virtuozzo)의 부회장인 조 모건(Joe Morgan)은 “스토리지, 네트워크, 컴퓨팅 등 IT 인프라 전체를 아우르는 가상화 솔루션을 통해 스토리지 비용 절감을 이뤄낼 수 있다”고 귀띔한다. “어쩌면 스토리지 아웃소싱이 내부 스토리지를 유지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온프레미스 인프라의 효율을 높이는 공사를 함으로써 스토리지 최적화를 이뤄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스토리지 플랫폼을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의 양과 중요도, 활용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스토리지 효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2. 데이터 접근성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라
데이터가 기업 내부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직원들 하나하나가 무질서하게, 무심코, 데이터를 여기 저기 쉽게 복사하여 저장해놓고 삭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썩지도 않는 데이터는 깊은 고려 없이 복제되고 방치된 채 하드드라이브 공간을 차지한 채 영원히 남아 있다.
멀티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인 팩션(Faction)의 CTO 맷 월러스(Matt Wallacev)는 “너무 쉽게, 아무나 아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될 때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데이터 복제와 방치 역시 너무 쉽게 편만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데이터를 아무렇게나 복제하지 말라는 규칙을 수립하려면 먼저 데이터 접근 문제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월러스는 데이터의 중앙화, 정규화, 공유, 데이터 관련 협업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도입하는 게 가장 간단한 해결법일 수 있다고 제언한다.
3. 클라우드 덤핑은 절대 중단해야 한다
더 이상 늘어나는 데이터를 온프레미스의 하드드라이브에 다 담을 수가 없을 때, 많은 기업들이 선택하는 건 클라우드 스토리지다. 얼른 계약을 마치고 모든 데이터를 일단 그 클라우드 인프라로 다 쏟아내기 시작한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의 액면가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선택한다. 하드웨어 저장소를 하나 사는 것보다 훨씬 쌀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계속 늘려가는 건 그리 싸지도 않고, 환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클라우드로 데이터와 인프라를 옮긴다는 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작업입니다. 다년의 계획과 실행 끝에 겨우 이룰 수 있는 것이죠.” 린아이엑스(LeanIX)의 CTO 스티븐 위트만(Steffen Wittmann)의 설명이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기존의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그냥 단순히 클라우드에 복사해 넣는다고 클라우드로 이전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클라우드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긴 시간 계획을 하는 등 준비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클라우드가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마음대로 빼서 쓰기에는 참 편리하긴 하다. 하지만 그것도 소량일 때의 이야기지 기업 단위가 되어버리면 높은 비용에 높은 리스크를 가진 서비스로 변모한다. 그러니 클라우드로 옮기는 과정에도 ‘최적화’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클라우드로 옮기고자 하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각종 IT 자산들에 대한 파악부터 이뤄져야 한다. 위트만은 “쓰지 않는 데이터나 프로세스, 소프트웨어를 파악해 제거하는 것만으로 클라우드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를 이렇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건 지구에도 도움이 된다. “여기저기 옮기고 저장하는 데이터의 양을 최소화 하는 것은 클라우드를 운영하며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길입니다. 자원도 아끼고 공해도 줄이고, 저장하는 데이터를 줄였을 때의 이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4. 백업 깔끔하게 보관하기
쓸데 없이 많은 데이터가 보관되어 있는 곳 중 하나는 백업 드라이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업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그 안에 무엇이, 어떤 기준으로, 어떤 관리 하에 저장되는지를 진지하게 점검하고 평가함으로써 정리하는 게 필수다.
보안 업체 아카마이(Akamai)의 제품 마케팅 책임자인 저스틴 코벳(Justin Cobbett)은 “백업이라는 것은 원래 데이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곳”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백업에 데이터가 많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은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 부분에서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백업의 효율이라는 걸 아득히 넘어서는 양의 데이터가 보관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의 질과 무결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꽤나 많다. “모든 데이터를 다 보관해 두는 곳이 백업이라는 인식이 쌓이다 보니 누구나 아무 데이터를 별도의 절차 없이 막 저장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 가운데 꽤나 나쁜 데이터들도 섞여 들어갑니다. 부정확한 데이터, 수정되기 전의 데이터, 버전 관리가 되지 않은 데이터 등이 나쁜 데이터들이죠.”
글 : 팸 베이커(Pam Baker),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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