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결정자가 아니라 직접 사용자의 편리성 강조한 설계
[보안뉴스 문가용] 앞날을 보고자 하는 건 누구나의 바람이다. 그 바람이 없었다면 천문학이나 통계학 등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관련된 사람들 다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그 답변과 과거의 행적들을 바탕으로 현존하는 트렌드를 읽어내는 건 미래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만들어낸 ‘Plan B’이다.
▲ 일본 만화영화 <귀를 기울이면>. 귀 기울이는 게 매번 이렇게 핑크빛인 건 아니지만. (출처 : 일본 아마존)
그걸 유독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Plan B가 가지는 최대한계치까지의 성능을 끌어내곤 한다. 잘 나가는 기업의 운영자나 투자자가 이런 부류 중 하나다. 데이터센터용 이더넷 스위치 솔루션을 개발하는 아리스타 네트웍스의 설립자인 앤디 백톨샤임(Andy Bechtolsheim)과 데이비드 쉐리턴(David Cheriton)에게서도 그런 능력인지 운인지 하는 것들이 보인다.
먼저 이 둘은 구글의 최초 투자자이며 2004년부터 데이터센터 이더넷 스위치 시장에만 집중해 네트워크 업체 최강자인 시스코와 함께 해당 부분에서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위치에까지(가트너 매직 쿼드런트 2015 기준) 올랐다. 일찍부터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킹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한 것. 그리고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클라우드로 방향을 옮겨가고 있다.
아리스타가 제시하는 미래란 ‘데이터센터 환경이 클라우드 환경으로 대전환 중’이라는 건데 사실 이는 커다란 비밀이나 놀라운 식견은 아니다. 그 거대한 구글의 최초 투자자라는 명함이 무색할 정도의 ‘뻔한’ 언급인데 이는 사실 클라우드비전(CloudVision)과 매크로세그멘테이션(Macro-Segmentation)이라는 신제품 출시의 명제일 뿐이다. 그것도 실제로 ‘구매 결정’을 내리는 높으신 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언더레이 네트워크에 통합지점을 제공하는 클라우드비전과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강력한 보안성을 덧입힌 매크로세그멘테이션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예측하고 있는 미래가 그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리스타 네트웍스 코리아의 김창민 기술이사나 최근 방한한 아리스타의 수석 부사장인 마크 포스(Mark Foss)가 강조한 아리스타 기술력의 핵심은 유연성이었다.
“타사의 장비나 솔루션과도 연동이 가능합니다. 그냥 호환성이 좋은 게 아니라 고객들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네트워크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저희 솔루션을 가지고 커스터마이징 혹은 추가 개발을 더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크로세그멘테이션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높은 비용으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존 방화벽들처럼 네트워크에 강제하는 프로토콜이나 정책도 없습니다.” 마크 포스 부사장의 설명이다.
“저희 입장에서야 저희 장비나 솔루션을 써주시는 게 더 큰 이익이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점을 강조하지는 않지요.” 김창민 기술이사가 반쯤 농담으로 덧붙인다. 지금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하드웨어도 생산하긴 하지만 기본 바탕이 소프트웨어 기업인 아리스타가 자랑하는 수백만 줄의 코드는 꽤나 너그럽게 열려있다는 것.
그밖에 포트 차단이나 중단 없이 Active/Active 상태에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든지 버그 발생 시 자동으로 처리하는 기능 등 네트워크 담당자로서는 편리할 수밖에 없는 기능이 아리스타 제품의 장점인데, 조태영 지사장은 바로 이 점을 강조한다. “실제 업무를 맡은 사람들을 최대한 편리하게 해줘서 진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저희가 바라는 바입니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 시스템의 업데이트 등을 위해 잠시 셧다운 시켜야 할 때, 보통 네트워크 담당자들이 새벽까지 남아서 트래픽이 가장 낮을 때 이를 실시하는데 “이 시스템의 수가 수백에서 수천이면 네트워크 담당자가 몇 날 밤을 꼬박 새야 하는” 상황인 것. “그런 업무 환경에서 어떻게 신기술을 공부하고 역량을 강화합니까? 그러려면 또 자기 시간 쪼개서 밤을 새야지...”
물론 이런 편리한 신기술들의 혜택을 볼 사람들이, 안타깝지만, 구매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솔루션의 도입을 보안 담당자에게 맡기는 회사보다는 그렇지 않은 곳이 훨씬 많은 것이다. 결국 아리스타와 같은 회사들이 직접 설득을 해야 하는 건 경영진들이라는 건데, “최근 들어 보안이 강조되고 보안담당자들의 역할이 대두되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현장 근무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고 포스는 말한다.
▲ 포스 넘치는 브리핑 중인 마크 포스 부사장.
“아직은 위에서 아래로 지시를 하달하는 게 보통이죠. 그러나 조금씩이지만 솔루션 도입이나 구매 등에서 보안 담당자들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반영되고 있어요. 즉 아래에서 위로 가는 ‘바텀-업’ 의사결정의 방향이 슬슬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는 설문조사 등에서 ‘보안? 중요하죠’라는 객관식 답변에 찍찍 적힌 표시를 모아놓고 ‘보안이 중요해지고 있어!’라고 결론 내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의 확실한 증거다.
해외 매체들에서는 다 그렇다고 하는데, 보안, 정말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는 걸까? 과거에 몇 차례 중요한 트렌드를 잘 읽어 냈던 아리스타의 창립자가 CEO들을 설득하기 위한 ‘저가형 솔루션’을 내놓기보다 ‘현장 담당자가 사용하기 좋은 솔루션’을 시장에 발표한 것도 그들만의 어떤 특별한 ‘촉’이 왔기 때문일까? 보안 담당자로서 내가 담당할 네트워크를 내가 직접 구축할 수 있는 때가 의외로 코앞일 수도 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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